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살아계셨네요."
1970년대 서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으로 끌려간 납북 선원 박양수씨(58)와 최영철씨(61)가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첫날 단체상봉 행사에서 동생 박양곤씨(52)와 형 최선득씨(71)를 각각 만났다.
납북됐던 오대양호 선원 전욱표씨(69)는 북한을 탈출해 작년 9월 국내에 들어오기도 했다.
박양수씨의 부모와 큰형은 모두 세상을 떠 이번 상봉에는 동생인 양곤씨가 부인과 함께 형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찾았다.
양곤씨는 42년 만에 만난 형을 보자마자 한동안 흐느끼며 서로 뺨을 어루만지다가 “형님이 건강하시니까 감사합니다"라며 격해진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양곤씨는 형에게 남쪽 소식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돌아가신 부모님과 큰형의 묘소 사진, 가족사진, 고향마을 풍경 사진을 챙겼고, 내복 등 의류와 생활필수품을 선물로 준비했다.
최영철씨는 이날 상봉에서 나이가 열 살이나 많은 맏형 선득씨를 만나 한동안 말을 잊은 채 오열하며 분단과 헤어짐의 아픔을 달랬다.
선득씨는 “내가 게으른 탓에 이렇게 늦게 만났다"며 동생에게 미안함을 보였고, 영철씨는 “다른 식구들을 다 만나봤으면 얼마나 좋겠냐"며 남쪽의 다른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시했다.
정부에 의해 전시납북자로 인정된 북한의 최종석씨(93)와 최흥식씨(87)도 이번 상봉대상에 포함됐으나 모두 사망해 각각 남쪽의 딸 최남순씨(65)와 아들 최병관씨(68)가 북쪽의 이복형제와 만나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전해들었다.
남순씨는 생면부지의 동생을 만나 흐느끼며 “그래도 이렇게 사셨으니까 외로움이 덜했을 것"이라면서 이복동생으로부터 아버지의 사진을 건네받아 보고는 “아무리 봐도 제 아버지가 아니에요"라고 했다.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김성윤 할머니(96)는 여동생 석려씨(81)를 만났고, 감기 증세로 거동이 불편해 응급차를 타고 금강산까지 이동한 김섬경 할아버지(91)는 딸 춘순씨(68), 아들 진천씨(65)와 혈육의 정을 나눴다.
북측은 이산가족의 구급차 이동에 대한 남북 간 사전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상봉의 비공개를 요구해 남측이 이를 수용했다.
두 시간에 걸친 이날 상봉에서는 남측 이산가족 12명이 부부·자식, 47명이 형제·자매, 23명이 3촌 이상 친지를 각각 만났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