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행정통합을 위한 핵심 쟁점인 '청사'와 '시·군 권한'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게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5월 행정통합 추진을 공식화한지 102일만이자, 지난 6월 정부와의 '4자회담' 이후 84일만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하며 시·도민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무위에 그치면서 상처와 갈등만 남겼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고도 두 단체장이 '양보와 화합'이 아닌 '갈등과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통합 무산을 넘어 지역 대립의 골만 깊어지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 시장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간 대구경북 통합을 지지해주신 시·도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며 사실상 행정통합 논의 무산을 공식화했다. "오늘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라며 "최종 시한이 내일까지이지만 도의회 동의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서 홍 시장은 이 지사에게 오는 28일까지 시가 제시한 통합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혀달라고 했고, 이 지사는 청사와 시·군 권한 문제를 9월 말까지 결론 내자고 제안했으나 홍 시장은 28일을 하루 앞두고 무산을 발표했다.
홍 시장은 "더이상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고 우리는 '대구혁신 100'에만 집중하는 게 대구경북의 갈등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 끌어오던 지방행정 개혁이 생각이 서로 달라 무산된 것은 참 아쉽다"고 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간 핵심 쟁점 사항의 상당 부분에서 접점을 찾았으나, 막판까지 청사와 시·군 권한 문제를 둘러싸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전날에도 대구시와 경북도는 각각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행정통합의 핵심 쟁점 사항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하며 이견을 여실히 드러냈다.
대구시가 대구청사는 대구, 경북청사는 안동, 동부청사는 포항에 두고 이를 특별법안에 명기해야 한다고 제시했으나, 경북도는 청사는 현행대로 대구와 안동에 두고 동부청사는 법안에 포함하지 말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초지자체 권한과 관련해서도 대구시는 시·군 사무 권한을 대구경북특별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반면 경북도는 시·군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고 결국 간극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와 관련,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7일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중단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방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앞장서서 행정통합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협의해 조정하는 가운데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