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절기로 입춘(立春)이 있지만 실제로 봄기운을 느끼는 시기는 경칩(驚蟄)부터다. 얼음이 녹아 내린다는 우수(雨水) 다음에 오는 경칩은 개구리가 놀라서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때다. 농부들도 이때부터 농사 준비에 들어가는 시기다.
기상학적으로는 3월 중순부터 5월 하순까지를 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이제 5월은 더 이상 봄이라 보기가 어렵다. 3월 중순에 들어선 지금 산천 곳곳에서 봄기운을 받은 꽃들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주 들어서는 낮 기온도 18도까지 올라서니 겨울이 저만치 멀리 가버린 듯하다.
봄은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도 가슴을 활짝 펴고 따뜻한 햇볕의 봄기운을 만끽한다. “겨울이 가고 봄날이 왔다”는 말은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날이 시작됐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젊음을 뜻하는 청춘의 춘(春)은 봄이다. 인생의 황금기인 청춘에 춘 자가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름에도 춘 자를 넣고 혹은 봄 자를 그대로 쓰기도 한다. 봄 그 자체가 신선하고 희망적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의 봄이나 프라하의 봄처럼 정치에서 봄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봄은 젊음이자 희망이요, 변화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표징이라 하겠다.
지루했던 겨울이 끝나고 봄이 돌아왔다. 한 시인은 “봄이 오면 겨울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겨울 동안 힘든 시간을 견디어 내면서 배운 것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한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대혼란기에 맞은 올해의 봄에는 모두가 지난 날을 기억하며 희망을 노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