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환 작가- 대구출생 .대구성광고 졸업 .경북대 독문과 졸업 <주요저서>마음 중 단편 .대불(시집) .김대중 .한국전쟁 언저리 .금호강의 영혼(시집)
#매주 목요일 연재
지하세계 1
17. 새 여 왕
제1지하국가의 새 여왕은 서서히 여왕권의 회복을 시작한다. 일일이 신하들의 로봇 신세에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는 폭이 넓어진다. 여왕권이 느끼지 못할 만큼 회복되는 것은 제1지하국민들이 허무적 집단히스테리 증상이 치료되는 중이라는 의견도 대두된다. 사람들의 여론이 신하들에게 전달되어 강력한 견제와 여왕을 능가하던 수준이 초기에는 심하다가 조금씩 약해지는 것은 지하국민들의 분노가 차차 가라앉는 현상이기도 하며 대승적 차원에서 화합하여 올바른 쪽으로 나아가려는 상태에서 자꾸만 문제와 시비로 시간을 보내기도 곤란하다. 예전에 비하면 많지 않은 사람이 도시에 모여 있는데 각 지역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되돌아가서 많은 공간들을 폐허화시키지 않아야 된다. 여왕권이 강화되면 새 여왕은 강제적 이주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균형발전의 문제에 깊이 개입하면 대단히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자발적으로 옮겨가지 않으므로 전직 여왕과는 반대되는 일이 발생할 근거도 충분하다. 새 여왕이 강제이주를 실천하려면 예전보다 강력한 군대를 동원하여 자유를 억압하고 공포분위기의 제1지하국가로 변모된다. 무자비한 폭정을 휘두르는 여왕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신하들과 권력 장치를 마련했는데도 여왕의 권세가 알게 모르게 세어진다. 전직 여왕에 대한 책임추궁의 일에서도 사헤라땅의 사람들에게 이주하라는 경고의 기간이 몹시 짧았으며 합리적이며 꾸준한 설득이 모자랐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묘지건설을 하던 노동자나, 제 발로 이주한 지하국민들에게 생명연장의 선택권을 충분히 인식시키지 않은 책임이었다. 자발적 이주자들에게서 느끼는 전직 여왕의 심리적 열등감과 전직 여왕 자신의 무능력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 못한 형편과 괘심한 심사가 복합이 되어 섣부른 결정으로 군대를 통하여 무자비하게 실행한 것이 아니냐고 법정에서 공방이 있었다. 시종일관 전직 여왕은 정신이 오락가락 하면서도 지하국민들을 옮기던가? 죽이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제1・2지하국가까지 무너져 내릴 위험 때문에 실행했다고 주장하다가 죽었다. 그런 일이 생길 것이란 사실에 대하여 대비책도 세우지 않았는가? 에 대한 대답에서 옳게 대답도 안 하다가 간혹 말을 하기는 했다. 전직 여왕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제 발로 이주해 버릴 줄은 알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것이 전직 여왕으로서의 잘못이며 국정을 잘못 이끄는 자로서의 응분의 책임이 아닌가? 란 대답에서는 초점을 잃고 정신이 나간 초기 증상대로 바보처럼 넘어가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직 여왕은 사형 당했다. 새 여왕이 강제력을 동원하여 지하국민들을 재배치한다면 어떤 반대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결과와 사태발생을 연구하게 된다. 새 여왕이 만나게 될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녀의 죽음과 삼천 만 명 제1지하국가의 남은 지하국민들이 몽땅 죽는 것이다. 너무도 바보스런 일 때문에 다른 나라의 침략과 간섭을 유도하여 새 여왕이 죽고 타국가의 노예가 되는 일이다. 또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편을 갈라서 싸우다 다 죽어버리는 것이다. 아니면 타국가의 힘이나 다른 조치에 의해 처참하게 삼천 만 지하국민이 몰살당하는 것이다. 새 여왕의 제1지하국가가 망하는 것은 온갖 길들이 존재한다. 새 여왕보다 힘이 센 지상국가의 수많은 나라들, 위성국가, 해양국가, 세블국들이 새 여왕의 통치방식에 잘못을 제기하여 응징한다는 구실로 일을 만들 수 있다. 제2지하국가는 상대가 되지 않는 1/10의 인구수준이지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다. 큰 위협수준은 아니더라도 1/10 이상의 위험요소는 늘 지니고 있다. 