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이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항공기가 경항공기 3대를 포함해 9대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고 놀랐다. 공항에 9대의 비행기가 계류해 있으면 다른 항공기의 주기(駐機)가 허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말이 국제공항이지 ‘자가용 비행기시대’라는 시각에서 보면 그야말로 시골공항 수준 아닌가.
달성군 가창에 있는 대구텍의 대주주인 이스라엘 IMC그룹의 최고위급 인사가 대구를 찾았을 때 대구공항의 빈약한 주기장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자가용 비행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해 머무를 수 있다고 생각한 회사 측과 주기장이 부족해 자가용 비행기 계류가 곤란하다는 공항 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대구텍은 1998년 IMC그룹이 대한중석광업을 인수한 뒤 바뀐 사명으로, 첨단장비 구축과 시설투자를 확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성장했다. 매년 3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며 대구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대구시가 상황을 파악하고 중재에 나서 어렵게 주기공간을 마련한 모양인데 명색이 국제공항인 대구공항에 자가용비행기 한 대 세워 둘 공간이 없다는 현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대구공항의 비효율적인 활주로 이용도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국내 다른 공항과 비교할 때 대구공항에 배정된 시간당 활주로 용량(슬롯)이 턱없이 적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공항공사와 공군이 함께 사용하고 있는 대구공항은 활주로 2개를 통해 시간당 30편의 슬롯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공군이 비공식 기준을 적용해 민간 항공기를 시간당 6편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구공항은 더 이상 노선 증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해공항의 경우 공군과 협의해 현재 시간당 17편(주중)~24편(주말)의 슬롯을 확보해 두고 있는 모양이다. 대구시와 한국공항공사는 김해공항의 사례를 들며 슬롯 추가 배정을 군에 요구하고 있지만, 공군이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잘 알다시피 대구는 현재 대구공항 이전문제를 놓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대구시내 시민단체와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대구공항지키기 운동본부’가 발족했다. 운동본부는 그날 발대식을 가지고 대구시가 시민여론을 수용해서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운동본부는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존공항을 매각하고 군 공항을 지어주는 기형적 사업으로 타 도시 공항들이 국비로 건설하거나 이전을 추진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 시민들에게 대구공항 존치 필요성과 통합이전의 허구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시가 구상하고 있는 신공항 건설은 걸림돌 없이 추진되더라도 공항 건설 까지는 10여년 걸린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들이 공항이전을 반대하며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있는데다 집권여당 일각에서는 이전후보 지역인 군위·의성군이 산악지역이어서 이착륙 충돌방지를 위한 장애물을 제거해야하는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저런 여건을 감안할 때 대구공항 이전문제는 앞으로 첩첩산중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여 진다.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됐다시피 대구공항은 현재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객 수가 올해 4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다. 대구시가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더라도 지금의 대구공항 현안을 모른 채 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자가용 비행기시대에 대비한 주기장 확장과 활주로 이용의 효율성 문제에 대해 공군이나 한국공항공사와 꾸준히 협의를 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순서에 맞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심충택
(언론인,대구경북언론인회 부회장)
경북대학 치과병원 상임감사
대구문화재단 이사
대구지방법원 조정위원
전)영남일보 편집국장,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