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환 작가- 대구출생 .대구성광고 졸업 .경북대 독문과 졸업 <주요저서>마음 중 단편 .대불(시집) .김대중 .한국전쟁 언저리 .금호강의 영혼(시집)
#매주 목요일 연재
지하국가2
2. 다섯 왕비의 씨앗 싸움-1
한편, 지구의 지상국가1에서는 너무도 어이없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일이 벌어진다. 넷째 왕비는 자신의 아들을 왕세자로 책봉해야 된다고 우기며 나선 것이다. 이미 다 정해진 다음에 말이다. 정신병자 같은 행동이 나온 것이다. 시간이 되면 넷째 왕자는 출궁을 하면 되고 편안하게 살면 되는데 어머니 때문에 생목숨이 죽게 생겼다. 넷째 왕비도 자살을 하는 꼴이다. 모자가 목숨을 끊으려는 비참한 일을 벌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왕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국법대로면 처형해야 하건만 정신이 돈 사람 같아 정상을 참작해야 할 지경이다. 왕은 돌아버린 넷째 왕비를 죽이기도 그렇고 왕자도 그랬다. 멀리 유배를 보낼 수밖에 없다. 어디로 내쫓을 것인가? 신하들도 죽이기에는 너무 이상스러워 그 방침에 큰 반대를 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왜 이 여인은 이런 괴상스런 행동을 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왕은 첫째 왕비에게 물어본다. 왜 그런 것인가를? 첫째 왕비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면 알 수 없는 행동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자신도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될 때 삶의 의욕이 없었고, 세상이 이상스러웠다고 한다. 의미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 여자가 애를 못 낳으니 죽은 목숨 같으나 죽지 못해 사는 것이거나 죽는다고 세상이 달라지나, 자신만 바보일 뿐이다. 그러니 낙이 없어도 그냥 살고 있는 것이라고. 엉뚱한 것을 통해서나 양아들을 통해 그렇게 사는 것이었다고 한다. 100억년의 수명을 지닌 태양을 100살로 칠 때 인간은 32초만 살다가 가는 우주속의 하루살이가 아니라 32초 살이다. 32초만 사는 인생이 이렇게 사연이 많기도 하다. 32초에서 5초가 남았나? 4초가 남았나? 즐겁게 4초만이라도 살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가 않다. 60억, 600억이 넘는 인간일지라도 몇 명을 만나거나 알고 사라지는 인간일까? 알 수 없는 4초가 왕의 앞에 남아있는 듯이 보인다. 두 여인은 떠났고 한 여인은 아직도 고통속이고 약간 정상인 같은 두 여인도 곁에 있다. 정상적인 두 여인도 언제 발작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요새는 국왕인 자신을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돈다. 어차피 물러날 것이고 젊은 피는 왕세자가 곧 이을 것이라는 느낌의 찜찜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마지막 4초가 미끄러지는 신세의 나날이라니! 다섯째 왕비에게서 얻은 어린 왕자가 애처로워 보인다. 자신보다 얼마나 더 폭삭 쓰러져 버릴 것인가? 사실 두렵기도 하겠다. 넷째 왕비가 마음속의 불안을 못 이겨 미쳐버린 것인가? 평화스러운 보노보 침팬지처럼 죽어 버린 것인가? 2차 세계대전 중 동물원의 유인원 중 폭격소리에 신경쇠약으로 보노보만 죽고 다른 종류의 유인원은 죽지 않았다고 했으니 말이다. 성질이 포악한 유인원들은 폭격에도 감정이 거칠어서인지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거의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도소 실험에서도 실험으로 간수가 된 일반인이 나중에는 죄수들을 이유 없이 괴롭히고 권력을 행사한다고 하니 왕세자 자리다툼이 폭격이나 교도소처럼 괴로운 일이었다고 단정할 순 없어도 완전히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사람은 미칠 수가 있는 것이다. 정신이 황폐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되는데도 말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은하수의 오작교에서 왜 이리 궁상맞은 생각만 하는지 왕 자신도 답답함 그 자체다. 은하수 길이 열려진 이 좋은 우주의 시대에 말이다. 어미에게 먹이를 구해주는 까마귀들이 있는 좋은 우주국가22에서 말이다. 대단한 까마귀들이다. 우주에 다리를 놓다니 까마귀 수가 사람숫자 60억, 600억을 넘는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그 넓은 우주에 어떻게 다리를 만드나? 까마귀도 많구나. 우주선 대신에 까마귀를 타고 다니면 되겠네. 고마운 까마귀들이다. 어수선하던 궁궐이 제 기능을 찾아가는 중이네 여기는데 신하의 전갈이 반갑지가 않다. 셋째 왕비의 아들인 왕세자가 아프다는 것이다. 멀쩡하고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인데 무슨 소린지 요상하다. 날이 갈수록 병세가 심해지고 낫지를 않는다. 도저히 살아남기 힘들 정도이고 백약이 무효이다. 그러더니 어느 날 왕세자는 죽고 만다. 32초도 못 채우고 가버리는 미물일 뿐이다. 그 좋은 패를 몽땅 버리고 죽다니 한심한 녀석이다. 아! 이래도 되는 것인가? 어리고 어린 다섯째 왕비의 소생이 왕세자가 되는구나. 저 어린 것이, 저 어린 것을 얼마나 피곤하게 돌보아야 하나? 네 명의 왕자가 곁에서 멀어지다니. 네 번이나 실패를 하다니. 음, 음 ……, 쩝쩝 …… . 마지막 이놈까지 잘못되면 이젠 왕이 미쳐 버릴 것이다. 왕이 미치면 신하들은 어디선가 똑똑한 새로운 왕을 구해 올 것이다. 아니, 내가 미치면 그대로 내가 죽는구나. 절대로 미쳐서는 안 된다. 안 미치려니 더 미칠 지경이다. 첫째 왕비는 미치기 직전까지 같다가 내성이 쌓여 견디고 있다. 왕도 정부인처럼 감정이 돌처럼 굳어지는 순간이 오고 있다. 인간이 감정의 동물인데 희로애락, 오욕칠정이 멈추다니 왜 이런가? 궁궐 안의 공기가 이상하다.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를 않는다. 셋째 왕자는 독살되었다는 것이다. 구체적 정황증거와 다섯째 왕비 쪽을 의심하는 시나리오가 너무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왕 자신이 상황을 본대로 분명이 병으로 죽은 것이고 의심을 할 만한 것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유언비어는 더 커지고 쏙 빠져들게 만든다. 