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케이투데이)의 시 해설을 맡고 있는 김동원 시인이 동시집 ‘태양세프’를 냈다.
도서출판 그루에서 펴낸 이번 동시집에는 1부 ‘태양세프‘, 2부 ’얼음학교‘, 3부 ’바람의자‘, 4부 ’아빠가 보고 싶은 날은‘, 5부 ’빨간 머리통’으로 나누어 48편의 작품을 실었다.
표제작인 ‘태양세프’는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나는 우주에서 제일 어린 태양 세프
황소별을 통째로 구워 메인 요리로 낼 거야
지구의 모든 어린 친구들 다 불러 올려
달 위에서 콘서트를 열 거야
K팝 아이돌 형아들 초대해 힙합을 추게 할 거야
수천 대 인공위성은 녹여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고
달빛 속에서 친구들과 손잡고
싸이 아저씨의 강남 스타일의 말춤을 출 거야
화성에겐 북극 오로라 빛을 섞은
달콤한 아이스크림 천 개쯤 만들어 오게 하고
물고기별과 고래별은 밤하늘 바다 속에 헤엄치게 할 거야
아! 그 새벽 만약 내가 오줌이 마려워
꿈만 깨지 않았다면,
나는 우주에서 제일 멋진 태양 세프
-태양세프 전문
서평에서 박방희(시인) 아동문학가는 “김동원의 ‘태양 셰프’는 우주적 상상력과 활달한 감성으로 빚어낸 한 편의 판타지 동시이다. 황소별을 통째로 구워 메인 요리로 내고 지구의 모든 어린 친구들을 불러 달 위에서 콘서트를 열겠다는 우주적 상상력과 수천 대 인공위성은 녹여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고, 물고기별과 고래별은 밤하늘 바닷속에 헤엄치게 한다는 발상은,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수작(秀作)이다. ‘초록 수프’ 역시 ‘아침마다 딱따구리 소리를 넣어’ 먹는다는 참신한 감각은 신선하다. 시인은 또, 학원가기 싫은 아이들을 구름 위로 불러 올려 피아노 백 대를 치게 하고, 이 세상 나 혼자란 생각이 들 때, 풀쩍 구름 위로 뛰어올라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은하수까지 달려가 컵라면을 사먹자고 그들을 꼬드긴다. 바로 이러한 상상력이야말로 가장 동심에 다가서고 동심과 통하는, 어린이다운 발상 아니겠는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원 시인은 자평에서 “「태양 셰프」의 매력은 우주 공간을 시의 무대로 상상한 시적 발상에 있다. 해와 달을 언어로 산과 바다를 동시의 재료로 보았다. 스무 살 무렵 나는 당나라 시인 이백의 작품 「월하독작(月下獨酌)」에 푹 빠져 살았다. 이백은 미치광이처럼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내 머릿속에 펼쳐주었다. 황당무계한 비유도 좋았거니와 그의 시적 압축과 팽창은 엄청나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갖고 놀게 했다. 그때부터 나의 롤 모델은 이백이었다. 「태양 셰프」에서 보는 것처럼, 시적 화자 ‘나’는 우주에서 제일 어린 태양 셰프이다. 이 시의 착상은 요즘 대세인 TV 프로 ‘먹방’을 보다 홀린 듯 받아썼다. 시속의 주인공을 ‘셰프’로 설정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싸이의 ‘말춤’과 ‘별나라 친구’들을 한 명씩 초대했다. 황소별을 통째로 구워 메인 요리로 내고 지구의 모든 어린 친구들을 불러올려 달 위에서 콘서트를 연다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이런 상상은 또 다른 상상의 꼬리를 물고 나오기 마련이다. 수천 대 인공위성은 녹여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고, 물고기별과 고래별은 밤하늘 바다 속에 헤엄치게 하고, 오로라 빛의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시적 발상은, 재미 그 자체였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장자의 꿈 속 모티브를 끌고 와 현실 공간에 아이의 눈으로 재배치한 것이다. 나는 「태양 셰프」를 통해, 한국동시문학에서 놓친 새로운 시적 이미지를 발견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동시’를 개척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동원 시인은 영덕군 남정면이 고향으로 1994년 『문학세계』로 등단해 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 『구멍』, 『처녀와 바다』, 『깍지』, 동시집 『우리 나라 연못 속 친구들』을 출간했다.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평론집 『시에 미치다』와 시평론 대담집 『저녁의 詩』를 편저했다.
2015년 대구예술상 수상했으며,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당선, 2018년 대구문학상 수상했다.
현재 대구시인협회 부회장과 대구문인협회시분과위원장, 한국시인협회원으로 『텃밭시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