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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말투 ‘그게 아니고’

김순재(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아주 오래전 이다. 코미디언 전유성씨가 청도에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의 말투는 조곤조곤하지 않았고 툭툭 던지는 식이었으나 그가 한 말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 바로 경상도 사람들의 말투에 관한 것이었다. 경상도 사람들은 상대방 이야기에 대해서 무조건 ‘그게 아니고 ’라고 말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앞선 사람과 주장이 똑 같다는 것이다. 그럴 것 같으면 왜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니다’ 거나 ‘틀렸다’라고 말하는지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설령 생각이 다르더라도 상대방 면전에서 ‘당신이 틀렸다’는 식의 화법은 예의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고도 되물었다.  
 

경상도 사람으로서는 미처 느끼지 못한 언어의 습관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 이후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의 말이 크게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에 전유성씨가 청도를 떠난 것도 그동안 쌓였던 경상도 말투로 인한 상처가 적지 않은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기도 했다.



부정적인 언어의 습관은 상대방에게 오해를 부를 수도 있고 상대방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손해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다. 더구나 좋은 일을 하고도 잘못된 말투로 인해 고마운 마음조차 들게 하지 못한 다면, 또 예상치 못한 오해를 산다면 억울하기 까지 할 듯하다. 경상도말투가 그렇다. 



얼마 전 인기 있는 TV프로그램에서 경상도 사람들의 언어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참석자 한사람이 부산사람들은 오지랖이 넓어 상대방의 인생에 너무 많이 ’훅‘하고 들어온다고 했다. 그게 좋은 뜻으로 하는 건데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며 웃었다. 음식을 먹을 때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 ’이렇게 먹어라‘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어떤 이가 음료수를 쏟자 경상도 사람들은 모두가 휴지를 꺼내 함께 처리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도와주기 전에 꼭 하는 ’한 말씀‘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당황하고 힘든 사람에게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서 더 조심해야지’라며 가르치려고 한다거나, 청소가 끝나면 훈계조의 한마디를 또 보태면서 고마움을 반감 시키는 우를 범한다고 덧붙였다. 
 

위에서 보듯, 음료수를 마실 때 조심 하는 것은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말의 타이밍과 방법이다. 음료수를 쏟은 당사자는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여기에다 대고 가르치려드니 오히려 역효과다. 경상도 사람들의 상당수가 상대방의 입장이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가 옳으면 상대방에게도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판단해 상대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단 하고 본다. 그리고 감사의 표시가 기대 이하이면 섭섭해 하거나 불평을 쏟아낸다. 심지어 상대방을 예의 없다고 나무란다. 이런 식의 경상도 말투와 사고가 꼰대의 도시라는 오명을 불러온 것 같아 안타깝다. 좋은 의도와 노력은 가려진 채 말이다.
 

융합이 키워드인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소통의 도구인 언어구사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미래 사회의 리더십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상황의 흐름을 읽고 어느 누구와도 바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역량이 리더의 조건이라고 한다. 리더가 아니더라도 ‘말’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나쁜 인상을 줘서 좋을 게 없을 듯하다.
 

누구나 연습을 하면 자전거를 탈수 있고 바이올린을 연주 할 수 있다. 말투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연습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면 이웃을 춤추게 하고 진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말투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가정이 바뀌고 지역이 바뀌어 질 수 있다고 믿는 이유다.
 

새해에는 적어도 ‘그게 아니고’라는 화법만이라도 바꾸었으면 한다.(동일문화장학재단 협찬)  



김순재 학력 및 경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현), 전 매일신문 편집부국장, 경북대 문리대 영문과졸, 계명대 여성대학원 소비자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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