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보수를 짊어 질 누군가가 필요하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보수 개혁을 주목하며>

우정구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지금은 새누리당이 쪼개진다 해도 안타까워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국정농단이 국민에게 준 충격이 그만큼 큰 탓이다. 국민들은 국정 농단사태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뿐 아니라 집권당에게도 준엄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비록 대통령 개인의 과오라 할지라도 헌정질서를 문란케 한 책임은 집권당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새누리당에 대한 동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 고기를 얻으려는 것과 같다.

국정농단 사태이후 여당은 암초에 걸려 좌초된 난파선의 승객들처럼 허둥지둥 대고 있다. 배는 침몰하는데 빠져 나올 구멍이 없다. 서로가 네  잘못이라고 소란만 피우고 있다. 누가 봐도 한심한 모양새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 극심해져 이젠 분당으로 갈라 설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누가 뭐래도 보수 정당이다. 새누리당을 집권당으로 끌고 온 힘은 보수세력들의 지지가 근본이 됐다. 아마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정치인이 생긴다면 더불어 민주당으로 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들은 새누리당 정체성에 정치적 동의를 먼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 후 보수 정치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가짜 보수를 불태워야 한다”고 까지 독설을 퍼붓고 있다. 진보를 표방하는 일부세력들은 촛불민심을 핑계로 통진당 해체나 사드배치 등과 같은 국가 안위에 관한 정책도 바꾸려고 한다. 외교적 문제도 거꾸로 되돌려 촛불 민심을 정치 전략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조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국정 농단이 마치 보수의 가치가 빚어낸 잘못으로 오도당하고 있어도 마땅히 나서 해명할 정치인이 없다.

새누리당은 자중지란과 혼돈에 빠져 정체성마저 놓아 버린 듯하다. 집권당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들이 국정 혼란기를 틈타 퇴출 위기에 있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모두가 침묵만 지킨다.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은 책임이고, 지켜야 할 가치는 지키는 것이 집권당의 도리가 아닌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인데 개인적 안위만 계산하는 것은 아닌지 침묵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다수의 무리 속에 숨어 혼자만 살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가 될 것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새누리당 ‘혁신과 통합보수연합’의 공동대표 참여는 이런 측면에서 용기 있는 결단이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정치적 혼란기에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과 비박이 날선 대립각을 보이는 가운데 한쪽 편에 선다는 것은 남다른 정치적 소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새누리당에 대한 여론 등을  감안하면 ‘혁신과 통합’의 공동대표 참여는 그에게는 정치적으로는 손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국가적 위기에 손익보다는 역할에 무게를 두었다. 특히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세우는데 앞장 설 것을 밝혔다.

김지사는 누가 뭐래도 보수는 우리나라 발전의 한축을 이뤄왔다고 확신하며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로 보수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가 지닌 가치에는 잘못이 없다. 보수가 지지했던 지도자들 의 잘못이 보수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것뿐이다. 

김 도지사는 설사 비난이 있더라도 누군가가 짊어질 짐을 용기 있게 안았다. 그는 차제에 양극화 해소와 균형발전, 지방분권 같은 현실적 문제 해결로 새로운 보수 가치를 만드는데 정치력을 쏟겠다고 했다.

보수의 깃발 아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나라 걱정에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 그들도 새누리당 비판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을 존립케 했던 보수의 정체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김 도지사의 이번 결정이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중요 전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