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어우러지는 소박한 사랑의 근원 탐구 시편 곳곳에 ‘달빛’처럼 내려앉은 따뜻한 시선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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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범 시인 |
김형범(72) 시인이 첫 시집 『내 꽃밭을 누가 흔드는가』(㈜천년의시작刊)를 출간했다. 천년의 시선 161번째 단행본으로 일흔이 넘어 펴낸 늦깍이 첫 시집이다.
지난 2010년 늦은 나이에 등단 이후 공동시집에는 여러 번 참여했지만, 『내 꽃밭을 누가 흔드는가』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소박한 사랑의 근원을 탐구하는 향기가 짙게 묻어나오는 그의 첫 시집이다.
시적인 아름다움이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의 긴밀성과 삶과의 밀착성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공적으로 화려하게 꾸민 것에서는 공감과 위로를 얻지 못한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화려한 수식과 포장보다는 현실과 호흡하며 살아온 삶에서 느낀 일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을 담담하게 펼쳐 놓았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인’를 비롯 7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시집 『내 꽃밭을 누가 흔드는가』를 통해, “움켜쥘 수 없는 물이 되어 물살 따라 흘러 흘러”가는 풍경들은 심산히 일어나는 욕망의 덧없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그의 시어들이 오로지 비어 냄만을 노래하지 않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누가’ 내 꽃밭을 흔드는” 존재인지 묻고 있기 때문일 테다. 그는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위해 자신의 공간에 여백을 둔다. 자신을 비움으로써 다른 존재를 품어 내는 승화적 성격의 사랑은, 그러므로 보드랍고 우주적이다. “외마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짧은 생을 버려야” 하는 잡초를 보면서도 사랑을 발견해 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시편 곳곳에 “달빛”처럼 내려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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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범 시인이 첫 시집 『내 꽃밭을 누가 흔드는가』 표지 |
그대는 어느 봄날
나의 빈 정원에 환한 햇살로 다가와
메마른 가지에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 주었습니다
그대를 만나면
숲을 거니는 듯 온갖 나무 향기가 납니다
꾸미지 않아도 빛이 나고
늘 가지런히 정돈된 정갈한 마음에
나는 샘물처럼 덩달아 맑아집니다
그대를 만나
겸손과 배려 인품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았습니다
말하지 않고 눈빛만으로 큰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대는, 설익은 나를 영글게 하려 늘 햇살을 주고
모난 나를 다듬어 주었습니다
오래오래 그대와 함께 걸으며
세상 흘러가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함께 곱게 곱게 물들였으면 좋겠습니다
-「가인」 전문-
차성환(한양대 겸임교수) 시인은 “김형범 시인은 사랑의 꽃밭을 가꾼다. 꽃 한 송이에서 한 사람의 굴곡진 인생을 떠올린다. 그들 각자가 자신의 영토 위에서 온몸을 걸고 피워 올린 것이 바로 꽃이다. 그리고 이 꽃은 사랑의 이름으로 불린다. 고작 작은 한 송이의 꽃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인생이 품은 온갖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다. 온 생애를 거치고 거쳐서 결국 남은 것은 사랑으로 요동치는 뜨거운 꽃 한 송이이다. 시인은 그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만나고 경험한 모든 사람들에게서 이 꽃을 발견한다. 내가 그들을 통해 배운 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시집 『내 꽃밭을 누가 흔드는가』는 김형범 시인이 그동안 배우고 깨우치고 일궈 온 사랑의 내밀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김형범 시인은 2010년 『사람과 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대구문인협회 부회장과 대구시인협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