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낭독하다가… - 26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39주기 추모·추도식’에 초헌관으로 참석한 이철우 경북지사가 추도사를 낭독하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초헌은 신위에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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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임께서는 국민이 굶주림 없이 모두가 배불리 잘 살아야 한다는 고뇌에 단 하루도 편히 잠 못 드시고…."
26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박정희 대통령 39주기 추모·추도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던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겼다. 이 지사는 감정이 북받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좌중이 일시에 숙연해졌다. 이 지사는 다시 낭독을 시작했으나 곧 다시 중단됐다. '이역만리 독일에서 가난의 한을 안고 지하 1000m 갱도에서 탄을 캐고 병원에서 궂은일을 하던 젊은이들과 부둥켜안고 흘렸던 뜨거운 눈물은'이라는 부분이었다. 참석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 지사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박 전 대통령을 생각하니 잠시 울컥했다"고 말했다.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가 연 이날 추도식에는 600여명이 참석했다. 추도사, 고인 육성 녹음 청취, 추모곡 연주, 묵념, 시민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국회의원은 구미가 지역구인 백승주·장석춘 의원이 참석했다. 이 지사가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전에 초헌(初獻·신위에 첫 번째 술잔을 올림)을 했다. 원래 초헌은 관례에 따라 구미시장이 맡아왔다. 그러나 지난 6월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구미시장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구미시장 불참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이 지사가 초헌을 대신한 것이다.
백승주 국회의원은 추도사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박정희 역사를 지우고 구미에서 박정희 흔적을 지우려 하는 일은 부질없는 정치 낭비"라며 우회적으로 추도식에 불참한 장 시장에게 불만을 표현했다.
이 지사의 추도식 참석을 앞두고 지난 24일 경북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미시장이 불참을 결정했는데, 도지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것은 구미와 경북도의 갈등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경북도가 추모제를 정치적으로 부각시켜 구미 시민들을 분열시킬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지자체장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대통령의 추모식이라도 참석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음 달 14일 생가에서 열리는 박 전 대통령 탄신제에서도 생일상을 주관하고, 같은 날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리는 정수대전 시상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추도식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정희 대통령 역사 지우기 반대' 서명운동을 받았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박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서 '박정희 지우기 장세용과 촛불 독재 막아내자' '박정희의 역사 대한민국의 역사 새마을 폐지 반대'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