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경험과 내적 표현의 심상풍경 떠올리는 암시성 두드러진 작품”
◇ 그리기의 역공법(逆攻法), 남학호의 돌 작품세계
‘조약돌 화가’로 익히 알려진 남학호(60) 화가의 작품전이 오는 10월10일부터 11월1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8전시실에서 개최된다. 매년 중견작가를 선정해서 한 달간 작품전을 열어주는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사업이다.
이번이 12번째 발표展이다. 40여년을 줄곧 돌(石) 그리기에 천착해 온 그를 세간(世間)에서는 조약돌 화가(石心畵家)라고 부른다. 지난 3년 동안 100호 크기 이상의 대작(大作)들을 준비해 온 만큼 벌써 주변으로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장미진(미술평론가) 박사는 “돌들이 함축하고 있는 시공간의 지층과 존재간의 상호관계를 섬세하고 정교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면서 ‘시각적 리얼리티의 정감적(情感的) 변용’이라고 했고 또한 “한국화가의 기본 필법과 채색법 등의 기법을 기저로 하여 개성적인 방식으로 진행 중으로 그리기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또 다른 묘법으로 인간적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대 미술의 문맥에서 본 회화의 역공법(逆攻法)’을 구현한다”고 평했다.
주로 150호에서 1200호(횡으로 8미터)까지의 대형 캔버스 사이즈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작품들은 갤러리공간과 작가의 심상공간이 어우러지면서, 외적인 공간 확장의 효과와 함께 내적인 침잠과 여백의 울림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태수(전 매일신문 논설주간) 시인은 “남학호의 조약돌(몽돌)그림들은 서정시(抒情詩)를 방불케 한다. 서정시가 대상의 재현(再現)보다는 자기표현(自己表現)에 무게를 싣듯이, 그의 그림들은 극사실적인 묘사에 뿌리를 두면서도 선택된 대상을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주관적인 경험과 내적內的 세계의 표현으로 심상풍경(心象風景)을 떠올리는 암시성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이번 작품들은 ‘석심(石心-생명)’이라는 명제로 일관하는 연작이다. 조약돌들의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작가의 내면과 심상풍경을 암시적으로 표출하며, 돌에 인격(人格)을 부여하는 동화(同化)와 작가의 감정을 이입해 그 생명력에 천착하는 투사(投射) 기법이 다채롭게 구사되고 있다.
또한 특징은 어김없이 나비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조약돌에 비해 왜소(矮小)해 보이는 나비가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상징적(象徵的) 의미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심상을 반영하는 ‘생명의 화신(化身)’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안겨준다.
종래에 조약돌에 날아들던 나비들을 다 어디로 날려 보냈는지, 초대형의 화면에 마저 오로지 한 마리의 작은 나비만 화룡점정(畵龍點睛)처럼 포치(布置)하는 변모를 보이고 있다. 그의 나비는 언제까지나 잊히지 않는 추억과 그리움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랑의 화신'일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한다.
그림에서 나비(蝴蝶)는 행복과 장수(長壽)와 복(福)을 가져다주는 상징이다. 호접(蝴蝶)의 호(蝴)는 발음이 후(hu)와 같아서 복(福)이나 부(富)로 서로 의미를 바꿔 쓴다. 접(蝶)은 디(die) 발음이어서 80세의 노인을 의미하는 기(耆)와 뜻을 같이 한다. 장수의 상징이다. 십장생(十長生)에서도 돌(石)을 으뜸으로 친다.
돌은 나비를 품고, 나비는 돌과 생명을 함께 한다. 불로장생을 염원하는 인간들의 욕망을 돌(石)과 나비를 통해 주술적으로 기댄다. 익수(益壽), 오래오래 사세요! 라는 뜻이다.
남 화가는 영덕이 고향으로 대구대학교 미술디자인학과(동양화) 및 동 대학원 졸업하고 12번의 개인展을 열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김해시 클레이아크미술관, 광주문화예술회관, 전남시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 수백회의 초대展에 참여하였고, 신라미술대전(2011), 대구시미술대전(2017), 경북미술대전(2018)에서 '초대작가상'을 수상 하였다.
현재는 한국미협회원, 대한민국미술대전(서울), 정수미술대전(구미시), 대구시미술대전(대구시), 경북도전(경북도), 신라미술대전(경주시), 개천미술대전(진주시), 전국소치미술대전(진도군), 대한민국한국화대전(광주시), 김해미술대전(김해시)에서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은행, 한국산업공단. 한국정보화진흥원. 마곡보타닉파크타워. 경상북도. 대구교육청. 경북청도군 등 각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연락처 010-2515-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