신하들로 두 패로 나뉘어 일대 혼란상황이 계속된다. 시간이 갈수록 다섯째 왕비 쪽의 음모가 있었다고 여겨지는 구조가 되고 명백하지는 않으나 증거에 가까운 것들이 조작 같으나 드러난다. 왕자도 어리니 도로 첫째 왕자를 불러와야 한다는 소리가 힘을 얻는다. 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우유부단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발 빠른 신하들은 멀고먼 우주의 첫째 왕자와 연을 닿게 하여 줄을 선다. 그런데 낭패인 것이 첫째 왕자 자신이 싫어하여 거부하는 것이다. 오히려 둘째 왕자가 관심을 가지므로 많은 세력이 둘째 왕자를 추대하여 왕통을 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왕자는 과단성이 있고 무자비한 측면도 있다. 동원할 수 있는 군대와 힘을 통해 다섯째 왕자를 아예 죽여 버리는 것이다. 궁궐이 피바다가 되고 모든 것은 둘째 왕자가 차지하고 질서는 그렇게 세워지고 만다. 왕도 폐위되고 둘째가 통치하는 지상국가1이다. 그러면 둘째는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 세력도 약했지만 결과는 그의 세상이 되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둘째 왕비의 자식 둘이 지구와 우주의 좋은 곳을 차지했다. 다섯째 왕비는 비명횡사했지만 아직도 네 명의 왕비 중 세 명은 친어머니가 아니다. 배다른 왕자 한 명도 아직 생존해 있기는 하다. 둘째 왕자는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지난날의 아픔들을 덮으려고 하나 그리 쉽게 덮일 지 의문이다. 새로운 왕이 된 둘째는 친어머니를 모셔와 분위기를 쇄신하려 애쓰는데 아직도 살아있는 선왕의 왕비들의 암묵적 견제구도 만만찮다. 속 시원히 멀리 잘 가버렸는데 굳이 또 데려 오려하나? 불만이 있다. 실제 궁 안에는 첫째, 셋째 어머니만 있는데도 말이다. 두 분 모두 적통장자로서 왕위를 이를 자격이 있는 친 혈육의 왕자는 없다. 적통장자 자격의 혈육이 없으니 그리 무서워 할 것도 없고 아들을 살리려 구차한 행동도 할 필요성이 현저히 적으니 어려운 말도 쉽게 말할 수 있고, 세게 나올 수 있다. 과히 조심해야 할 그런 것이 없다. 배짱이 편한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 불행한 점도 있으나 두통거리에 시달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왕자는 왕이 되니 모든 것이 구비된 모양새 있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친어머니가 있고, 형도 왔으면 좋으련만 우주국가22에서 오지 않겠다니 끌고 올 형편은 아니다. 넷째 왕자인 동생을 데려올까? 그것은 왠지 하기 싫다. 신하들도 결사반대할 것이다. 너무도 수가 훤히 보여 자신이 어색한 기분이다. 염탐꾼을 보내 넷째 어머니의 형편을 알아오도록 지시한다. 돌아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너무도 멀쩡하다는 보고이다. 정신이상이 아니란 것이다. 넷째 왕자를 잘 키우고 있고 젊고 튼튼한 남자들도 구해 밤마다 즐겁게 지낸다고 한다. 완전히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는 보고이다. 늙어빠진 아버지에게로 돌아올 여인이 아니다. 지극히 정상인 것이다. 이 지극히 정상인 것이 안 되는 궁궐로 돌아올 리 만무하다. 다섯째 어머니에겐 미안한 감이 든다. 죽일 것까진 있었을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자기변명을 해본다. 생각하기 싫은 대목이다. 둘째 왕자에서 왕이 된 대오는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리고, 또 결혼하고, 또 결혼하고 그런 나날이다. 대오왕에게도 여럿의 왕비가 생긴다. 대오가 하는 일에 큰 잘못이 없는 한 대부분이 그렇게 된다. 대오는 지상국가1의 왕인 것이다. 대오 만세, 대오 만만세, 들리는 것은 아첨하는 소리이다. 귀가 너무 간지럽다. 사람이 살다보니 귀가 즐겁다더니 정말 귀가 즐거운 것이다. 이제껏 느껴본 적이 드문 경우이다. 이게 맞는 것인지 판단력도 흐리멍덩해지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밤에는 여인들로 몸과 마음이 즐겁고 살맛나는 세상이다. 욕심이 과하면 안 되는데 형이 있는 우주국가22는 그가 전혀 통치할 수 없는 곳이다. 우주국가22, 그곳은 안 되는데. 생각을 접어야 하는데. 귀가 마비되는 날에는 신하들이 우주국가22를 달콤하게 간질이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달콤한 소식이 귀에 들어오는데 깊이 생각하면 문제점이 있기도 하다. 선왕의 넷째 번 왕비 쪽의 혐의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셋째 왕비의 왕자를 독살한 쪽이 넷째 왕비의 감쪽같은 속임수에 속아서 일이 이렇게까지 벌어진 것이다. 억울하기는 다섯째 왕비와 왕자이다. 순리대로 억울한 쪽의 뜻을 세워주는 것이 맞지만 잘못된 행동으로 벌써 누명을 씌워 처단한 자신의 허물이 너무도 크게 나타나므로 진실을 진실대로 밝히지 않고 미적 미적거리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고 시간을 허비하는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선왕의 넷째 왕비 쪽은 늘 대비하고 있던 일이라 대오왕을 칠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지상국가1로 향해 단숨에 대오왕을 박살내 버린다. 대오왕은 겨우 혼자만 목숨을 건져 우주국가22의 형에게로 달아났다. 이 와중에 친어머니인 선왕의 둘째 왕비는 지상국가1에 잠시 머물다가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지상국가1에서 전권을 장악한 넷째 왕비 쪽은 더 악착같이 다섯째 왕비 쪽에 독살의 혐의를 덮어씌우고 둘째 왕자도 관련되었음을 선전하여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완전히 속이고 있다. 천하에 억울하기는 다섯째 왕비와 왕자이다. 이런 식으로 악이 계속 지배하는 세상을 참아내며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첫째 왕자는 흉금이 찢어지는 기분이다. 친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미련이 없지만 잘못된 것이 바로잡히지 않는 것이 너무도 답답하지만 감정만으로 전쟁을 치러다간 되레 죽을 수도 있어 세밀하고 완전한 준비를 갖추어야만 무력으로 해결이 날 것이다. 