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정구 케이투데이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겠지만 대선은 올해 안에 치러지게 될 것이다.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고 예측하면 된다. 더불어 민주당은 일찌감치 대선 후보 경선 룰 준비에 나섰다. 탄핵정국의 반사이익으로 유력한 대선 후보를 둔 더불어 민주당은 물 만난 고기마냥 생기가 넘친다. 문재인 대선후보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탄핵정국 이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에 여당인 새누리당은 탄핵 정국의 회오리 속에 몇 달째 갈팡질팡이다. 대선 후보는 커녕 당을 수습하는 일조차도 버거워 보인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일부의원들의 탈당으로 힘도 많이 빠진 상태다.
새해 들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환하면서 대선전이 제법 긴장감을 더해 가고 있다. 대선 후보들간의 신경전도 날카로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대선공약도 선보이기 시작한다.
문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 포럼 총회에서 정치 포퓰리즘이 핵심 주제중 하나로 다뤄질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하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 포퓰리즘으로 손꼽히는 사례가 미국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다, 미국 전 언론의 예측을 뒤엎고 그가 당선된 것에 대해 미국 스스로도 놀라워하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도 마찬가지다. 막말과 저질스런 행동으로 대통령의 자질마저 의심받던 그를 뽑은 미국민들은 그에게 과연 뭘 기대했을까. 흑인과 멕시코 이주민들에게 빼앗긴 일자리가 그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글로벌 경제가 가져온 중산층 붕괴, 실업과 빈부격차가 포퓰리즘을 불러 일으켰다. 미대통령 선거 결과가 ‘백인 근로자들의 분노’였다는 말처럼 소외계층을 향한 포퓰리즘이 각국에서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촛불집회가 이미 포퓰리즘의 상징으로 등장한 것 아닌가. 집권 욕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선동정치가 촛불집회를 이제는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까지 몰아갔다. 그들은 국민의 뜻이라고 말하지만 자세히 보면 국민과는 동떨어진 주장들이 촛불 속에서 국민을 빙자하고 있다. 태극기 민심이 걱정하는 것도 촛불을 빙자한 국가 불안세력이다.
포퓰리즘은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것을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집권세력의 권력 유지나 정치 집단의 권력획득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벌써부터 포퓰리즘을 경계하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촛불과 같은 ‘광장의 정치’는 이성적 수준에 머물러주지 않는다. 포퓰리즘은 더 자극적 요소를 찾아 끊임없이 반전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광장정치’에서 재벌개혁은 이미 낡은 구호다. 드디어 재벌 해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의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면 만족할 뿐이다. 정치가 이를 선동한다. 대의정치라는 민주주의보다 광장의 민심에 의존하는 것이 권력을 잡는 수단으로 훨씬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는 벌써부터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삼성 이재용부회장의 불법재산 몰수까지 가버렸다. 법치에 맞는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서울대 폐지’ 공약도 나왔다. ‘국가 대청소’는 무슨 공약인지 알 수가 없다.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공약이라면 무엇이던 쉽게 내놓는다.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는 과도한 복지공약도 나왔다니 나라살림이 거덜 날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각국에서 포퓰리즘 정부가 출현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다고 한다. 그 보고서는 20대 경제 대국 중 11곳에서 2-3년 안에 포퓰리즘 정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을 네 번째 순위에 올렸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과 멕시코, 브라질, 한국 순이라 한다.
혼돈의 정국 속에 언론도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 정치인의 포퓰리즘를 비판할 언론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국민 각자가 정신 바짝 차리고 포퓰리즘을 단단히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