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후 30년 호황을 누리던 일본 경제가 1991년부터 10년간 제로 성장을 했다. 이를 두고 일본의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 후보에 올랐던 모리시마 미치오는 ‘정치의 무능’때문이라는 지적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93년 자민당 55년 체제가 무너지면서 정치권이 권력 다툼에 빠져 경제를 등한시 했던 것이 일본경제 몰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경제의 실패 원인을 경제 구조에서 찾지 않고 정치 구조에서 바라본 특이한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사회의 정상화 길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국민들은 정치쇄신에 있다고 답한다. 작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개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국회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28위를 차지했다.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20.5%에 불과했다. 우리 밑에는 체코와 칠레 두 나라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조사지만 한국개발연구원이 우리나라 각 부문의 신뢰도를 조사해 보았더니 국회·정당에 대한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2∼3점으로 나왔다. 각 분야별 평균 점수 4.8점에 크게 못미쳤다.
옛말에 “백성이 살기 좋으면 왕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다. 공자도 잘하는 정치는 백성에게 풍요로운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라 했다. 즉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계엄 사태로 정국이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다툼이 우리 경제를 불확실성 지대로 몰아가고 있다. 정치가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등장한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