쉬운 싸움이 아니다. 묻어버리기에는 사안이 그럴 수가 없다. 드디어 결전의 날은 다가왔고 지상국가1로 진군하여 끝끝내 저항하는 넷째 왕비 쪽을 제압하여 선왕의 넷째 왕비와 왕자를 처단했다. 정상으로 돌아오고 다섯째 왕비와 왕자의 억울함도 천하에 알려 풀어주고 나니 둘째 왕자의 허물도 현실로 드러난다. 곧바로 둘째를 지상국가1을 맡기려고 했으나 좀 곤란해지는 형국이다. 첫째는 있고 싶은 지상국가1이 아니지만 질서와 민심이 안정될 때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꽤 지난 다음에야 허물이 좀 있긴 하나 살아있는 동생을 지상국가1의 책임자로 임명하고 잊어버리려고 그대로 시행한다. 지상국가1이 체계를 잡아가니 대오왕은 다시 결혼도 하고 정상적인 나라이다. 선왕도 이제는 죽은 세 왕비는 까마득히 잊고 늙은 첫째 왕비, 셋째 왕비가 있건만 새파란 어린 여인을 왕비로 맞아들여 시끄럽다. 대오왕도 이젠 경험이 많이 쌓여 섣불리 일을 벌이진 않는다. 모든 것이 느리게 진행된다. 느리게 하다가 넷째에게 당한 적은 있으나 다섯째 일을 생각하니 잘못이 크기 때문이다. 친어머니도 잃어버리고 사랑하던 여인이나 자식도 잃어버리고 쓰디쓴 인생이다. 무신경하려해도 선왕의 새 왕비들은 대오왕보다도 나이가 어린 참 한심한 일이지만 예전에도 있던 일이라 신하들의 반대도 없었다. 선왕의 체력이 감당해 낼지 모를 일이다. 궁궐 안에는 다섯째 왕비와 왕자 쪽의 인물이 씨가 말랐다가 ‘가물에 콩 나듯’ 세력이 생기긴 했으나 구심점이 전혀 없다. 셋째 왕비와 왕자 쪽의 인물은 그런대로 꽤 남아 있다. 큰 잘못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넷째 쪽의 사람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제는 오히려 복잡하다. 대오왕 자신의 인척세력이나 죽어버린 전 왕비 쪽의 사람들이 더 많고 선왕의 힘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선왕의 첫째 왕비와 셋째 왕비는 어린 왕비와 경쟁해야 하는 피곤한 신세가 된다. 안 그래도 힘들게 살아왔건만 늘그막에 더 고통이 오는 듯하다. 일찍 죽어버렸으면 당하지 않을 일인데 그게 사람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니다.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대오왕의 동생들이 태어날 수도 있다.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골칫거리가 또 생긴다고 여겨지나 그 문제야 쉽지 않을까? 생각도 되다가 잊어버리고 싶다. 선왕의 첫째, 셋째 왕비는 적통장자 왕자가 없는 셈이니 어린 왕비들이 왕자를 생산하면 더 찬밥신세이나 어쩔 도리가 없다. 아이를 생산 못하는 사람과 이제는 생산할 나이를 넘은 왕비이기에 그렇다. 심사가 뒤틀리기는 두 사람이 마찬가지다. 당연한 일이 이렇게 보장이 되질 않는가? 아이를 낳으면 아들이 대를 이어 순조롭게 다음 세대가 이어지는 것인데 배배 꼬이니 정상인이라도 심보가 비뚤어질 판이다. 다섯 명중에 세 명이나 비명횡사했는데 거기에 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다독거리는 소리도 두 번 들으면 역정이 난다. 늙어 빠진 왕도 어린 것에게 가버리고 허구한 날 할 소일꺼릴 만들어야 하니. 쯧쯧 ……, 그래도 돌이켜 생각하니 다섯이서 지낸 짧은 시간이 제일 황금기였다니. 쯧쯧 ……, 그 기간이 좋았다고. 평화스러웠고 자식들도 모두 무사했으니 말이다. 왜 그리 짧았을까? 대오왕은 이런 짧은 행복도 가지기 전에 마누라들이 죽어버리고 처참한 심경을 느껴봤다. 선왕보다 더 나쁜 경험만 해본 꼴이다. 대오왕은 자신의 힘으로 해놓은 것이라곤 다섯째를 무참히 제거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이 타력에 의해 세워진 것임이 분명한지라 태생적으로 자신감이 결여되는 점이 있다. 선왕의 두 왕비만큼이나 축 늘어지진 않았다고 생각하나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다. 선왕의 두 왕비는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인내심은 대오왕보다 나을 것이다. 잘 참아낸다고 여겨지던 선왕의 첫째 왕비가 어린 왕비의 임신소식을 듣고는 졸도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다. 하필이면 임신을 이야기한 당사자가 누구냐고 따졌지만 스트레스에 견디다 못해 좀 일찍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애도 낳지 못한 선왕의 첫째 왕비를 거창하게 장례를 치러준다. 쓸데없는 일이긴 하나 대부분의 마음들이 찬성하니 그렇게 된다. 선왕의 다섯 부인중에서 셋째만이 유일하게 정상적인 수명을 유지하고 있다. 조용히 지나갈 것 같던 셋째 왕비도 욕심이 전혀 없는 여인이 아니다. 고령이지만 발달된 의학으로 할머니라도 아기를 낳을 수 있으니 그 방식이라도 임신을 하겠단 것이 아닌가? 와와! 와 ……, 이럴 수가? 어린 왕비가 애를 낳으려니 늙은 왕비가 할머니인데도 임신을 하겠다니!! 진짜 씨앗 싸움이 일어나려는가? 와! 요상하네??? 문제는 불가능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니. 포기하려고 하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는 것이다. 남자는 늙어도 가능하고 여자도 가능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어리둥절하네. 정말로 머리가 어리둥절하네 ……, 아! 지상국가1과 우주국가22는 가능한 곳이니까? 너무 놀라지 마시라고요. 우주국가22에 있는 선왕의 첫째 아들이자 젊은 나이에 우주국가22의 왕위에 오른 유현왕에게 선왕의 셋째 왕비가 늙은 나이에 낳은 아이를 키워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동시에 선왕의 어린 왕비에게서 난 아이도 똑같이 키워달라고 한다. 유현왕이 신하들에게 물으니 선왕의 셋째 왕비에게서 난 아이는 요청을 들어줌이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합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어린 왕비에게서 난 아이는 어미가 어린 시절동안 키우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설명이라 여겨진다. 유현왕은 자신의 부인들에게 물으니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신하들의 판단이 무난하여 그렇게 결정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핏덩이에 불과한 어린 아이는 자신이 살아온 어린 시절과 흡사하다. 깡그리 모르고 성인이 되어서 어리둥절할 것이 훤히 보인다. 