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워싱턴DC 국립 대성당에서 치러진 그의 장례식에는 근래 보기 드물게 전·현직 미국 대통령 다섯 명이 참석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비롯 조시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까지 정파를 초월해 모여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AP 통산은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에서 목격된 이례적 모습”이라 보도했다.
특히 현장에서 목격된 전·현직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화제거리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공화당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 대신 민주당 상징인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트 당선인이 상당시간 미소를 지으면 대화하는 모습도 언론사의 취재거리였다.
AFP통신은 이를 두고 “전·현직 대통령이 국장에 모이면서 분열된 미국에 국민적 통합의 순간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했다. 또 일부 언론은 “세상을 뜬 카터가 살아 있는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특별하다. 장례식날이 곧 국가 애도의 날이다. 미국 증시도 이날은 하루 휴장을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에 참석한 전·현직 대통령이 정파나 이념을 떠나 한마음으로 고인을 존경하니 장례식장은 울음보다 웃음이 더 많은 축제장처럼 변했다고 한다.
전·현직 미국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모습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정치는 언제쯤 품격있는 정치를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