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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사업, 그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

▲ 최기덕 (여의도 정치미디어 그룹 대표)
서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단돈 몇 천원을 들고 가출한 소년이 돈을 벌자 자신을 구박하던 계모가 살던 고향으로 내려가 건설업을 시작하였고 못 배운 한을 풀려고 수만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베풀고 2조원대의 기업군을 일으킨 이야기는 가히 한국에서나 가능했던 자수성가 성공 스토리이다.

사업으로 성공했던 이 사람은 그 돈으로 권력까지 얻고자 수십억 원을 당에 기부하고 공천을 받기위해 수차례 노력한 끝에 자신의 고향에서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동안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조성하기위해 만든 사조직들이 문제가 되어 천신만고 얻은 국회의원직을 선거법위반으로 2년 만에 내놓게 되는 불운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현 정부의 실세들에게 자금을 대 정권창출의 숨은 공신이 되었으나 사정의 바람이 불자 일번으로 ‘타겟’이 되고 산지사방으로 구명운동을 펼치다가 실패하자 배신감을 토로하며 자신의 돈을 먹고 안도와주는 정치인들을 쪽지(death message)로 남기고 자살하며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하였다. 경남기업 故성완종 회장의 약사(略事)이다.

변두리 사람이 출세하거나 사업에 흥하려면 인맥과 사람관리를 잘해야 한다. 소부(小富)는 노력으로 되지만 거부는 시운과 인복이 있어야 한다. 시운과 인복은 요즘시대에는 결국은 ‘돈질’이다. 돈 주는데 싫다는 사람 아무도 없고, 곳간에서 인심 나고 사람이 모이게 되는 것이며 그러다보면 자연히 ‘껀수’들이 몰리게 된다. 지방의 중소건설사가 한국최초의 국제건설면허 소지회사인 경남기업을 인수하면서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는 말이 재계에서 돌았으며 대아건설이 경남기업으로 확장하면서 도급순위 26위의 재벌급 수준으로 도약한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만 했으면 오늘의 파산은 없었을 것이다. 욕심이 사망의 씨앗을 잉태한 것이다.

공자께서는 일찍이 “소인과 여자는 불가근불가원이니 가까이 하면 방자해지고 멀리하면 원망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정치와 사업에 대입하면 사업가에게 정치(인)는 불가근불가원이니 적당한 관계를 유지해야지 너무 깊숙이 발을 담그면 사고가 나는 것이다. 정권에 붙어서 한때 흥했으나 결국은 망해버린 수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기업경제사에 있다. 대우, 율산, 대붕, 국제, 경남 등등의 성장과 몰락 과정을 보면 꼭 정치적인 이유만은 아니지만 정경유착에 의한 기업경쟁력 하락이 원인(遠因)인 경우가 많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가 자살하는 바람에 검찰도 허탈한 분위기 이다. 그러나 검찰이나 영장판사들도 천편일률적인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라며 피의자를 구속수감하는 구태의연한 작태를 바꿔야 한다. 검찰과 법원의 편의주의 실적주의이고, 식민지 일제시대 통치수법의 잔재이다. 영미법체계에서 하듯 건전한 시민들에 의한 배심원재판(jury trial)을 도입하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건과 관계없는 배심원들을 국민의 의무로 선택하고 이들이 변호사와 검사의 법정에서의 다툼을 보고 재판하며 판사는 사회를 보고 배심원들의 유무죄 평결에 따라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왕명을 받은 금부도사가 역적들을 취조하면 일단 “네 죄를 알렸다”하며 고신(拷訊)을 하였다. 고신을 받다 자복하면 역적이 되어 본인이 죽는 것은 물론이고 온 가족이 연좌로 죄를 받아 죽거나 아녀자들은 종으로 전락하였다. 그래서 차라리 맞아 죽는 것을 택했으니 이것이 물고(物故)로써 요즘의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이다. 정권에 공세우기에 급급한 현대판 금부도사인 특수부 검사들이 피의자 가족을 털고 잡범 수준의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사회적으로 매장하며 본건과는 관계없는 ‘별건 수사’로 압박하는 것이 예전의 고신이고 이에 저항해 자살하는 것이 현대판 물고 이다. 시대는 흘러갔고 세상은 변했지만 사람들 하는 짓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기획사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입장도 난처하게 되었다. 과거 노무현 전대통령, 안상영 부산시장, 모 대학교수 등이 그에게 수사 받던 중 자살하였으니 검사가 아니라 저승사자 꼴이 된 것이다. 공직자중 최고재산가라니 곱상한 외모대로 험한 일을 하지 않았으면 구설에도 안 오르고 편히 살 수 있을 것이다. 법조인에게도 정치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이니 이를 명심하고 공직을 수행할 것이다.    


사람이 국가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정치와 경제로부터 벗어나거나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치와 경제는 국가를 견인하는 마차의 양 바퀴(二輪)이다. 한쪽이 삐끗하면 다른 쪽도 움직이지 못한다. 서로가 필요한 존재이니 각자의 본분을 지켜 화합해야 한다. 정치를 업으려 했던 비운의 기업인의 말로를 보니 여러 가지 사회와 법조의 적폐들이 난망지사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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