어려운 결정은 자신의 아이와 동일하게 키우면 서열을 어떻게 정하며 골치 아픈 문제들이 당연히 생기니 자신의 왕비들이 극구 반대하고 사실, 자신과 동일한 급인 셈인데 촌수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머리가 잘 돌아가는 신하를 불려 장래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까지 포함하여 해결책을 물으니 아주 간단하게 답을 내준다. 아예 궁궐에 두지 말고 특별장소에서 신하들이 양육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좋긴 한데 자신과 형제급인 사람을 간난 아이라고 해서 차별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다. 동생인데. 동생인데 아들과 같은 나이라니. 아들처럼 키우려니 궁궐에서 왕비들의 알 수 없는 행동이나 껄끄러운 점이 드러난다. 아이가 클 동안 가짜 엄마, 아빠가 있어야 하는데 심복 중에 누구를 시킨단 말인가? 생머리가 아프다. 자신이 아버지라고 하면 왕비 중 한 명이 가짜 어머니 역을 평생 해주어야 하는데 아무도 반기질 않는다. 누구를 뽑아 맡기나? 유현왕은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그 안을 제안한 신하에게 맡겨 버린다. 속이 좀 후련하나 길고 긴 세월을 생각하면 앞길이 안 보이는 지경이다. 선왕 내외와 내가 죽어 버리면 어떻게 되나? 알 수 없지.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유현왕도 자신의 자식들이 많아져서 누구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할 형편도 아닌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자꾸 자꾸만 생기는 것이 자식이다. 지구의 지상국가1과 연결된 끈이 모두 떨어져 버린 것 같아도 마지막 끈인 어린 동생이 멀고 먼 우주국가22에 있기는 하다. 인연의 끈은 질기기도 하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친동생은 지구의 지상국가1에 대오왕이 있다. 왕위계승권을 가진 적통장자 이복동생들이 모두 죽었는데 또 자꾸 선왕의 어린 나이의 후궁에서 각각 태어나는 왕위계승권은 없지만 적통장자 이복동생들이 생기고 있다. 답답하고 기억하기 싫은 일들을 새로운 이복동생들이 커 가면서 성인이 되면 자연적으로 다 알게 될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어쩌랴! 모두 발생하고 일어났던 사실이었으니! 세월이 흐르면 어떻게 될 지 알 도리가 없다. 유현왕의 왕비들은 그것이 불만이지만 그들의 불만을 모두 들어줄 형편도 못된다. 자신의 과거도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지냈던 것이다. 친동생인 대오왕도 그와 비슷한 일로 지구의 지상국가1에서 골머릴 썩힐 것이란 예감이 든다. 전개되는 모양새가 흡사하고 대오왕이 더 직접적인 상황에 노출돼 있기는 하다. 유현왕은 한 명의 이복동생이지만 대오왕은 자꾸만 이복동생이 눈앞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현왕은 대오왕보다 골치가 덜 아픈 것 같은 느낌이다. 억지로라도 비교를 해보니 그렇다. 왜 이렇게 여자의 생식능력이 천문학적으로, 상상을 초월하여 늘어나서 문제를 일으키는지 과거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해서 그리 되진 않는다. 언제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신경쇠약이 걸리려 하면 약이 있고 색다른 처방이 있기도 하다. 우주국가22에서 지구의 지상국가1은 보이지 않지만 전파를 사용하면 모든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다. 가지 않고도 감각적으로 느껴볼 순 있다. 단지 어린 아이처럼 신체를 어린이로 바꿀 순 없어도 추억에 빠져보기고 한다. 친어머니와 양어머니는 반대로 겹치다가 머리에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와 같은 과정을 이복동생이 겪을 것이다. 선왕 부부가 돌아가시면 혼란이 덜 생길지도 모른다. 아예 모르니까 말이다. 그것이 좋은지 혼란한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 문제가 조금씩 생긴다. 가여운 쪽에 마음이 가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친자식이 분명히 있건만 불쌍한 이복동생이 어른거리는 것이다. 이제 좀 잊을 만하다고 생각 중인데 난데없이 지상국가1에서 선왕의 셋째 왕비이며 한 명 남은 어머니가 우주국가22로 온다는 것이다. 아마도 어린 아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올 이유가 없다. 늙은 할머니로 어머니가 되어서 모정이 질기기도 하다. 정성껏 맞이하고 예의를 갖추었으나 당장 궁궐에 아이가 없으니 깜짝 놀라는 것이다. 특별장소로 이동하여 당장에 아이를 궁궐로 데려오는 것이다. 당연히 궁궐에서 유현왕이 키울 거라고 예상했으나 그녀의 생각에 틀려버렸기 때문이다. 지상국가1에서 관심 없는 늙은 남편과 어린 왕비들 때문에 속이 썩을 대로 썩어서 자식이 있는 곳으로 왔건만 어느 곳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궁궐에 당당히 거처를 마련하여 아이와 있게 된다. 그런데 유현왕의 왕비들의 암암리에 싫어하는 기운을 견디기가 대단히 어렵다. 세상사가 거꾸로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보아야 하다니. 그럭저럭 견디다 도저히 힘이 들자 그녀는 지상국가1로 가서 남편을 데려와 좀 정식으로 궁궐에 자리를 잡아놓아야겠다는 계산을 하게 되고 그렇게 실천한다. 남편을 데려오니 어쩔 수 없이 아들과 며느리는 두 사람의 자리를 챙겨서 궁궐에 확실히 기거하는 영역이 존재하게 되고 존재감도 좀 있게 된다. 늙어 빠져 쓸모없는 듯해도 요긴하긴 하다. 그래도 왠지 낯선 타향 땅에 와서 뿌리를 내리는 것 같아 이왕이면 하고 다시 지상국가1로 돌아온다. 지상국가1에 와도 크게 정이 붙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지낼 수밖에 도리가 없다. 유현왕은 지상국가1의 형편을 멀리서 알아보니 선왕의 늙은 왕비가 또 임신이 되어서 도저히 멀리 움직일 수가 없어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잠잠한 것이구나! 헛웃음이 나온다. 일 년 동안은 아무리 문제가 생겨도 선왕부부의 왕래는 없게 된 현실이다. 일 년이 지나면 또 시끌벅적 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또 한 명이 더 태어나자 우주국가22로 오는 것이다. 