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는 법 지상주의자인 한비자(韓非子)가 유가(儒家)의 덕치주의를 비판한 고사로 유명하다. 초나라 때 한 무기상인이 시장에 창과 방패를 팔러 나왔다. 상인은 먼저 창을 들고 외쳤다. “여기 이 창의 예리함은 천하일품으로 그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어버린다”고 했다. 이어 상인은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 “이 방패는 견고하여 어떤 창이라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지켜본 구경꾼들이 “그러면 예리한 창으로 견고한 그 방패를 찔러보면 어떻겠소”라고 물으니 상인은 서둘러 시장을 떠났다.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생겨난 고사로 한비자의 난세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주제를 두고 한 사람이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게 행동할 때 우리는 이율배반적이라 한다. 그리고 일이 생겼을 때마다 왔다갔다하며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사람을 자가당착적 행동자라 표현한다.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옳지 못한 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요즘 많이 유행한다. “남이 바람을 피우면 불륜이고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라는 것이다. “남이 벼락을 맞으면 하늘의 뜻이고 내가 벼락을 맞으면 재수가 없는 것”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자기에게 유리하게 마음대로 해석하는 모순적 태도를 꼬집는 표현이다.
지금 우리 정치판이 이런 모순적 상황에 빠져있다. 여야가 현안마다 집단의 이익에만 매달려 협치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사 청문회를 마주할 때는 극과 극으로 대치한다. 언론에서는 이를 ‘창과 방패의 대결’로 비견한다.
인사 청문회의 본질인 능력 검증이나 도덕성 검증은 처음부터 뒷전이다. 한쪽은 창을 들고 천하일품이라 떠들고 다른 한쪽은 천하무적의 방패라고 떠드니 국민이 보기에 어이가 없다. 8.9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벌써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미 16명의 장관급 인사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전례로 볼 때 결과는 뻔하다는 관측이다. 청문회 무용론이 고개드는 이유다. 내 기준과 내 이익만 생각하고 세상을 재단하면 모순은 필연적으로 생긴다. 이번 청문회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