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현지 거주 요건 없이도 취득과 유지가 수월한 필리핀은퇴비자(SRRV)를 악용해 사실상 내국인들이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출입하는 사례가 늘자 문체부는 지난 8월부터 해외이주자 출입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시행했다.
그동안 여권, 영주권카드, 재외국민등록부등본 등을 통해 출입 자격을 확인하던 것을 8월부터는 출국할 경우 재외국민으로 표시되는 주민등록표초본과 출입국사실 증명서를 추가로 제출받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문체부의 새 행정지도가 시행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8월 9일 그랜드코리아레저(주)가 운영 중인 세븐럭 코엑스점에서 또다시 필리핀은퇴비자가 취소된 내국인이 도박한 사실이 시민 제보를 통해 적발됐다.
카지노측은 문체부가 통지한대로 관련서류를 모두 확인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당사자가 자진신고하지 않는 한 영주권 취소사실이 주민등록표초본과 출입국사실증명서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효성도 없는 행정지도를 하달한 문체부는 지난 10월부터 또다시 ▲필리핀은퇴비자 소지자에 대해선 반기별로 확인해 1년간 출입국 기록이 없을 경우 출입제한 조치를 하고 ▲영주권 상실 사실을 숨길 시 형사처벌 등 법적책임에 대한 동의서를 징구하는 내용의 새 행정지도를 시행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필리핀 이외 파라과이, 터키,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등 상대적으로 영주권의 획득·유지가 수월한 국가들의 영주권을 탈법적으로 악용해 출입할 경우 현재로서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이주자는 내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전제 하에 국내로의 관광 유도와 외화획득을 위해 외국인전용 카지노의 출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왔다.
하지만 필리핀 은퇴비자 소지자와 같이 카지노 출입만을 목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내국인들의 경우에는 관광진흥법상 취지에 맞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김 의원은 “내국인이 수년간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드나들며 상습 도박을 일삼는 동안 문체부나 사감위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며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인 외국인전용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문제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영주권자는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악용해 상습 도박을 일삼는 한국 국적자들에 대한 관리, 단속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내국인이 부정출입하는 경우가 일절 없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