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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길

주낙영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연수원장

'전주한옥마을'이 뜨고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빅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의 수가 약 965만 명으로 하루 평균 2만 4500명이나 되었다. 2002년 처음 '한옥마을'이라 명명하면서 도시재생을 시작했을 당시 30만 명 정도에 불과하던 관광객 수가 무려 3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계절별로는 가을에,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주로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전주한옥마을에 가보면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알록달록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젊은 남녀들이 꼬치구이를 들고 재잘대며 거리를 활보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이곳 한옥마을은 낡고 누추하기 이를 데 없는 슬럼가였다. 반경 500m 남짓한 좁은 공간에 800여 채의 한옥이 군집해 있어 색다른 풍경이긴 해도 오랜 기간 방치되어 황폐한 모습이었다. 담장과 서까래는 내려앉고 지붕은 비가림 천막으로 루핑을 하여 볼썽사나웠다. 주민들의 원성도 하늘을 찔렀다. 1970년대 보존지구로 지정해 놓고 규제만 했으니 생활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동산개발 붐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이 더해갔고 90년대에는 지구지정이 일시 해제되면서 사라질 위기마저 있었다. 한옥마을의 가치가 재조명받게 된 것은 2002년 월드컵 경기 때문이다. 행사를 앞두고 도시형 문화관광 자원이 아쉬웠던 전주시가 본격적인 정비에 나선 것이다.
 
흔히들 '도시재개발'이라고 하면 낙후된 어느 한 지역을 불도저로 싹 밀어내고 바둑판처럼 구획정리를 한 다음 고층 아파트나 현대식 상가를 짓는 것을 연상한다. 하지만 전주한옥마을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문화적, 역사적 자원을 잘 활용하여 도심활성화에 성공한 도시재생의 예외적이고도 모범적인 사례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이 살아있는 건축물들은 보존하고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울 북촌마을, 경주 교촌마을, 대구 근대문화거리, 군산 근대문화유산마을 등이 그 예이다. 이들 사례들은 역사적 가로환경의 재생을 통해 문화자산의 보전은 물론 여기에 스토리텔링의 옷을 입혀 관광자원화 함으로써 도시경쟁력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주민의 반발과 비협조다. 보전지구로 지정되면 각종 행위제한에 따른 생활의 불편은 물론 막대한 재산손실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건물 신·개축시 보조금을 일부 지원해 준다고는 하지만 토지이용률이 낮은 전통가옥의 특성상 기대이익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 때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이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용적률 거래(TDR: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제도다. TDR이란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지역의 개발권을 분리하여 개발이 필요한 다른 지역에서 행사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즉 개발을 통해서 이익을 얻게 되는 개발자의 이익 일부를 보존지역 주민의 손실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68년 뉴욕시에 처음 도입되었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널리 운영되어 역사문화자원을 보존하고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마침 문화재청에서 경주, 부여, 공주 등 역사도시를 대상으로 고도(古都) 이미지 찾기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하니 이런 제도를 한번 적용해 보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든다.
 
주민들에게 보상을 더 많이 해 줄 수 있고 개발업자들에게는 투자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TDR 제도에 대한 정부차원의 보다 전향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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