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이 5.52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년 전인 2008년(5.45배)보다 차이가 더 커졌다. 특히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이 많이 줄어들었다. 1분위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은 정부지원금을 포함해 월 평균 101만200원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발표에 대해 대부분 언론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빈부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 파산했다’고 비판했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된 뒤 높아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편의점, 치킨집 등의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줄고 점주가 직접 카운터를 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긴 하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임금인상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사회의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이처럼 근시안적으로 진단하는 것에 대해, 해결책 모색 차원에서 대단히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빈부 소득 격차가 일시적이 아니라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소설가 조정래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한국의 GDP가 3만달러인데 양극화가 엄청난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2006년 지니계수가 0.42였다. 0.4가 넘어가면 위험한 사회다. 작년에 0.48로 넘어갔다. 큰일 났다”고 말했다.
지니계수는 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 지를 알려준다. 일부 학자의 연구에서는 ‘통합소득(근로 소득과 자산 보유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합친 소득)’을 따져보면, 한국의 지니계수가 0.5를 넘는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지니계수가 0.5를 넘으면 불평등 정도가 ‘매우 높은 상태’로 본다.
옛날 우리 국민은 ‘가난은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며 불평등과 빈곤 상속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불평등을 팔자나 남편에 의해 결정되는 굴레로 순응한 것이다. 아직까지도 조상 묏자리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 불평등을 주로 연구해온 사회학자 에드워드 로이스는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는 책을 펴냈다. 그는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가난 문제가 오히려 악화되는 이유는 가난이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에게 국민들이 합법적으로 권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민들이 불평등으로 인해 이득을 얻는 사람들에게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갖다 바쳤기 때문에 불평등이 지속된다고 보는 학자다.
에드워드 로이스는 오늘날 미국 사회에 만연한 부의 불평등 문제가 기업인을 주축으로 한 세력이 학계와 언론, 시민 사회에 끊임없이 압력을 가하고, 왜곡된 이미지를 배포한 결과물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면서 그는 자본만큼이나 불평등하게 분배된 권력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를 몰아내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나는 독자들에게 에드워드 로이스의 주장을 우리 생활공간 속에서 적용해 보며 불평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진단해 보길 바란다. 내 주변에서 ‘승자독식’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시장 경제 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동안 권력을 잡고 있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그들의 재산이 지금 얼마나, 어떤 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길 권한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빈부 양극화 문제는 불치병이 아니다. 시민 개개인의 힘이 왜소해보일지라도, 한 명 한 명 네트워크를 만들어 양극화 문제에 대처하면 어느 정도는 호전시킬 수 있는 사회병리현상이다. 빈부격차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불평등 문제도 마찬가지다.
심충택
(언론인,대구경북언론인회 부회장)
경북대학 치과병원 상임감사
대구문화재단 이사
대구지방법원 조정위원
전)영남일보 편집국장,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