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싸고 있는 평양행사에서 리선권 북한조평통위원장의 우리측 당정재계(黨政財界)인사들에 대한 오만무례한 발언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문대통령의 평양환대 훼손이 아니라”고 했다. “발언 내용의 사실관계가 밝혀지지않은 상태”라고 전제하면서도 “남쪽의 예법이나 문화와 좀 다르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받았던 엄청난 환대”에 비하면 그렇게 문제될 게 없다는 논평이다. 또“말이라는 게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면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며 “칭찬이 비난이 되기도 하고 비난이 칭찬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않았다면 이선권이 오만무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뒤맥락이 연결되지않은 말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말도 원칙적으로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설사 그런 사실이 있었더라도 문대통령이 받은 환대의 크기를 훼손치않는 다는 투의 논평은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 평양정상회담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공식 만찬장에서 리선권이 우리 기업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단순히 기업인 개인에 대한 모욕이라고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 초대된 대통령수행기업인에 대한 모욕적 언사는 우리측 대표단에 대한 무례이며 그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무례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바로 그같은 감정에서였다고 할 수 있다. 탈북민들의 견해로도 이같이 저속한 발언은 북한의 예절이나 문화에 비추어서도 대단히 무례한 언사라는 게 중론이다.
평양에서 받은“대통령에 대한 환대”는 단순한 “우리민족 끼리”의 친교행사에서 북측이 보여주는 순수한 호의만은 아닐 것이다. 친구나 친척간의 방문에서 환대는 순수한 호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남북간의 정상회담은 평화와 교류를 목표로 한다지만 사실상은 지금까지 적대관계에 있던 남북간에 안보이해와 교류의 손익을 엄중하고 예민하게 협상하는 자리다. 북측의 호의와 환대는 우리측으로부터 더 큰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유인의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이해관계가 걸린 행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환대와는 달리 우리 수행원에 대해 무례를 저지른 것을 두고 대통령 환대에 훼손될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국익에 중대한 손실을 끼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그래서 일부에서 김대변인을 “리선권 대변인”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북한 김정은이 남북군사합의에서 서해NLL을 인정했다는 문대통령의 공언과는 달리 북한군에서는 이를 인정하지않고 있다는 국방장관의 국회보고는 상하가 다른 북한의 실상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합의는 아무리 해봤자 실효가 없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속은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문대통령이 국민에게 거짓말 하지않은 이상 북한은 상하가 별개로 행동하는 전략으로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냉면이 목구멍”에 운운하는 발언도 대통령을 환대하는 한편 수행기업을 협박해서 이익을 얻어내려는 이중(二重)푸레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이같은 일은 문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도 있었다. 중국측의 문대통령에 대한 접대수준의 평가는 접어두더라도 우리측 수행기자단을 구타하고 상처까지 입혀놓고 제데로 사과조차 하지않는 것은 바로 중국의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 때도 우리는 중국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묻지않았고 결과적으로 우리를 얕보게했다.
이런 모욕적 언사에 정부여당이 이를 제데로 확인해서 질책하기 보다 얼버무리거나 변명하려드니 “배나온 사람에게 예산을 맡기면 안된다”든지“이제 3철이 나올 때가 되지않았느냐”는 등 더욱 방자해지는 것이다. 정부 여당의 북측 대변인 같은 언사에 리선권은 자기주제를 모르고 우리 내정에까지 농조의 황당한 헛소리를 내는 게 아닐까?
북측이 우리를 우습게 보는 환대라면 과연 남북회담의 결과가 진정한 평화와 비핵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홍종흠(洪宗欽) 프로필
현)대구경북언론인회 칼럼조정위원장
매일신문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장
대구가톨릭대학 겸임교수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3대 의장
대구광역시 문화상 수상
(저서및 편역서)
대구의 앞산, 대구의 뿌리 수성, 팔공산,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
국역계동선생문집,대구의 고문선,수성사직제의례, 선(禪)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