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지역 문화예술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구 간송미술관’ 건립을 강행한다. 시가 수백억 건립비 등을 부담하며 ‘사립 미술관’을 유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거세다.
13일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간송미술관을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물로 짓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국·내외 건축가를 대상으로 공모하기로 했다.
시는 오는 5월까지 일반경쟁 공모를 통해 2개 작품을 뽑고, 6월에는 ‘지명 공모’ 방식으로 국내와 국외 작품을 각 2개씩 고른다는 구상이다. 모두 6개의 작품을 두고 논의를 거쳐 오는 8월쯤 최종 건축안을 정한다.
대구시는 설계 공모 이후 기본 및 실시설계 절차를 거쳐 2020년 하반기 중 본격적인 공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1년 12월 완공이 목표다.
시 관계자는 “오는 15일까지 운영 및 건축전문가 추천을 받아 총 7명 규모로 국제 공모를 위한 전문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라면서 “국내·외 건축가에게서 건축안을 받은 이후 최종 당선작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건축을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으면서 지역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반대 단체 측은 특정재단 미술관 분관을 건립하는 데 공공 자산인 대구시 땅을 내어주고 건립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는 '지역 문화주권 침해'사례로 시가 시민과 소통 없이 강행하는 것은 '불통 행정'이라며, 건립 반대 서명운동 등을 추진 중이다.
대구의 한 중견 화가는 "수백억원을 들여 미술관 지어주고 운영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운영권을 통째로 간송측에 주겠다는 것과 다름아니다"며 "결국 대구가 챙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게 뻔한데 혈세를 투입하면서까지 지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구 간송미술관은 수성구 삼덕동 대구미술관 옆 8300㎡(연면적)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들어선다. 전시실·수장고·조각뜰·체험공간 등이 마련된다. 해당 부지는 시 소유 공원부지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변경해 미술관 건립이 추진된다.
예상 사업비는 국비 160억원과 시비 240억원 등 400억원이다. 시는 약 1년 전 정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시는 간송 미술품 전시와 함께 특별기획전이나 해외미술관 교류전 등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에서도 간송 미술품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연간 1~2회에 불과한 만큼, 대구에 간송미술관이 들어설 경우 미술 애호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다는 게 대구시의 기대다.
미술관 운영은 시가 간송문화재단에 위탁한다. 운영비는 대구미술관의 절반 수준인 연간 약 5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는 입장료 수익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울 경우 나머지 금액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또 작품 구입비로 연간 5억원가량을 배정한다.
한편 간송미술관은 국내 3대 사립미술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제 강점기 민족문화 정체성을 지킨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재를 털어 모은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미인도(신윤복),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제68호) 등 역사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를 비롯해 1만점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