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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사는 길

우정구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대한민국을 두고 ‘서울공화국’이란 말로 표현한 지는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권력체제를 빗대하는 말이다.

휘황찬란한 서울의 도심은 많은 젊은이들의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비수도권 사람들에게는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극점적(極點的) 인구이동의 폐해가 그 만큼 큰 탓이다. 수도권은 인구 유입에 따른 실업난을 비롯 교통체증, 주거난 등 수많은 도시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책은 소극적이다.

권력의 지방 분산이란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고려는 없다. 젊은이들의 유출로 지방의 경제 사정이 날로 어려워진다고 해도 서울에 사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쩌면 멀리 떨어진 후진국의 일처럼 여기는 게 서울사람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이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여야 구분할 것 없다. 권력의 중앙 집중을 당연시 하는 태도다. 그들은 지방에 국제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핌피(PIMFY)라고 몰아 부친다. 원자력 발전소는 지방에만 건립해 놓고 지방이 이를 반대하면 님비(NIMBY)라고 매도한다.

지방민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힌 일이지만 권력과 권한을 가진 그들의  결정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지방민들은 그렇게 속만 태우고 살아왔던 셈이다.

20년 연속 GRDP(지역총생산) 전국 꼴찌인 대구만해도 그렇다. 수 십년  동안 민선시장들이 ‘대구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아등바등 노력을 했으나 중앙집권적 구조아래선 불가항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권력구조의 타파 없이 지방이 잘 사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이런 가운데 지방과 중앙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왔다.

우리나라는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가 44.9%에 달하고 있다. 미국을 제와하고는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로 나타났다. 양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소득 불평등의 문제가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개헌 문제도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선후보의 반대 말고는 개헌을 하자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지방으로 봐선 지방분권형 개헌을 실현한 호기이기도 하다.피폐해지는 지방이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이양받는 합법적 방법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을 넘겼지만 실질적 권한은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중앙관료를 비롯해 중앙의 권력자들이 지방으로 권한을 물려줄 의지는 사실상 약하다. 그러나 지방이 살길은 이 방법이 유일하다.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미 지방분권을 통해 권력을 분산, 통치하고 있다. 이제라도 자치권, 재정권, 결정권을 지방으로 이양 받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적 개헌 없이는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보고서가 있었다. ‘지방소멸’이란 제목의 ‘마스다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2014년 5월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일본의 절반인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머지않아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구감소가 경제와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반증한 자료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지방소멸과 함께 인구유입의 유일한 통로였던 토쿄도 결국은 축소되고 패망하고 만다고 결론 부분이다. 저출산,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한테서 우리가 반면교사 삼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이 있는 올해는 지방의 생존을 고민하는 정치 지도자가 누군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서울 한곳으로만 집중되는 한국 사회의 극점현상을 극복할 혜안을 지닌 지도자가 우리한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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