첫째는 여자 아이였으나 이번에는 사내아이이다. 예전에 있던 궁궐처소에 머물면 된다. 이복동생 두 명이 그와 가까이 지내는 셈이다. 유현왕의 왕비들만 심사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없다가 있다가 원래는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당연한 일을 겪지 않다가 겪으려니 시집살이가 싫은 것은 속일 수가 없다. 유현왕의 왕비들은 자신의 왕자가 최고의 특별대우와 권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시동생들을 상전으로 모셔야 하는 예상치 못한 고통스런 경험을 해야 하니 시어머니가 반갑지가 않으나 반갑다고 해야 하니 어려운 것이다. 어린 왕자들이 똑같은 나이의 아이에게 존대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그것이 감정상 될 수가 있나? 같이 궁궐에 사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가? 좋은 묘안이 없을까? 별궁이라 자주 마주칠 일은 없다 해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깔려 있음이 지금의 상황전개다. 동선을 완전히 분리해도 며느리인 것을 바꿀 순 없지 않는가?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는 일은 생길 수 없다. 시어머니가 애를 낳다니 옛날엔 주책바가지였으나 이젠 의학적으로 가능하니 바뀐 세상에 적응을 해야만 한다. 선대의 조상이 없는 그런 사람은 없다. 궁궐에 어른이 없어 이상해서 견디기 어렵다가 실제로 어른이 있어도 어린 시동생 때문인지 또 견디기 어려운 이상한 일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선왕의 셋째 왕비는 우주국가22나 지상국가1이 동일한 문제로 불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거주지를 일 년 내내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반 년 정도씩 들락날락하면서 시어머니 역할로 지내는 것이다. 연년생 두 아이 키우기도 늙은이로선 벅차고 먼 길을 왕래하는 것이 어린 것들에게 부담이 될 듯도 하건만 그렇게 살고 있다. 그녀는 왜 다섯 명 중에 자기 혼자만 살아남았는지 어쩌다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녀가 가장 행운이 있었단 말인가? 그렇게 여겨지는 인생도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말이야. 아직도 자식을 키우고 뒷바라지해야 한다니 너무 한심한 인생이 아닌가? 자식에게서 보호받아야 하건만, 보호받자고 살 수 있는 인생도 아니지만 너무 가혹한 것 같다. 편안히 쉬고 해야 하는데 하필 자기 아이를 또 키워야 한다니 이게 뭐란 말인가? 왕세자의 권리가 있던 맏아들은 죽어버리고 평민으로 남아있는 나머지 자식들을 죽기 전에 만나볼까? 왕비들은 맏아들만 왕위계승권이 있고 맏아들이 특별한 하자가 있을 때만 한 명을 바꿀 수 있었다. 그 외의 자식은 평민이 되었다. 그들은 평생 왕위계승권에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왕이 된 자나, 될 자라도 왕위계승권이 없는 평민 왕족을 해할 시는 왕도, 왕이 될 자도 죽음을 면할 수 없는 법으로 나라가 유지되므로 왕위계승권자 이외의 왕족은 평민으로 평생 목숨이 보존되는 나라이다. 그러니 넷째 왕비의 자식이라도 평민 왕족은 살아있고, 왕이 이들을 해할 시는 왕도 죽어야하기 때문에 완전한 살육을 막는 구조이다. 만나보니 뭐하나? 아무런 힘도 없는 허수아비인데! 단지 혈육일 뿐이다. 자신의 피조물이니 그리움이 사무치는 것이다. 21세기의 국제연합인 유엔도 5개의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5개의 강대국이 아닌 약소국 출신이 맡는 불문율도 존재한다. 늙은 나이에 아이를 키워봐야 평민 왕족의 허수아비이고, 대오왕이나 유현왕의 아들들 중 장자는 왕위계승권이 보장되니 이미 힘의 균형추는 기운 것이다. 선왕의 어린 왕비에게서 나는 맏아들보다도 서열이 낮아진 상태다. 어린 왕비에게서 난 맏아들은 한 다리 건너 그래도 미약한 힘이라도 존재한다. 줄줄이 젊은 왕비들에게서 아들을 생산하는 마당에 선왕의 늙은 셋째 왕비는 무의미하지만 출산력이 있으니 낳아보는 것이다. 세력은 강대했으나 단 한 번의 기회가 실패하니 끝이라니 미련을 가질 만도 하다. 어렵게 긴 세월을 유지해온 법을 피비린내로 뒤바꾸어 평민 왕족이 왕이 되는 세상으로 쿠데타를 해버리면 …… . 쯧쯧, 선왕의 셋째 왕비가 정신이 돈 것이 아닐까? 평민이 된 왕자와 공주가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 생각의 실천은 죽음이므로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출생의 순서가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억울할 수 있지만 달리 특별한 방법이 실험될 수도, 되지도 못했다. 평민들은 이것을 깨트려 버리고 싶은 것이다. 왕족이라니 그 무슨 말인가? 나도 왕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을 억누르기 위해선 그 대가가 참으로 엄청났고, 엄청날 것이다. 세력이 제일 큰데 말이야. 인간사나 동물이나 크고․세고‧똑똑하고 그런 쪽이 나서야 되는데. 세력이 약한 것이 차지하는 이것은 자연법칙에 맞지 않다. 이런 말이다. 그러니, 그러니 쿠데타를 하자. 셋째 왕비가 좀 미친 것일까? 자연적인 현상일까? 아리송하다. 유현왕과 대오왕에게도 정보망이 가동되어 소식이 들어온다. 평민 왕족을 평소보다 심하게 자주 만난다는 것이다. 죽을 때가 되어서 장례나 인생의 마무리를 한다는 것인가? 그런 것일 것이다. 그러면 왜 또 아이는 낳고 있나? 그거야 생기는 아이를 어쩔 수가 없으니 그렇다. 생각지도 않은 기상천외한 일은 확률이 낮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되나 그 쪽의 세력이 크다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다. 밥그릇을 정당하게 분배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세력이 약한 쪽에서 지상국가1과 우주국가22를 모두 지배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공기가 다르다는 느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정상인데 개운치가 않다. 개운하지가 않다. 육감은 뭔가 안개 속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그물로 작은 새끼 고기까지 씨를 말릴’ 수도 없다. 인간은 이성적이며 멸망을 원치 않기 때문에 전쟁을 하다가도 휴전을 하고 어쩌면 바보같이 감정에 치우쳐 멸망으로 내닫기도 하지만 모두 죽어버리는 길은 피한다. 핵전쟁을 피하듯이 말이다. 스스로 멸망하는 길을 서로가 선택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선왕의 셋째 왕비 쪽에 무엇을 주어야 한단 말인가? 너무 큰 것을 주어 힘이 더 커지지 않으면서 그들이 만족하는 밥그릇이 무엇일까? 대오왕이나 유현왕이 고민해야 하는 일거리이다. 살다보니 상황전개가 정치 감각을 키워가는 나날이 되다니. 어릴 적 생각과는 전혀 딴판이다.
