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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도 야간에는 50km까지 주행 가능/연합뉴스 |
"전국적으로 심야엔 시속 50㎞로 바뀌는 것 아니었나요?"
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만난 주민 김모(65)씨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속도제한이 기존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완화된 줄 알고 시속 50㎞로 달리다가 단속될 뻔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9일 경찰이 9월1일부터 어린이 보행자가 적은 심야 시간대 간선도로 스쿨존의 제한속도를 기존 시속 30㎞에서 50㎞로 완화하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사실상 번복하면서 곳곳에서 혼선이 계속됐다.
시민들은 대부분 김씨처럼 스쿨존 야간 속도제한이 완화된다는 발표는 접했지만 번복된 사실은 처음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위동 주민 정모(70)씨는 "밤에 제한속도가 완화된다고만 알았다"고 말했다.
노원구 월계동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연창열(75)씨는 "시속 50㎞로 완화하는 데에 찬성이었는데 왜 또 갑자기 바뀌었느냐"며 "부분적으로 한다고 하니 너무 헷갈린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정책을 시행하려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스쿨존 시간제 속도제한을 이미 시범운영 중인 전국 8곳에서 우선 운영하고 이후 상황에 맞춰 확대한다는 게 변경된 경찰 방침이다.
8곳은 서울 광운초와 인천 부원·미산·부일·부내초, 광주 송원초, 대전 대덕초, 경기 이천 증포초다.
성북구의 광운초 앞 스쿨존은 지난해 10월부터 심야 시간대 속도제한이 완화됐다.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스쿨존 제한속도가 시속 50㎞다.
이날 찾아가 본 광운초 앞 스쿨존에서는 가변 속도 구간 표지판이 오후 11시에 맞춰 숫자가 '30'에서 '50'으로 바뀌었다. 차량 통행량은 저녁 시간대와 비교해 현저히 줄었다.
1시간가량 지켜보니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평균 시속 20㎞대로 달리던 차들이 시속 30㎞대로 빨라졌지만 신호가 곳곳에 있어 그런지 시속 40㎞를 넘는 차들은 많지 않았다.
광운초 2학년 딸과 함께 저녁께 이곳을 지나던 고모(47)씨는 "아이를 키우긴 하지만 밤에는 학교 앞을 지나는 아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속도를 완화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운전자로서는 광운초 앞이 시속 50㎞라 좋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박병현 종암경찰서 교통팀장은 "표지판 등 시설이 잘 설치돼 있어 운전자들이 대부분 가변속도를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야간에 시속 50㎞로 상향돼도 초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광운초 앞 야간 속도제한 완화는 약 1년간 시범운영돼 왔지만 인근 주민 중에는 몰랐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광운초 2학년 학부모 이모(43)씨는 광운초 앞 스쿨존 심야 제한속도가 얼마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시속 30㎞ 아니냐"고 되물었다.
5세·7세 남매를 키우는 신혜리(34)씨는 "야간에 제한속도가 완화되는지 몰랐다"며 "여기만 다르면 운전자들이 헷갈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심야시간대 스쿨존 제한속도 완화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시민이 많았지만 반대 의견도 없지 않았다.
회사원 김성욱(43)씨는 "저녁시간대까지는 몰라도 어린이가 돌아다니기 힘든 심야시간대까지 시속 30㎞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다.
물류 운송기사 김모(50)씨는 "운송은 늘 시간과의 싸움인데 사람이 없는 데도 속도가 제한돼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광운초 앞을 지나던 주민 장훈(52)씨는 "주간이든 야간이든 다르지 않아야 운전자들도 덜 헷갈릴 것 같다"며 "야간에 속도를 내다보면 평소 스쿨존에 대한 경각심이 흐려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