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 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며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 "탄핵감"이라고 하자, 최 원장은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처신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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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은 29일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을 들어 탈원전 정책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과 관련, "월성 원전 감사 과정에서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이 '(원전 폐쇄는) 대선 공약에 포함됐고, 국민적 합의가 도출됐다'고 해서 (제가)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여당 의원들의 질문에 "(백 전 장관이 탈원전 정책은)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사안'이라고 말해 (저는) '문 대통령께서 41% 지지를 받은 걸로 아는데 과연 국민의 대다수라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게 관련된 내용의 전부"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러면서 "(감사위원회) 녹취록을 확인하면 그 내용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각자의 견해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득표율을 들어 국정 과제의 정당성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최 원장은 "백 전 장관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방침을 설명하면서 '월성 1호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그래서 제가) '저도 모르고 있었는데 전 국민이 알고 있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반론했다"고도 했다.
앞서 백 전 장관은 지난 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 원장이 지난 4월 9일 감사위원회 직권심리에서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법사위에서 최재형 원장을 상대로 돌아가며 "41% 발언을 한 것은 사실 아니냐"며 "이는 대통령 우롱을 넘어서 대선 불복이나 다름없는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탄핵감"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는 강경 발언도 쏟아냈다. "팔짱을 끼지 말라"며 자세를 지적하거나 그의 친척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와 같은 공세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여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항의하며 오후 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이뤄졌다. 야당의 불참 속에 여당의 일방적인 질책만 이어진 것이다.
청와대도 이날 감사위원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최 원장 사이의 갈등 논란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지난 4월부터 공석인 감사위원에 '코드 인사' 논란이 없는 판사 출신을 청와대 측에 추천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최 원장에게 "총선 사나흘 전 (4월 9일 감사위원회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을 언급하는 것이 그럴 만한 사안이냐"고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최 원장은 "지지율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을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처신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최 원장이 인정하지 않자 당시 감사에 배석한 직원들을 불러 최 원장의 정확한 발언이 무엇이냐고 다그쳤다. 이 과정에서 이번 원전 감사 담당 국장을 일으켜 세워 질문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4·15 총선을 앞두고 감사 결과를 확정 지으려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감사 내용을 설명드리지 않으면 (그 지적에 대해) 해명이 안 된다"며 "이 자리에서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최 원장에게 "(지지율 41% 언급은) 선거를 부정하는 것으로 위헌적 발상"이라면서 "그렇게 (문재인 정부와)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 나가서 정치를 하라"고 소리쳤다. 최 원장이 "선거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신 의원은 "원장이 원전 마피아 입장에 선 것 아니냐"고 했다. 최 원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지지율 관련 발언은 정치인이 아니고는, 선출직인 의원들도 발언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지금 보여주는 행동은 이분(최 원장)이 정치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지 의혹을 품게 된다"고 했다. 이에 최 원장은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처신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라며 반론하려 했다. 그러나 소 의원은 중간에 말을 끊은 뒤 "답변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100만 공무원을 감사하는 원장으로서의 발언은 아니다"라고 했다.
소 의원은 이어 "감사원장이 '국민의 지지' 운운하고 대통령 지지도 얘기하면 원장님이 '저기 신문' 속에 뛰어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죄송하지만 저는 원장님이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을 떠나, 과연 평생을 존경받는 법관으로 생활한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 의원은 "많은 국민께 오해 끼친 점에 대해 감사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최 원장의 친척이 원자력 연구소에 근무 중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이에 최 원장은 "제 동서 중 한 명이 원자력 정책 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는데 그 업무가 감사 사항인 월성 1호기와 무슨 관련
인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최 원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으며 "지금 팔짱을 끼고 답변을 하나"라고 지적했고, 최 원장은 "아이고 죄송하다"라고 자세를 고쳤다.
최 원장은 "의도와 관계없이 정치적인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 제 발언에서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한다"면서도 "말하고자 했던 전체적인 취지에 유념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