선왕의 셋째 왕비는 자신의 자식들을 모두 만나보니 ‘고슴도치가 제 새끼를 함함하다’고 하는 말을 알 것 같다. 심중의 말을 할 수 없어도 넌지시 밥그릇을 들먹여보면 모두들 똑같은 생각이 흐르고 있음을 알았지만 쿠데타로 세상을 뒤집어 차지할 만한 자식은 없어 보였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 당연함이 싫은 것이 여인의 마음이니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뭔가 뒤집어 엎어야하는 것이다.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천 년을 걸쳐서 바꿀 것이냐? 하루 만에 바꿀 것이냐? 하루 만에 바꾸고 싶은데 그럴 조짐이나 행동이 나타나질 않으니 인위적으로 조작을 해야 하는데 왕비 자신이 한단 말인가? 그 참 어렵다. 모든 것이 성공하여 평민 왕족 아들에게 물려줘봐야 아들이 하기 싫어하거나 왕 자리를 보존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그렇다면 아예 내가 나서서 내가 여왕을 하면 되지? 여왕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 원래의 본마음이었는가? 그것은 아니었는데 자꾸만 일이 커지다니 엉뚱하고 사리에 맞지 않은 생각을 며칠이고 하지만 실행이 안 되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쿠데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쥐가 고양이를 물듯이’ 수를 꾸미자. 죽지 않으려면 쿠데타를 하게 만들면 된다. 왕비는 여기까지 생각을 가다듬는다. 완전히 군대의 모사꾼이 되어 전쟁 시나리오를 짜는 비밀요원이 되다니. 헐헐 …… . 서로 죽고 죽이게 싸워 자신이 원하는 쪽이 이기게 만들어 왕의 자리를 차지하자. 그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생기나? 여왕이 되는 것이지. 여왕이 되면 뭐 그리 좋은가?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그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왕이 통치하는 모계사회로의 환원 그것이 맞는 것이다. 하이에나 무리의 모계사회 체제가 맞는 것이지 사자 무리의 부계사회 체제는 틀린 것이다. 그렇기도 하다. 왕족계보를 여왕으로 여자로 이어가면 되지 그러면 되지 않는가? 평민 왕족 자녀 중에 공주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하겠네. 온갖 상념들을 그리고 있으나 입 밖으로 발설되지도 글로 쓰지도 공론을 일으키지도 않으니 아무런 반응이 없다. 개미는 여왕개미가 개미왕국의 왕이다. 개미처럼 사회를 개조한다. 이래저래 생각해봐도 너무 어렵다.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살긴 하나 신체가 좀 작고 육체적 힘은 약간 약하다. 나은 점도 있지만 긴 세월 이어져 온 것이 하루아침에 뒤바꾸는 것이 합당하냐? 쿠데타 분위기로 지상국가1이나 우주국가22를 몰고 가야 하는데! 쿠데타 분위기! 민심을 들끓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누가 모르나? 다 알고 있는 일이다. 대오왕의 허물은 다 알고 있다. 지상국가1의 대오왕을 무너지게 하는 것이 우주국가22의 유현왕보다는 쉽다는 너무 단순한 답이 있다. 첫째 먹이는 지상국가1로 정해지는데 다른 의견이 나서지는 않는다. 선왕의 셋째 왕비는 지상국가1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자신이 여왕이 되거나 대오왕을 몰아내고 왕의 자리를 빼앗는 쿠데타를 하려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이제껏 사람을 처치하고 전쟁을 치는 것을 해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군인도 아니고 책략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렇게 악독한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끼지 못하니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정신에 마비가 와야 가능한 일이다. 여자가 늙은 여자가 병서를 읽게 된다. 전쟁에 관한 책을 읽으니 그럴 수 있긴 하나 평생 동안에 처음 있는 일이다. 천하의 대세를 읽어야 한다. 민심을 알아야 한다. 군대를 알아야 한다. 천하의 대세는 자기편이 아닌데. 민심은 좀 어수선하고 자기편인 듯 아닌 듯 잘 알지도 못하고. 군대를 알지도 못한다. 천하의 대세를 어떻게 뒤집는단 말인가? 선왕의 셋째 왕비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어떻게 만들어 낸단 말인가?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천하의 대세를 자기 쪽으로 몰아올 방법이 없는데 말이다. 세상을 어떻게 천지개벽시키면 될까?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드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다. 정신이 돌아야 된다. 여왕이 지배하는 모계사회로 환원된다고 여기고 천하대세도 그리 움직인다고 정신구조를 바꾸어 미치면 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된다고 미쳐야 된다. 쉬운 일이 아니나 불가능하지 않다고 세뇌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신이 들어서 자세히 생각해보면 군대를 동원하려면 실제로 전쟁을 쳐보고 병력을 사용하여 전투를 해본 경험이 있어야 하고 그것도 대규모의 연대, 사단, 군단 급의 병력으로 운영해본 실제적인 군인이어야 가능하고 그런 실제 인물이 자신도 아니고 따라줄 군인병력도 없는데 무슨 일이 되겠는가? 겨우 군인들은 포섭하여 성공시킨다 한들 그 과정에서 얼마나 가슴 졸이며 지내야 하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건의를 하여 이렇고 이러하니 처우를 좋게 해달라고 밥그릇을 달라고 하는 쪽이 훨씬 쉬우며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추진해도 별 상관이 없고 그것이 명분을 쌓기도 더 좋다. 