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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 별세…'겨울 나그네' 잠들다

 '침샘암'으로 사망 …투병 중에도 집필 작업

소설가 최인호씨가 향년 68세의 나이로 어제(25일)저녁 별세했다.

지난 2008년 침샘암이 발견되면서 투병 생활을 한 지 5년 만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1963년 최연소로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지 50년, '별들의 고향, 깊고 푸른밤, 고래사냥, 겨울나그네 등 최씨의 소설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1975년부터는 월간 문학지에 소설 가족을 무려 35년이나 연재해 최장기 연재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그의 소설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25일 밤부터 마련된 최씨의 빈소에는 영화 고래사냥에 출연했던 배우 안성기 씨를 비롯해 문학과 영화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안성기/배우 : 영화 쪽도 굉장히 좋아하셨고 많은 시나리오를 써서 한국영화 70~80년대, 한국영화에 아주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셨죠.]
오랜 암 투병 끝에 25일 세상을 떠난 최인호 작가는 영화가 경색 국면에 접어든 1970-80년대 충무로의 젖줄이었다.

독재 정권 아래 방향을 잃고 헤매던 젊은이들의 한숨과 좌절을 담은 그의 통속 소설은 하길종·이장희·배창호 등 시대를 대표한 젊은 감독들의 손을 거치면서 한 시절을 풍미하는 명작으로 재탄생했다.

 

하길종 감독이 연출한 '바보들의 행진'(1975)은 젊은이들의 비애를 풍자적으로 담은 70년대의 수작 중 하나다. 무기한 늘어지던 휴강, 장발단속, 그리고 입대로 이어지는 독재의 그늘을 거친 핸드헬드 방식으로 담아 당시 억눌린 청춘의 공감을 샀다.

'바보들의 행진' 속편 격인 '병태와 영자'(1979. 하길종 감독)에서는 최인호가 직접 각본을 썼다. 영화는 군에서 제대한 병태가 결혼을 앞둔 영자와의 로맨스를 다뤄 전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장호 감독이 연출한 '별들의 고향'(1974)은 코미디에서도 패러디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개봉 당시 46만 명을 모으며 최고 흥행을 거둔 이 영화는 남자들의 배신에 허덕이다 끝내 자살하고 마는 시골처녀 경아의 일대기를 담았다. 특히 눈 내리던 겨울, 밤거리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아의 모습은 한국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배창호 감독이 연출한 '고래사냥'(1984)은 가수 김수철과 이미숙 안성기의 삼각편대를 주인공 삼아 시대 분위기를 녹였다. 실연에 빠진 대학생 병태가 거리의 여인, 거지 등을 만나 다채로운 경험을 하면서 삶의 비밀을 깨닫는다는 내용을 그려 서울에서만 4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배우 안성기와 장미희의 존재를 스크린에 돋을새김한 '깊고 푸른 밤'(1985)은 아메리칸 드림의 신기루를 좇던 한 남자의 욕망과 파멸을 그렸다.

 

서울에서만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그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에게 지지를 받은 데다 평단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최인호는 이 영화로 제30회 아태영화제에서 최우수각본상을 받기도 했다.

곽지균 감독의 '겨울나그네'(1986)는 1980년대 멜로물의 정점에 오른 영화로, 사랑과 배신의 삼중주를 담았다.

 

이장호 감독은 "최인호는 한국영화에 터닝포인트를 만든 작가"라며 "청년 문화를 선도한 그는 애정을 가지고 70-80년대 영화계와 문학계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지금 청년문화의 원류는 최인호에서 비롯됐다"며 "그는 우울한 시대를 문화적으로 견디며 복합적으로 저항할 줄 알았으며, 시대를 앞선 예술가"라고 덧붙였다.


고인의 장례는 생전의 바람대로 천주교식으로 진행되며 내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입관 미사가 치러지고, 모레에 발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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