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케이투데이) 시 해설을 집필하고 있는 김동원 시인이 치매 노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시, ‘무중력’으로 영남지역 종합문예지 「영남문학」(발행인 장시현)이 제정한 「제4회 영남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22일 열기로 했던 시상식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연기됐다.
부산ㆍ경남ㆍ울산ㆍ대구ㆍ경북 등 5개 광역시ㆍ도 대표문예지인 ‘영남문학’은 (사)영남문학 예술인협회(이사장 장시현)가 문학예술의 지역화를 위하여 지역실정에 맞는 편집과 지역 문인들의 권익옹호를 위하여 종합문예지로 지난 2010년 여름호로 창간되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영남문학상’은 지난 2017년에 제정하여 매년 시상하고 있다.
올해 ‘제4회 영남문학상’은 김동원 시인의 ‘무중력’을 비롯 김원중 시인의 ‘상화 시비 앞에서’, 임서은 시인의 ‘연꽃 같은 사랑을 받아서’, 정석현 시인의 ‘가을 빛’이 수상했다.
― 오너라, 내 가슴 속에, 매정하고 귀먹은 사람아
(「 망각의 강」중에서 ― 보들레르)
끝내 저렇게 내린 흰 눈 위에 길이 지워지겠구나
아들이 올 텐데
어둠은 자꾸 병원 격자창에 차갑게 들러붙는데
입술로 흘러든 망각은 물이 찼는데
아들은 꼭 온다고 했는데 …,
쉴 새 없이 웅얼거리다 졸아 붙은 치매 입술
수북 빠진 머리칼 곁에 헝클어진 늙은 의자 한 개
아들이 올 텐데, 아들은 꼭 온다고 했는데
함몰된 기억 뒤쪽엔
뼈만 앙상한 등 받침만 남은 채
복도 계단 밑 웅크린 여자의 눈 풀린 동공 속엔
밤새 녹아내린 흰 눈이 또 길을 지우겠구나
― 김동원 시인의 수상작 「무중력」 전문
김동원 시인은 수상작에 대해
“수상작 「무중력」은 네 번째 시집 『깍지』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치매병원에서 치매를 앓던 어떤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써진 시입니다. 뼈만 앙상한 등을 한 채 그 늙은 여자는 동공이 풀려 있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로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귀한 보물인양, 두루마리 화장지를 꼭 가슴에 껴안은 채, 병원 창문을 자꾸만 내다보는 것입니다. 지나간 모든 기억은 다 잃었지만, 자기를 두고 간 아들이 말한 “꼭 다시 온다”는 기억만은 살아 있었습니다. 한 달이 가고 반 년이 가도 그 아들은 면회를 오지 않았습니다. 흰 눈이 내린 어느 날 그 늙은 여자는, 복도 계단 밑에 웅크리고 앉은 채, 망각의 강을 건넜습니다. 마지막까지 엄마는 아들을 포기하지 못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남문학상 수상작과 함께 발표된 「제4회 송암문학상」 수상작은 손정숙의 시 ‘입덧’, 김수진의 시조 ‘황혼의 해후’, 김복건의 수필 ‘물과 행운의 2달러’, 한은정의 수필 ‘한 장군의 오누이와 나의 오누이’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