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힘겹게 폐휴지나 고물을 수거하며 살아가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구시내에서 운전하다 보면 차로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목격하게 된다. 허리도 굽고 걷기가 힘들어 보이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폐지를 주우면 2천원 남짓한 돈을 번다고 한다. 올 여름 무더위 속에서 노인들이 쉴 곳이 없어 비교적 냉방이 잘 되는 대구도심 지하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이 큰 도시에서 노인들의 쉴 곳이 이렇게 없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들이 주로 반월당역 지하쇼핑몰과 그 주변 대형 건물 1층 로비를 휴식처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 수십 명이 몰려 있으니까 행인들이 힐끔힐끔 살피고 주변 상인들도 싫어하는 모양이다.
쉬는 데도 눈치를 봐야 하는 노인들의 신세가 바로 우리 시대의 현주소인 것이다.
지난 2015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사정은 지극히 좋지 않다. 노인빈곤율이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빈곤율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전 국민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노인의 비율이다.
노인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빈곤상태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가입국 평균(12.8%)보다 3배 이상 높다. 자녀들의 부양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살아가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따나고 외롭게 사는 노인은 1990년 10.6%에서 2010년 34.3%로 급증했다. 세 명의 노인 중 한 명은 혼자 살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를 분석해 보면 자녀들이 노부모를 부양하는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노인 가구 중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은 1990년 75.3%에서 2010년 30.8%로 줄었다. 아들과 동거하는 비율은 50.3%에서 25.6%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 반면, 딸과의 동거 비율은 4.1%에서 6.0%로 상승했다.
장남이 노부모를 부양하는 가구 비율은 24.4%에서 10.6%로 확 줄어들었다. 그동안 장남이 의무적으로 부모를 봉양했던 관행이 크게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자녀가 함께 부양하는 비율은 11.5%에서 28.3%로 높아졌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노년층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한 세대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데다 대부분의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준 경우가 많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의 노후를 위해 재산을 비축해 둔 노인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통계가 말해 주듯 자식이 노부모를 부양해 왔던 전통적인 사회규범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돈도 없고 가족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가가 복지 분야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돈을 벌 수 있도록 일자리를 확보해 주고, 취약한 노인들을 돌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부모를 잘 봉양하는 문제는 당연히 가족의 역할이다. 효를 실천하고 주요가치로 여겨 왔던 우리 국민의 유교정신은 외국학자들도 연구대상으로 삼을 정도였다. 일부 정치사회학자들은 한국의 경제발전 원동력을 유교정신에서 찾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족의 효도를 기대할 수 없는 노인이 많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노인 자살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노인문제는 사회적 유대감 약화에서 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공동체가 협력해서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경제적 지원은 차치하고, 노년의 외로움은 빈곤만큼이나 견디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서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도 있겠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심충택
(언론인,대구경북언론인회 부회장)
경북대학 치과병원 상임감사
대구문화재단 이사
대구지방법원 조정위원
전)영남일보 편집국장,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