새 여왕이 선택하는 국방상의 문제로 지하국민을 국경선에서 거리를 띄워두고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보단 약간 살게 하고 그 배후에 적정수준으로 강제거주 시킬 목적인데 지하국민의 자체반발과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진행되거나 강대한 국가로부터 내정간섭을 당하여 이리저리 끌려 다니지 않아야 하는 점에서 타협점을 찾아내어야 된다. 제1지하국민의 반대로 새 여왕은 죽고 싶지 않고, 큰 나라에 당하여 죽고 싶지 않지만, 혹시나 제2지하국가나, 더 작은 힘에 죽게 되면 몹시 수치스럽다. 망하던지 말든지 내버려두는 방식은 힘센 나라의 간섭과 원인제공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1지하국민들과 신하들은 아물지도 않은 상처에 또 골탕을 먹느니보다 현상유지를 하면서 점진적 개선을 바라지만 새 여왕의 독단이 심해지면 여왕권과 신하권이 쟁투하여 신하들이 몰살되거나 새 여왕이 죽게 될 근거도 발생한다. 새 여왕은 바보처럼 지낼 수도 있다. 신하들이 만들어주는 대로 허수아비가 되면 된다. 정상적 사람이라면 하다가 안 되거나 도저히 이길 수 없어서 굴복할지 몰라도 곧바로 그 자리에서 허수아비가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허수아비가 되더라도 지렁이처럼 꿈틀대다가 바보가 된다. 새 여왕에게 여왕이라고 해놓고는 용이 아니라 지렁이가 계속되라고 하니 정상적 사람이면 제 정신이 돌게 된다. 영원히 바보가 되면 그 바보의 직위로 끝이 날지 여러 가지 권력쟁투의 희생물로 목이 뎅강 잘려서 사형 당하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제 정신이 돌면 올바른 길을 찾을 것이다. 아니면 정신이 진짜 돌아버려 포악하기 이를 데 없는 비정상적인 새 여왕이 되어 툭하면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즐기게 될 지도 모른다. 어떤 여건들이 복합적이거나 단세포적으로 영향을 받던 최고 권력자가 힘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재미로 여기고 개미 죽이듯 계속 실천한다면 개미나 지렁이로 변한 사람들은 개미와 지렁이보다는 더 큰 힘을 만들어 싸우려다 죽을 것이다. 아니면 개미나 지렁이보다 더 못한 상태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OOO은 개미나 지렁이였다면 죽어 없어졌을 것인데 새 여왕이 개미처럼 밟아 죽이지는 않았지만 OOO 정도만 되어도 사람들은 여왕을 좋아하기 힘들다. 신하들도 어떤 인물은 새 여왕을 개미처럼 만들어 놓고 자기가 왕인 듯 행세하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새 여왕은 그 자신이 신하들에게서, 제1지하국민들에게서, 개미처럼 대우받는다면 역으로 삼천 만 명의 제1지하국민들을 개미처럼 죽여 버릴지 알 수 없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밟아 죽이는 개미를 사람들은 모른다. 개미가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런 느낌도, 고통도, 관심도, 발생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개미를 보고 잡아서 죽여도 그것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새 여왕이나, 더 포악한 군주나, 인간이 감당 못하는 자연, 절대적 신이나, 이런 쪽에서 사람이 개미를 아무런 이유를 느끼지 않고 죽이듯이 사람들을 순식간에 없애버릴 수 있다. 새 여왕이나, 제1지하국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제1지하국가가 지상의 무슨 변고로 내려앉아 버리면 삼천 만 인구는 모두 죽어버리고 긴긴 세월이 지나면 석유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자연법은 이처럼 무섭다. 자연법을 이기려고, 비켜가려고, 살아온 인간들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자연을 피하자. 이기자. 자연법에서 사람들은 절대자에게 개미가 되듯이 인간들은 개미에게 절대자로 군림하여 개미를 죽이지 말자고 한들 설득력이 안 생긴다. 어떻게 사람들이 일 년 내내, 하루 종일, 개미가 어디로 기어가는지, 밟힐지 안 밟힐지, 생각을 멈추지 않고 할 수 있나? 그럴 수 없다. 인간이 개미에게 대하듯이 자연은 인간에게 개미이길 요구한다. 인간은 자연법 앞에 개미 이상도 이하도 못된다. 그래도 인간은 자연을 정복한다고 하지만 자연수명이 끝나면 자연법 앞에 개미처럼 끝나는 인생이다. 새 여왕은 살아 있는 자연 상태의 개미는 많이 죽였지만 사람은 죽이지 않았다. 짐승을 잡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고기로 만들어 놓은 것을 많이 먹었다. 상대방이 인간을 개미나 짐승이라고 생각하여 아무런 감정 없이 죽이고 사람 살코기를 먹는 어떤 인간 이상의 존재에게 사람은 지렁이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만다. 