덥석 요구조건을 거의 다 들어주면 좋기도 한데 권력을 빼앗지는 못하니 불만이 남기는 한다. 순리대로 그들 세력의 힘에 맞게 자리를 요구하니 대오왕이나 유현왕이 아무런 이의 없이 다 해결해주는 것이 아닌가? 쿠데타를 모의할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심사가 뒤틀리는 사람은 그녀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영을 하고 정상적인 처신과 일상을 보낸다. 아! 이게 아닌데. 완전히 몰아내고 여왕이 생겨야 하고 그녀가 되어야 하는데. 아! 이게 아닌데. 천하대세와 민심은 전혀 그녀의 편이 아니다. 진짜 미치기 시작한다. 여왕이 다스리는 세상이 되어야 된다고 직접 나서서 사람들은 설득하고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반응해주는 사람이 없고 그녀가 치매에 걸리지 않았나? 소문이 돈다. 제 정신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데 정신이 돈 사람 취급해 처벌도 없고 그저 건강을 염려하는 수준이다. 정신감정을 받아 정상이 나와도 어느 누구도 정상으로 인정을 하질 않는다. 의사들은 이게 사실인데 사회나, 나라에서 믿지를 않으니 도리가 없다. 사실이라 할지라도 대오왕이나 유현왕에게 위협도 못되고 그러니 방치하는 단계다. 더욱이 한 명만 겨우 남은 어머니를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생명을 유지시켜 천수를 누리게 하려는 마음이 있는지라 처벌은 있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네 명이나 선왕의 왕비들이 죽었으니 마지막 한 명은 강제라도 억지로라도 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지상국가1이나 우주국가22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선왕의 셋째 왕비는 무슨 짓을 한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어떤 행동을 해도 살 수 있다고. 그게 정말일까? 믿을 수가 없다. 정말로 그럴까? 우여곡절 끝에 쿠데타를 일으켜보니 막지를 않는 것이다. 일어난 지역을 소극적으로 인명피해 없이 원거리에서 방어만 하는 자세를 취하고 쿠데타군을 살려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쿠데타가 실패를 할 수 있나? 성공이긴 하나 지상국가1의 전체를 삼킨 것이 아니라 고작 10%이다. 5%는 붙어 있는 지역이라 힘이 좀 있지만. 나머지 5%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세력도 약하다. 그런데도 그렇게 약한 조그만 지역도 제압을 하지 않고 쿠데타군이 자치로 통치하게끔 자유를 주는 것이다. 그녀는 대오왕의 속내를 알 수 없다. 대오왕의 입장에서는 90% 먹으면 됐지 10%는 양보할 수 있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원치 않고 이렁저렁 넘어가고 그냥 그대로 살고 어머니와 싸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그녀의 외침과 오기와 정신이상까지 덧붙여진 전쟁으로 지상국가1의 10%를 차지하는 여왕이 되긴 됐으나 이것이 아니라 전체인데 싶어도 그녀의 힘은 10분의 1이 현실이었다. 자세히 분석하니 쿠데타를 하지 않았을 때도 10% 이상의 영향력이 있었든 것 같은데 이게 뭐냐? 오히려 줄어든 느낌과 세력 분포라니 실제 이득이 나온 것도 없는 셈이다. 아무 조치도 않은 대오왕이 더 차지하고 말았다니. 쿠데타의 셈법이 이것이 아닌데. 계산이 틀리는 것이다. 100%가 아니고 10%라니. 아무런 인명피해도 없고 이렇게 쉽게 영토와 돈과 모든 것이 나뉘어져 버린 것인가? 오히려 줄어버린 것이 아닌가? 사실 줄어버렸다. 이게 아닌데. 여왕의 힘은 십분의 일이 인정되는 지상국가1이다. 미친 것 같아도 그 정도의 권력은 있었다는 것이구먼. 그게 힘의 전부인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다니. 바보 같은 한평생이구먼! 대오왕으로선 늘 골치를 썩이던 부분이 쑥 빠져버리니 오히려 더 좋다. 20%, 25%였어도 큰 손해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양보할 의향이 늘 있었으므로 부담은 없고 득을 본 느낌이 든다. 독심술이라도 완벽했다면 아무런 불상사 없이 평화적으로 25%를 분배받을 수도 있었는데 원래부터 잘못된 일에다가 쿠데타를 통해 100%를 차지하려다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실제로 쿠데타를 성공한 세력도 현실정치에서 구세력을 몰아내려고 해도 늙은 노정치인이 죽기 전에는 사실 그렇게 되지도 않고 죽는다 해도 그 사람이 살아온 일생이 있어서 그리 쉽지 않다고 실제로 쿠데타의 실세의 한 사람이 권력을 꽤 행사한 후 자신도 신진 쿠데타 세력에 축출되면서 그리 말을 하고 다시 부활하기도 한다. 깡그리 씨를 말려 없앤다는 것은 사실 그리 쉽지 않다. 쿠데타보다 더한 혁명이랍시고 공산국가에서 공자를 죽이다가도 나중에는 다시 살려 써먹는 일도 생긴다. 공자가 그렇게 나쁘고 나라를 망치는 인물이었는데 이제는 공자로 이용해 세계를 연결하고 자신의 나라를 선전하니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당대의 자기 정권이 최고라고 해봐야 공자에게 지고 마는 것이다. 공자보다 더 나은 통치자라고 했지만 그게 아닌 걸 어쩌나? 쿠데타를 해봐야 곰곰이 생각하면 초창기 왕비의 권위만도 못한 꼴로 온갖 더러운 소릴 들어야 할 지경이 아닌가? 더 이상 더 들을 욕조차 없는 상태니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죽는 것이지만 그것은 자연에 따라 순응하면 된다. 일이 진행되는 것이 순탄하게만 가지를 않는다. 양장구절의 험한 산길이 도사리고 있고 인간의 마음 또한 깨끗하지 못해 뒤틀리는 것이다. 쿠데타를 성공시키기 위해 동원한 군인이나 인물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약속했는데 결과는 10분의 일도 줄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모두들 불만이다. 