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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
언론과 권력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나폴레옹의 엘바 섬 탈출 관련 기사가 자주 인용된다. 프랑스 언론들이 엘바 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을 바라보는 시각이 시시각각 달라진 것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1815년 2월28일, 추종자를 이끌고 엘바 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을 두고 당시 프랑스 언론은 ‘괴물 대역적 엘바 섬 탈출’로 표현했다. 그러다가 파리 입성이 다가오자 우호적 제목으로 바뀌어 보도되기 시작한다. 드디어 3월 22일에는 ‘나폴레옹 황제 폐하 파리 입성하다’로 바뀌게 된다.
언론이 권력의 흥망성쇠(興亡盛衰)에 따라 기사를 어떻게 내 보내느냐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언론의 기회주의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론이 얼마나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종편 방송의 특종보도로 시작된 최순실 국정 농단의혹 사건은 언론사간 치열한 취재 경쟁을 유발했다. 특정사의 특종으로 상대적 피해자가 된 상당수 언론들이 의혹이란 이름으로 소위 ‘반까이(회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속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예고된 가운데 권력 실세들의 구속 수사도 잇따르고 있다. 사건은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접어든 느낌이다.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던 안종범 왕수석의 구속에 이어 문고리 3인방의 한 명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구속 수사가 이어졌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검찰에 출두하는 등 수사가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권력무상(權力無常)을 실감케 한다. 대통령의 권위가 추락하고, 불과 얼마전 만해도 떵떵거리던 현 정부 실세들이 줄줄이 검찰에 붙잡혀 있으니 인생무상(人生無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도 하루아침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란 말이 꼭 맞는 말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한다. 새옹지마는 변방 노인의 말처럼 복(福)이 화(禍)가 될 수도 있고 화가 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얘기처럼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 도망을 쳐 버렸으나 몇 달뒤 그 말이 암말을 데리고 나타날 줄은 누가 알았으랴. 그 말로인해 노인의 아들이 낙마해 다칠 줄 또한 모르는 것이 인생사다.
새옹지마는 재앙이 복으로 바뀐다는 전화위복(轉禍爲福)과 비슷한 말이다. 참으로 세상일은 알 수가 없다. 새옹지마는 새옹득실(塞翁得失) 새옹화복(塞翁禍福) 새옹마(塞翁馬)란 말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