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사분규는 우리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사태였다. 지난 14일 해고자전원 복직에 잠정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은 단순한 노사갈등을 넘어 사회적 갈등, 바로 그 자체였다.
해고자 수십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은 한국 노동운동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기억될 것이다. 법정관리신청 후 총인원 36% 감축, 총파업, 해고 무효소송, 노조에 대한 사측의 배상 소송 등은 드라마 같은 생채기를 연출했다.
국민들은 경악했다. 올해 6월에 30번째 해고자가 사망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계의 막막함에 따른 비극적 선택에 상당수 국민들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노사양측의 강경한 대응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에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해결의 물꼬를 튼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다. 지난 7월 인도방문에서 쌍용차 대주주인 마인드라 회장을 만나 해고자복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 한 것이다. 노사 간의 회동, 주선 등이 이루어져 잠정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고 본다.
쌍용차 노사분규를 9년 전으로 되돌려본다. 2009년 1월 9일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4월8일 총인원의 36%(2646명) 감축했다. 쌍용차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했었고 경찰은 강제진압작전을 폈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해 쌍용차 노사분규는 새로운 국면에 봉착했다 해결기미는 안개 속을 헤쳐나가기는 커녕 미궁에 빠졌다.
쌍용차 노사분규는 우리사회에 많은 과제를 안겼다. 노동자 30명이 자살할 동안 역대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경대응, 국가에 의한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은 사태를 키웠다는 따가운 질책을 면할 수 없다.
압박전술이라고 치자. 지금 와서 보면 무엇을 얻었는지 되물음에 궁색함만 노정시킬 뿐이다. 분향소까지 강제 철거했다. 협상테이블을 걷어 차라는 신호와 같은 행위다. 가파른 심사에 보족을 친 거나 다름없다.
노동현장의 쟁의행위는 현실이다. 노동환경개선, 임금인상, 복지, 근로시간, 승진 승급 차별 해소 등 욕구충족 파고가 거세다. 쟁의 상태는 상존해 있다. 생산성제고는 어제 오늘의 숙제로 남아있다. 인건비와 직결되는 이 문제는 사용자의 짐이다.
또 노조현장은 대기업 노조가 주류다. 중소기업의 노조조직률은 밑바닥이다. 20년과 비교해서 별반 나아진 게 없다고 봐야한다. 노조의 결성이 근로조건 개선의 절대요건은 아니다. 하나 불만 해소차원의 접근은 수긍할 일이다. 집단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매개물도 된다. 사용자의 인식이 이에 다가서면 생산성제고와 노사분규 방지의 첩경요인이 된다.
노사협상 테이블 분위기는 강경론이 압도하기 마련이다. 실례를 보자. 1980년대 대구 택시조합이 여름에 한 달여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끝난 후 사납금은 사용자 주장의 액수로 타결됐다. 월급은 절충점보다 밑도는 액수이었다.
쌍용차 사태는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국가가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이 문제다. 16억원의 배상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2심에서 인용된 배상액 11억5천7백만원은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노동자들은 경찰의 소취하를 원하고 있다. 경찰이 소를 취하할 경우 업무상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소송을 취하할 방법이 마땅찮은 형편이다.
사실 손해배상 소송은 노조에 대한 압박수단이다. 승소에 이은 가압류는 노조원들을 위축케 하는 행위였다. 노조를 압박하는 손해배상 소송 관련해 한국은 후진국 수준은 사실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이런 문화가 없다는 게 저간의 사정이다.
외국인 학자는 「손배소송의 천국」 한국이 이상한 후진국이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실제 소송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
노조는 현실이다. 쟁의도, 쟁의행위도 현실이다. 공통분모를 찾는 게 생산적이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최종진 프로필
매일신문 사우회 회장(현)
중앙대 신방과 / 대학원 신문방송학 졸업
매일신문 논설주간 · 경운대 신방과 교수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