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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심장이 헤매고 있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제자리 맴돌기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권위주의 정부시절을 장악했던 TK의 잔영이 남아있다. 김영삼 정부에 의해 그렇게 처절하게 짓밟히면서도 오히려 굳건한 하나의 정치성향으로 존재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호남과 뚜렷이 구분되는 지역적 성향을 나타냈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키면서 온전한 모습을 되찾는 듯했다. 지금도 선거만 닥치면 대구의 정치성향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압도적인 득표율로 특정정당을 지지한다.



그곳에 함정이 있었다. 대구 국회의원은 지역구 관리가 필요 없었다. 중앙당에서 공천만 받아서 내려오면 누구든 당선이 되는 것이 공식이었다. 유권자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자기네들끼리 돌아앉아서 무슨 짓을 해도 공천만 받아오면 “만사오케이”였다. 심지어 주말에 대구 지역구에 내려올 필요조차 없었다.



대통령선거를 치르고 난 후에 은사로 주어지는 나랏돈을 가져와서는 매번 자기네들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두 차례에 걸친 밀라노프로젝트가 그랬고, 지하철3호선이 그렇게 놓였다. 20여년을 그러고 나니 대구경제는 전국 꼴찌를 면할 길이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이게 어찌할 수 없는 대구의 현실이다.



권영진 시장이 당초 시장선거를 위해 대구정치판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는 낯선 이단아였다. 추대나 지명방식으로 뽑던 시장후보를 경선으로 하자니 이변이 속출했다. 대구 현역 의원님들은 경선이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반면, 여의도 정치판에서 온갖 궂은 일을 쳐내면서 서울시 정무부지사와 서울 지역구 의원을 지낸 권영진 당시 후보가 승자로 올라선 것은 의외였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로서는 골목에서 굴러먹던 짱돌파가 태권도 도장에 다니는 귀한 집 아이들을 한방에 때려눕힌 꼴이었다.



2016년에 치르진 총선 공천파동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맞물리면서 대구 경북의 정치카르텔은 완전히 붕괴됐다. 이런 와중에 권영진 시장은 재선에 성공했다. 발목을 잡았던 공직선거법 위반 건도 1심에서 “고의성이 없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치명적인 형량을 모면했다.



권영진 시장이 현재 누리고 있는 여건은 특별나다. 역대 시장들과는 다른 정치환경에 놓여있는 셈이다. 자신을 추대하거나 지명하다시피 한 거대한 정치카르텔에 억매여서 질질 끌려 다니던 역대 시장들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그만큼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이다. 지나간 임기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다고 치더라도 이제는 새로운 구상으로 새로운 일을 힘차게 추진할만하다는 뜻이다.



대구는 우선 먹고살만한 신산업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이것저것 손을 댔지만 신통한 구석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가 되었다. 사심 없이 큰 그림을 그리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리더십이 절실한 실정이다.



사정은 이러한데 권영진 시장의 행보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당장 현안인 대구공항 통합이전 문제만 해도 여권 핵심부에서 시답잖은 반응을 보인데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통합이전 반대운동이 전개되고 있어서 지지부진한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결단이 필요하고 매듭지어야할 문제를 끌어안고 질척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연고의 저가항공사 문제도 민간차원에서 추진 중인 사안인데도 석연찮은 이유로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 누구는 되고 안 되고의 문제로, 혹은 이런저런 부족함이 있더라도, 시기적으로 필요하고 적절한 사안이라면 더 크게 다른 시각에서 살펴야 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고 대구공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앞장서서 선을 그어줄 일이었다.



대구는 지금 새로운 변곡점 위에 놓여있다. 좀 더 진솔하고 그 무엇에 억매이지 않는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절실한 절체절명의 시기다. 누군가에게 대구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동일문화장학재단 협찬)



남동희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알리고뉴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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