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노인이 많은 나라
  • 우정구 케이투데이 편집인<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이어족이란 말이 유행했다. 30대말∼40대초까지 조기 은퇴를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는 젊은이를 두고 한 유행어다.

    이들은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 극단적인 절약을 생활화하며 산다. 일반적인 은퇴 연령인 50∼60대보다 빨리 은퇴생활을 시작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목표다. 부자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조금 덜먹고 덜 쓰더라도 외식이나 여행을 즐기는 삶을 찾아 나서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현상이다. 미국에서 시작해 영국,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났다. 학자들은 일에 대한 불만족, 높은 실업률, 경제적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OECD가 공식 인정하는 일하는 노인이 많은 나라다. 65세 이상 일하는 노인 인구 비중이 40%다. 일본 25%, 미국 18%, 홍콩 13%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난달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나라 60세 이상 일하는 노인의 수는 577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보다 2.1배가 늘었고, 1996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통계청이 조사한 고령층의 취업실태에서 장래 취업 의사가 있는 인구 비율이 68%다. 그들이 밝힌 취업 의사 이유로는 “생활비의 보탬”이 57%로 가장 높았다. 이는 우리나라 노령층의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려 일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출산율과 고령화 추이를 보면 국민연금은 없는 돈으로 생각하고 각자 알아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실감난다. 늙어서 일한다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정구 케이투데이 편집인
    <전 매일신문 편집국장>
  • 글쓴날 : [23-03-22 08:30]
    • 백영준 기자[byj80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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