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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역대 최악이라 불렸던 1994년 폭염 이래 두 번째로 더운 날씨가 많은 여름이었다. 덩달아 국민들은 짜증스런 더위를 견디느라 연신 곤욕을 치렀다.
연일 기록적으로 이어진 폭염 속에 기상청의 일기 예보마저 헛 다리를 짚어대자 기상청 일기예보를 믿고 있던 국민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기상청으로 쏟아지기도 했다.
서울지역 기준으로, 일일 33도 이상인 폭염 일수가 23일 현재 24일, 열대야 일수가 36일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상고온 현상이 벌어졌다. 중국은 낮 기온이 최고 40도를 넘었고 중동지역은 낮 한때 50도가 넘는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올 여름이 이처럼 더운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관련 있다고 하니 기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북으로 길게 발달하면서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를 틀어막아 중국 쪽 뜨거운 공기가 유입된 탓이라 한다.
폭염으로 후진국 병이라 일컫는 콜레라가 15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등장했다. 가마 솥 더위 속에 온열질환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작년의 두배 수준이다. 대구 경북에도 168명의 온열질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최근 개학 일을 맞아 집단 식중독 사고가 연쇄 발생하고 있다. 23일 현재 전국적으로 1284명이 식중독 사고를 일으켰고, 대구와 경북 봉화에서도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폭염과 유관한 사고라 한다.
더위만큼 무서운 자연 재난해도 드물다. 2003년 유럽에서는 더위로 7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적이 있다.
23일은 처서(處暑)다. 우리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 진다는 말이 있다. 아침 저녁으로 찬 공기가 느껴지고 극성을 부리던 모기 파리도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는 뜻이다.
옛 선조들은 더울 때일수록 이열치열(以熱治熱)하라 했다. 열(熱)에는 열(熱)로써 다스리라는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 더위를 뜨거운 차나 삼계탕, 닭계장 같은 더운 음식으로 이겨냄을 말한다.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 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말할 때도 쓰인다.
이이제이(以夷制夷)란 표현이 있다.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한 나라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제압한다는 의미이다. 옛날 중국 본토 국가들이 주변 국가들을 다스릴 때 사용하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