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함께 어느듯 한해가 저물었다. 어느 해든 다사다난(多事多難)하지않은 때가 없었다고 해도 올해는 유별나게 불안감과 공포감이 뇌리에서 지워지지않은 몇몇 사건들이 자꾸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사건규모가 크고 피해가 커서가 아니다. 우리사회의 근본이 뒤집어지는 조짐이 아닌가하는 무서움 때문이다.
가장 놀라운 일은 문재인대통령 평양방문 답방형식의 북한 김정은 서울초청을 계기로 건국이후 지금까지 금기시되어왔던 북한권력1인자에 대한 환영을 공공연히 표방하는 백두칭송위가 발족된 사건이다. 이 단체가 서울 한복판에서 김정은의 서울방문을 촉구하고 환영하는 행사를 벌였으나 공안당국의 아무런 제제를 받지않았고 지방조직까지 결성되었다는 것은 우리국민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방문 당시 평양시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고 집단체조를 관람하는 운동장에서 광장연설을 할 수 있는 배려를 받았다고 해서 우리도 김정은을 환영지지하는 조직과 단체를 방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헌법과 국가보안법체제가 엄연히 살아있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의 북한방문으로 이같은 법체계가 저절로 해체된 것인지 묻지않을 수 없다. 서울을 비롯한 지방도시에서 김정은 찬양조직이 자유롭게 활동한다면 그동안 북한의 갖은 만행에 증오심을 가졌던 수많은 국민들과 어떤 충돌이 일어날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남북교류와 남북화해를 거부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이 아무런 법적 절차와 국민적 동의과정도 없이 우리사회 제도가 무력화되는 사태가 과연 남북간의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또하나 우리사회의 뿌리를 뒤흔든 것은 아버지가 교사로 있는 학교에서 쌍둥이 자매가 아버지와 공모해서 시험지 유출 등의 방법으로 성적을 조작했다는 사건이다. 이같은 방법으로 문과 이과에서 각각1등을 한 사실이 드러난 숙명여고사건은 우리나라 대학입학전형제도에 근본적 불신을 가져왔다. 뿐아니라 추악한 스승상과 아버지상이 극단적으로 부각됨으로써 가정과 학교교육의 뿌리가 깊이 병들어 우리의 미래에 어두운 절망의 그림자를 드리운 것이다. 아버지이며 스승인 그 교사가 자녀이면서 제자에게 부정행위를 가르치고 불의한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범죄를 익히게 했다는 것은 인간사회의 인륜과 천륜을 어지럽혔다해도 과언이아니다. 혀짜래기 애비가 자식에게 자신은 “빠담 풍”해도 자식은“바람 풍”하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이라 했거늘 어쩌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되었는가? 지금 전국의 고교에 숙명여고의 경우처럼 자기자녀와 함께 근무하는 교사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고 이들 교사는 상피제 근무를 반대한다고 한다. 많은 학부모들은 과연 이런 학교에서 내신성적이 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인지, 이를 근거로 한 대학입시 수시전형이 제대로 된 전형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숙명여고 사건에서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의 잘못에 상위기관 당무자의 책임지는 모습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게한다. 70년대 고교입시부정 사건에서 교육자의 책임을 지고 자살을 선택했던 고 김주만 경상북도교육감의 경우가 새삼 기억된다.
이같이 혼탁한 교육풍토에서 파생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인천의 중학생구타살해사건은 우리나라 인성교육의 막장을 보는 참혹함을 금할 수 없다. 친구를 아침 저녁으로 죽도록 구타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시신을 방치했는가하면 죽은 친구의 옷을 입고 수사관앞에 나타났다는 보도는 이런 아이들이 우리와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2세들인지 믿고 싶지않다. 그들은 어린 학생이라기 보다 작은 괴물이고 악마들이다. 우리의 학교와 가정에서 왜 이런 괴물과 악마들이 자라났을까? 내신성적 때문에 사도와 천륜이 무너진 교실에서 친구는 단순한 선의의 경쟁상대가 아닌 먹고 먹히는 적대관계로 인식되는 정글이 된 것일까?
근본이 무너져 내린 2018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밝은 새해가 오기를 기다려 본다. (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홍종흠(洪宗欽) 프로필
현)대구경북언론인회 칼럼조정위원장
매일신문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장
대구가톨릭대학 겸임교수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3대 의장
대구광역시 문화상 수상
(저서및 편역서)
대구의 앞산, 대구의 뿌리 수성, 팔공산,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
국역계동선생문집,대구의 고문선,수성사직제의례, 선(禪)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