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미래를 향한 갈망

우정구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조금 오래된 자료지만 아직도 한국적 현실에 맞는 이야기일 것 같아 인용해 보기로 한다. 삼성경제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한국사회의 갈등 수준은 OECD 34개국 가운데 터키 다음으로 갈등이 많은 나라라고 밝혔다. 터기는 인종과 종교 갈등이 뿌리 깊은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 갈등이 가장 심하다고 보면 된다. 남북간, 동서간, 진보와 보수간, 노사 간에 우리나라 처럼 심하게 다투는 나라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경제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뤘다. 또 정치적으로도 민주화를 빨리 정착시킨 나라로 평가 받고 있다. 그것이 한국인의 저력이라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갈등은 곧 비용을 유발한다. 삼성경제 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이러한 갈등으로 한해동안 적게는 82조원 많게는 246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했다. 어떤 근거로 갈등 비용이 산출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갈등만 잘 관리하면 선진국 문턱도 쉽게 갈수 있을 만큼 갈등 비용이 천문학적임을 짐작케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또다시 갈등의 구조가 격화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친박과 비박, 친문과 비문세력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반목이 난무하고 있다. 자칫하면 한국사회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어 보인다.
야당 중심의 탄핵 정국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빠르면 다음달 초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머지않아 국민들은 대통령이 없는 권력공백 상태의 정부를 맞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40일째 국정 논의를 위한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불행한 일들이 연속되고 있으나 이를 수습할 주체가 없다. 정치권이 수습의 실제적 주체이나 그들은 수습보다는 권력놀음과 같은 고차원적 셈법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주말마다 촛불을 밝혀 들었던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는 대통령의 하야였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하야로 국정농단 사태가 수습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이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촛불을 든 국민들의 진정한 마음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해방 후 가장 짧은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룬 국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국정농단이라는 불행한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에는 이젠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는 전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정치권이나 일부 언론이 상식을 벗어난 억측의 행동을 한다해도 국민들은 진실만 바라보고 있다. 정치가 후진성을 보이더라도 국민들의 의식은 일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 민심에 편승한 대선주자들이 지금을 호기로 삼아 대권 고지에 오를 준비를 하는 것이야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태 수습을 왜곡하거나 개인의 욕심 때문에 국가의 장래에 멍에를 지우는 일을 해서는 아니 된다.

대승적 차원의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개헌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 국민의 뜻과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국가의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조하고 국가 발전의 근간을 담보로 하여야 한다. 중앙정부와 함께 지방정부도 발전할 수 있는 지방분권적 개헌 내용을 담아야 한다.

마음이 콩밭에 간 대선 주자들 사이에 벌써부터 개헌 공방이 시작됐다. 그들 논쟁의 중심에 항상 국민과 국가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며 자유만주주의를 지켜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기는 정치가 돼야 한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가를 희망하는 국민들은 지금의 위기가 새로움을 펴기 위한 갈망이라고 말한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준비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