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향후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기존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에 맡기고 자신은 이 사건을 지휘하지 않는 방안을 건의했으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장관 지시를 말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추 장관은 지난 2일 이번 사건은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됐기 때문에 윤 총장은 이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내용의 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윤 총장은 엿새 만에 '독립 수사본부' 절충안을 냈지만 추 장관은 이를 거절하고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 내용을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 채널A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김영대) 서울고검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장관께 건의했다"며 "(수사본부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중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냈다.
윤 총장이 이번 사건에서 지휘권을 놓고 기존 수사팀도 계속 수사를 하게 하는 대신, '편파 수사' 비판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아닌 검사가 지휘하는 확대된 수사본부를 만들어 채널A와 MBC 양쪽을 모두 수사하게 하겠다는 절충안을 낸 것이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윤 총장 입장이 나온 직후 "총장의 건의 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文言)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추 장관이 당초 지시한 대로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사건 처리를 일임하라고 한 것이다. 사실상 윤 총장에게 '절대 복종'을 요구한 셈이다.
한편 이날 윤 총장이 '건의'한 절충안은 법무부와 대검 고위 간부들의 협의를 거쳐 나온 '합의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먼저 대검에 이날 윤 총장의 절충안을 언론에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이렇게 중대 사안을 법무부 최고위 핵심 참모인 검찰국장이 그렇게 움직인 것은 당연히 추 장관도 추인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런데 윤 총장이 입장을 낸 지 1시간 40분 뒤인 이날 오후 7시 52분 추 장관은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라"며 윤 총장의 제안을 공개 거부했다. 대검 간부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언론에 오픈해 달라고 해서 (절충안을) 공개했다. 당연히 장관과 얘기가 된 걸로 알았다"며 "그런데 그걸 스스로 뒤집었다. 사기꾼들이다. 사기꾼"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검 관계자는 "모 고검장과 절충안을 만든 조남관 검찰국장이 '추 장관 면 세워주자. 총장이 건의하는 식으로 발표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뒤통수를 때렸다"고 했다. "일국의 법무장관이 이렇게 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해괴망측한 돌발 행동"이란 비판도 있었다.
검찰 일각에선 "추 장관이 '합의'를 뒤집은 것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황희석 최고위원 등 채널A 기자의 취재를 유도했다는 '공작 의혹'의 당사자들이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7시 52분 '법무부 알림'이란 제목으로 추 장관의 거부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이후 오후 9시 55분쯤 최강욱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국 백서' 작성 관계자들의 페이스북에도 똑같은 '법무부 알림' 글이 올라왔다. 이는 법무부의 추 장관 메시지 가안이 최 대표를 비롯한 특정 관계자들에게 사전 유출된 정황으로 해석됐다. 논란이 되자 최 대표는 30여분 만에 글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