예전 쿠데타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 되나 오히려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은 그들로 하여금 사실 그들의 힘이 그것뿐이나 잘못된 기대이상으로 더 받아야 한다고 믿음으로 해서 사기당한 감정을 가지고 그들을 부려먹은 선왕의 셋째 왕비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니 쿠데타로 인해 지도력이 오히려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러 이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출구를 돌려 화살이 그녀에게서 빗나가게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쓸데없는 걱정거리가 앞을 가로막고 한편이었던 동지가 더 쪼개져 10분의 일에서 더 분파가 생겨야 하다니 한심한 꼴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나? 대오왕에게 엎드려 자비심을 이용해 나머지 15%를 더 받아와야 배를 채울 수 있으니 이 기분 나쁜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인지라 그렇게 하여 부하들의 배를 두 배로 채워주지 않으면 역으로 쿠데타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은가? 자기편 수족에게 되레 역으로 당하는(역쿠데타) 사건이 터져 그녀를 잡아 대오왕에게 갖다 바치면서 원래의 자리정도 보존하려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 역쿠데타를 막고 이리저리 계산하니 자존심 상하나 적국이라 여길만한 상대에게 식량을 구걸하듯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아! 머리가 아프네. 제 수족에게 역으로 당하는 일이 생긴다. 그것이 인간사의 전쟁이고 궁중음모 사건이 대부분 그렇다. 그녀는 다섯째 왕비가 당한 것 같은 다섯째 왕자가 당한 것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두 가지는 다르다. 이번 일은 자기가 잘못하여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오왕은 선택의 폭이 너무 쉽다. 역쿠데타를 지원할 수도 있고 정말 친아들처럼 나머지 15%를 공짜로 주어서 어머니가 살아나도록 할 수 있다. 역쿠데타를 지원하라는 비밀충성보고도 들어오고 정말 크게 선심을 베풀어 지난날 선왕의 넷째 왕비와 왕자를 잘못 해한 일을 덮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이다. 인간의 도리는 뒤의 것이 맞고 앞의 것은 무자비하게 나라를 유지하는 국가이기주의 전쟁의 개념으론 맞는 것인데 전쟁이냐, 평화냐? 평화가 더 좋지 않으냐? 좀 불안하긴 해도 말이야. 완전히 씨를 말리는 역쿠데타를 지원하는 일은 정말 달콤하지만 참아야한다고 여겨진다. 핵폭탄을 동원하면 전쟁은 이기나 결국 세계는 멸망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선왕의 셋째 왕비는 공짜로 15%를 더 받는 일에 복권이 당첨되고 만다. 지상국가1의 4분의 일이 자신의 통치권이다. 어머니인 것과 평화를 바라는 염원이 합쳐진 정말 말 그대로의 선물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다. 그녀 자신이 여왕으로 등극 할 수도 있으나 곧 자연수명이 다 할 것인데 곧바로 또 의식으로 치러야 하고 여러 가지로 보아 살아있는 둘째 아들에게 왕위를 잇게 하니 한결 홀가분하다. 자신의 생각대로 어느 정도 틀이 잡히니 심신도 안정되고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 발 비켜서서 보니 잘 드러난다. 한심한 인생에서 정말로 한심한 것들이 많다. 선왕의 첫째 왕비가 수태를 못해 둘째 왕비의 아들로서 대를 이은 것도 몰랐다니 그러니 일대사로 늘 싸웠다고 생각했으나 둘째 왕비는 전혀 가담하지 않은 이대삼의 싸움인 줄을 몰랐다는 한심한 자신의 판단력, 육감으로도 느끼지 못한 바보스러움이다. 개미 열 마리가 똑같은 방향으로 먹이를 옮기는 일을 한다고 해도 여섯 마리는 같은 방향으로 네 마리는 다른 방향으로 일을 해 결과는 두 마리의 일밖에 못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도 부통령 시절에 원자탄을 만드는 맨해튼 계획을 모르고 있다가 대통령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도 참 허탈한 심정이다. 또 자신과 동맹을 맺었다고 철석같이 믿은 넷째 왕비가 셋째 왕비 자신이 낳은 왕위계승권을 가진 적통장자 첫아들을 독살하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맹점이 있었다. 또 대오왕의 너그러운 양보심을 알아차리지 못해 헛되이 쿠데타나 음모를 꾸민 일들이 필요가 없는 일들이었다. 다 죽어갈 나이가 되어 욕심이 없어지니 자신의 잘못과 과오, 허물들이 낱낱이 드러난다. 돌이킬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과거지사가 되었다. 갈수록 기력은 쇠해지는 것 같으나 괴로운 일들이 또렷하게 기억이 되살아나니 나이가 들면 치매가 와야 되는 이유인지도 모를 일이다. 치매는 생각하기 싫으나 미래가 장밋빛이 아니고 저 세상으로 가는 일이니 먹구름이다. 현실은 몸이 말을 잘 듣지 않고 불편하다. 과거의 행복한 순간들도 많았지만 재현될 수 없다. 사분의 일의 지상국가1이 자신의 피붙이로 이어진다는 자랑스러움이지만 너무도 허약한 지경이다. 더 이상 간섭할 의욕도 사실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 한 몸 추스르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지난 일은 너무도 큰일에 매달려 달려왔음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는지, 그런 것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살아날려는 생존의지가 강해서였을까? 그것일까? 아니면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욕심이 있어 가능했나? 어머니의 힘이 있어 그럴까? 악착같은 마음이 지탱해주어 여기까지 왔나? 아들의 국가가 그녀의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절대로 볼 수 없지만 이제는 그녀의 힘이 미치는 범위를 자꾸만 벗어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결말이다. 다섯 왕비 중에 질기게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찍 죽은 둘째 왕비의 자식들은 더 넓은 땅을 차지하고 다스리고 있다. 첫째 왕비의 흔적은 무엇일까? 넷째와 다섯째 왕비는 무엇으로 남아있는가? 셋째 왕비는 갈수록 목숨이 다 할 날이 올수록 그들도 생각나고 그녀들의 인생도 아쉬운 감이 드는 것이다. 자연수명이라도 모두 잘 살았어야 했는데 무엇이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