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침 신문에 좀체 믿기지 않는 재해 사진이 실렸다. 일본의 오사카(大阪) 간사이(關西) 국제공항이 태풍으로 넘친 바닷물에 쓸려 침수된 모습이다.
어디까지가 공항이고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구별조차 어렵다. 사진 속 공항 터미널에는 대기 중인 항공기도 몇 대 보인다. 이게 현실이라니.
간사이공항은 오사카만 바다를 매립해 만든 인공섬으로 1994년 개항됐다. 역사가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보다 7년 앞선다. 태풍 ‘제비’는 바다를 매립한 해상 공항의 약점과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태풍이 덮칠 당시 풍속은 초속 58.1m. 기록적인 강풍에 떠밀린 유조선(2591t)은 바다 위 공항과 육지를 잇는 연결다리를 들이받았다. 부딪친 교각과 도로가 파손됐고 선박과 충돌을 면한 반대쪽도 안전 때문에 양 방향 통행이 금지됐다.
연결다리는 편도 3차로의 양 방향 자동차 전용도로에 그 아래로 열차용 철로가 설치된 구조다. 연결다리 교통이 막히면서 승객 3000여 명과 공항 직원 2000여 명 등 5000여 명이 졸지에 고립됐다.
승객들은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공항 안 편의점 먹을 것은 동이 났고 정전으로 에어컨은 멈췄다. 이동통신 서비스도 마비됐다. 다음날 새벽 고립된 승객은 고속 페리 등을 타고 해상 공항을 허겁지겁 탈출해야 했다.
간사이공항은 개항 이후 지반침하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까지 실제로 3∼4m의 지반 침하가 일어나는 등 문제도 드러났다. 간사이공항은 전 세계 80개 도시를 잇는 서일본 지역의 관문 공항이다.
하루 이용객만 7만8000명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 현지 특파원들은 이번 태풍으로 침수된 활주로와 공항내 시설이 언제 정비가 완료될지, 국제선 이용이 언제쯤 재개될지 불투명하다고 전한다. 특히 육지를 잇는 도로가 완전히 복구되려면 길게는 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간사이공항 침수 사고 이틀 뒤 공교롭게도 국토교통부는 ‘김해 신공항 건설사업 타당성 평가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5개 지역의 이해가 걸린 이른바 ‘영남권 관문 공항’ 건설이란 첨예한 사안이다.
국토부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결론지은 김해공항 확장을 못 박아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다행일까. 그렇기는 해도 누구도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언제든 부산시가 추진해 온 바다를 매립하는 가덕도 공항이 추진될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선거에서 공약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쪽으로 다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마당이다.
사안 정리를 객관화할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재해가 상시적인 일본은 다른 나라 재난을 철저히 연구한다. 일본은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에도 연구원을 파견했다.
일본 소방청 소방연구소 야마다 도키요시는 현장조사팀을 편성해 참사 사흘 뒤 중앙로역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접근이 가능한 사고현장을 낱낱이 조사한 뒤 돌아가 학계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일본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후 지하철 차량 안 좌석 시트커버 등 가연성 소재의 연소시험방법을 뜯어고쳤다. 또 일본 방재 분야 권위자인 하세미 유지 와세다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참사 1년 뒤 대구 중앙로역을 찾았다.
그는 중앙로역의 구조를 공학적으로 점검했다. 이후 도쿄역에는 피난 출구가 추가로 설치됐다. 타산지석이었다. 간사이공항 태풍 폐쇄는 이어진 규모 6.7 홋카이도 강진에 묻혀 벌써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간사이는 그동안 영남권 신공항이 제기될 때마다 논란이 된 해상 공항의 문제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장이다.
공항 침수 이후 방재 대국 일본의 조치와 대응도 눈여겨볼 대목일 것이다. 그것도 일본처럼 현장을 방문해 체계적으로 조사했으면 한다. 신공항 문제를 굳이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대구는 시민안전테마파크를 만들고 국제소방안전박람회를 여는 등 안전도시를 강조하고 있다. 대구가 세계의 주목할 만한 자연재해와 사고를 하나씩 현장 기록으로 남겼으면 한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宋義鎬 (언론인,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경북 안동 출생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중앙일보 기자(1985∼2017)
저서 『청량산엔 인문이 흐른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