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농약음독사건은 숨진 80대 할머니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경찰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사건 발생 77일 만에 수사는 종결되었으나 커피에 농약을 타고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노린 범죄가 한 마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같은 동네 이웃으로 평소에 잘 아는 사이에서 벌어진 범죄란 점에서 지역사회에 던진 자성의 목소리도 컸다.
봉화 농약사건과 유사한 범죄는 과거에도 농촌지역 곳곳에서 간간이 발생했다.
2015년 경북 상주에서는 농약 넣은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2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 함께 마신 4명은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마을 전체가 이 사건으로 쑥대밭이 됐다. 범인으로 지목된 80대 할머니는 법정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다음해인 2016년에는 청송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 2명이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 마시다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쫓던 70대 노인이 스스로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어 사건은 마무리 됐지만 마을은 불안감과 불신감으로 뒤숭숭해졌다.
봉화 농약사고도 종결은 됐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다. 한 식구처럼 지내던 이웃에 대한 실망감과 불안감이 마을 주민에게 안겨줄 정신적 트라우마가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령인구가 늘면서 발생하는 농촌에서의 노노(老老) 갈등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관심을 가졌는지 자성할 사건이다. 주민들이 받은 깊은 상처를 쓰다듬을 당국의 대책부터 먼저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