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합정동 강변로에서 발견 된 코로나 승용차와 피살된 정인숙씨. |
단순한 치정살인으로 여겨졌던 이 사건이 갑자기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그녀가 고급요정 선운각의 얼굴마담인 데다 수첩에 정ㆍ재계 거물 26명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게다가 여권발행이 힘들었던 시절에 불법발급된 복수여권까지 소지하고 있었다. 여인은 빼어난 몸매와 뛰어난 화술로 한창 주가가 높았던 요정마당 정인숙이었고 그녀에게는 세살배기 아들이 있었다.
검찰은 정 여인의 오빠가 여동생의 문란한 사생활에 분노해 살해했다고 발표했지만, 사람들은 곧이 곧대로 믿지않았다. 오히려 어린 아들의 아버지가 현직 국무총리라는 소문만이 난무했다.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건현장이 2시간 만에 돌연 치워지고 현장검증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간첩을 수사하는 공안검사가 이 사건을 지휘하는 등 많은 의문점이 제기됐다. 결국 중앙정보부는 보도통제를 시작, 27일 이후부터는 신문 지면에서 정 여인의 이름이 사라졌다.
정보는 김지하 시인이 재벌ㆍ국회의원 등 고위층의 부정과 부패를 신랄하게 풍자한 시 '오적(五賊)'을 발표하면서 "사회정화닷, 정인숙을 철두철미 본밧아랏…"이라는 내용을 게재하자 김지하를 구속하고 사상계를 폐간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