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계속되고 있는 국내정치세력간의 이념적 ‘건국절’논란이 국민적 축제의 날이 되어야 할 광복절경축행사에서 기쁨과 축하의 분위기를 앗아가고 있다.
1945년 8월15일, 해방의 기쁨은 거리를 메운 인파가 나라를 들썩이게 했고, 1948년 8월15일 정부수립을 선포한 그 날은 이 나라 역사의 새로운 출발로 설레이게 했다. 지금 이 사회의 주역들은 대부분 그날의 감동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들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국민들이 독립기념일을 축제의 기쁨으로 보내는 것을 보면 우리의 광복절행사에 이상한 느낌이 들 것같다.
그러나 그 기쁨과 새출발은 해방공간의 정치적 이념 스펙트럼이 잔영으로 남아 그 의미를 희석시킬 수있는 씨앗으로 묻혀있었던 것이다.
이명박정부 이후 ‘건국절’시비가 불거지면서 해묵은 이념논쟁과 함께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마침내 광복절행사는 설렁하게 변모돤 것이다. 올 광복절행사가 단순한 기념식만으로 치루어진 것도 그같은 흐름의 결과다.
그동안의 ‘건국절’논쟁은 사실상 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 문제는 이념문제라고만 할 수도 없다. 문자 그대로 국가를 건설한 날이 언제인가는 역사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법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준거할 기준도 없다. 또한 정부수립일이나 국가건립일을 반드시 건국일로 한다는 정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선진국들도 독립기념일 등은 있으나 건국절을 시행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군조선이 건국된 것이 역사적으로 첫 국가였고 그것이 계승되어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렀는데 역사적으로 여러 한민족국가 가운데 어느나라의 건국을 건국절로 할 것인가? 지금 시행되고 있는 개천절은 건국절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학계의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 것이다.
상해임시정부의 경우도 사실상 조선왕조의 망명정부가 아니었다. 상해임정은 3.1독립운동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정부로 수립되었지만 상징적으로 우리민족의 주권을 대행한 정부였을 뿐 국가의 구성요소인 국민,주권,국토를 실질적으로 확보한 정부는 아니였다.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한반도에 존재하게 된 미국과 쏘련군의 군정은 점령군의 정치체였고 1948년 5월 총선거를 통해 수립된 대한민국정부는 명실공히 국민,주권,국토를 가진 국가의 정부로 수립된 것이다. 그러나 쏘련군과 함께 북한에 들어온 김일성의 북한정부는 대한민국정부수립후 생기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쏘련군정의 대행기관 역할을 했던 조선공산당북조선분국을 통해 총선거 없이 집권을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일제패망이후 한반도에서 정통성을 확보하고 수립된 정부는 대한민국 뿐이었고 국가의 구성요소를 갗춘 국가의 정부를 만든 것은 그 때 1948년8월15일이었다.
정부수립은 1948년이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은 헌법전문에 명시된 바와 같이 1919년에 만든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것이다. 상해임정의 정신은 3.1독립정신이라는 점에서 역시 우리헌법에서 적시한 대로 오늘 날 대한민국은 3.1정신을 바탕으로 만든 나라이고 국가체제는 상해임정을 이었다고 할 수 있다.
3.1정신은 조선조건국정신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현대사상을 내용으로 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독립운동 정신만이 아닌 민족의 근현대화를 선포한 것이었다. 그것은 자유정신,개방화 정신,창의성 정신,저항정신으로 요약된다. 상해임정과 대한민국은 이 정신을 이은 것이다. 북한정권의 정신은 공산주의 사상에다 이른 바‘수령론’이란 전제사상이 접목된 것이다. 독립일과 정부수립일, 건국일을 다시 검토하는 날이 온다면 3.1운동이래 대한민국수립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정신을 기념하는 날은 어느 날이든 무방할 것이다. 그보다 이런 논란으로 국가적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과거 독립지사들 가운데 광복절이 되면 “우리의 진정한 독립은 통일”이라고 했던 분들이 있었다. 사실 외세에 의해 분단된 나라가 우리의 힘으로 하나가 될 때 진정한 독립을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분단현실에서 소모적 건국절 논란은 건국선인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동일문화장학재단 협찬)
홍종흠(洪宗欽) 프로필
현)대구경북언론인회 칼럼조정위원장
매일신문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장
대구가톨릭대학 겸임교수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3대 의장
대구광역시 문화상 수상
(저서및 편역서)
대구의 앞산, 대구의 뿌리 수성, 팔공산,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
국역계동선생문집,대구의 고문선,수성사직제의례, 선(禪)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