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한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개천처럼 작은 물고기만 사는 곳에서 용이 난다는 것이니 보통사람이 생각하기에 불가능한 일을 해낸 성공한 사람이란 뜻이다. 자수성가(自手成家)와 비슷하다.
개천용의 대명사처럼 여겼던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이 생기자 일각에서는 개천용이 사라지게 됐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어려서부터 좋은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은 부유한 집 자녀에게 유리한 제도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직도 빈익빈 부익부 측면에서 로스쿨을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부모찬스 전면 폐지의 명분으로 수시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을 청년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국사태 이후 더욱 부각된 우리 사회의 불공정 문제를 이슈로 삼은 것이다.
개천용 불평등지수를 처음 개발한 서울대 주병기 교수가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발간 브리프에서 ‘대학입시 성과에 나타난 교육기회 불평등과 대입전형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화제다. 주 교수는 논문에서 “출신 환경이 좋지 않으면 타고난 잠재력과 노력에도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확률이 적어도 70%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했다. 주 교수는 “명문대일수록 계층간 격차가 컸고 특히 수시전형에서 출신지역간, 가구환경간 기회 불평등도가 높았다”고 주장했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사회이동이란 사회적 불평등 체계 안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서열이 달라지는 현상이다. 과거 소득수준이 낮아도 노력에 따라 충분히 계층이동이 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그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는 것을 말하는 연구결과다. 우리 사회 기회 불균형이 악화된다는 것은 사회의 폐쇄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후진적 현상이라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