제1지하국가를 개미집단으로 생각하는 그 어떤 것은 없는가? 있을 수 있다. 새 여왕이 강제이주 시킬 집단을 골라서 이 일을 실천하려 할 때 그것은 개미도 아니고 지렁이도 아닌 상태이다. 그렇지만 새 여왕이 판단하여 개미나 지렁이로 생각하여 군사적 목적에서 군대에 명령을 내리면 개미나 지렁이를 죽이듯이 생사람을 죽일 것이다. 현재에도 군대는 작전 명령을 무조건 복종하며 왜 해야 하는지를 따지지 말라고 군인을 훈련시킨다. 적을 죽이라는데 왜 죽이냐? 생각하면 전쟁이 성립이 안 되고 되레 죽기 때문이다. 육하원칙 중에서 군인은 왜에 대해서 절대로 문제를 삼을 수 없다. 군대의 책임자가 거부하기도 하겠지만 거부하는 장군은 사살해 버리고 또 대리인을 내세워 학살할 장군을 만들면 될 것이다. 철저한 상명하복이므로 어쩔 수 없다. 물론, 상상일 수 있지만 군인들이 새 여왕을 불신하여 새 여왕이 죽임을 당하기도 할 것이다. 제1지하국가에 골고루 인구를 분산시키는 강제이주는 참으로 어렵다. 스탈린이라면 해낼 수 있으련만 스탈린 이상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구소련에서 스탈린은 소수민족에게 강제이주를 시키곤 했다. 당하는 사람은 당하는 것이다. 어떻게 반항할 방법이 없다. 지록위마란 말도 생겨났다. 사슴을 보고 사슴이라고 했던 사람은 죽여 버리고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한 사람은 살려주어서 정치를 했다. ‘사슴은 사슴이다.’ 라고 하면 죽게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면 강제이주 방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좋은 곳에서만 살기를 원한다. 일도 하지 않고 살기를 원한다. 더욱 계속 놀기를 원한다. 진전되면 향락과 방탕으로 지내기까지 원한다. 더 심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쾌락을 찾으러 할 것이다. 강제가 발동되는 시점이 나오기도 한다. 강제가 심해지면 사람들은 살기 어렵다. 자유가 너무 넘치면 스스로 망하는 길로 들어설까? 조심해야 된다. 새 여왕이 선택하여 조화시킬 방법을 신하들과 연구하는 것인데 의견이 딱 맞아떨어지는 현상은 매우 드물다. 갈수록 일들이 절충과 타협으로 이루어져서 신선감이 모자란다. 시퍼런 칼날이 그냥 칼날이 된다. 화약과 피비린내가 몇 단계 낮아진 독설과 멱살다짐으로 바뀐다. 하루에도 골치 아픈 일들은 끊이지를 않는다.
자연이 행사하는 자연 권력과 인간이 일상적 통치에서 인권력(人權力), 군주권 등을 실제화 한다. 자연 권력과 인권력(人權力)은 비교정치학적 견해에서는 같은 범주에 넣기가 곤란하다. 자연 권력은 자연과학에서 연구되어지고 인권력은 사회과학에서 다루게 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늘 자연 권력의 무서움에 거의 무방비에 가깝게 노출되어 있으면서 인권력(人權力)과 대결해야 한다. 누구든 자연 권력으로부터 쌀, 감자, 밀, 등 식량을 인간의 노력을 통하여 만들어낸다. 자연 권력이 허용해주는 범위 내에서만 인간은 생존권 획득에 필요한 것들을 차지한다. 자연 권력의 허용한도에서 생긴 인간이 이용할 모든 것들이 인권력에 의해 순서가 바뀌고 빈부의 격차, 소득의 상이로 싸움과 반목이 일어난다. 서로 빼앗고, 협력하고, 모든 정치, 경제현상이 발생한다. 인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 권력이 인간에게 합리적으로 적용되기를 바라게 된다. 자연 권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연 권력의 자연법 질서가 너무도 많아서 그 원리원칙을 바닷가의 모래밭에서 한 알갱이씩 찾아내는데 불과하다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자연 권력은 말을 하지 않는다. 자연 권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연 권력은 인간에게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자연 권력은 어떤 독재자도 굴복시킨다. 어떤 성군이나 훌륭한 사람도 굴복시킨다. 자연 권력은 홍수를 일으킨다. 자연 권력은 태풍을 만든다. 자연 권력은 번개와 천둥을 만든다. 자연 권력은 가뭄을 만든다. 자연 권력은 쌀을 만든다. 자연 권력은 밀을 만든다. 자연 권력은 사람을 만든다. 자연 권력은 짐승을 만든다. 자연 권력은 사람을 흙으로 돌아가게 한다. 자연 권력은 사람을 200년 이상 살려주지 않는다. 인권력은 자연 권력에 이길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인권력이 예외적으로 자연 권력에 버금가는 일은 원자, 수소폭탄으로 인류가 멸망하여 흙으로 돌아가게 하거나 자연생태계를 파괴하여 인권력(人權力)을 행사하는 사람이 죽도록 하는 부분이다. 이런 상태의 인권력은 자연 권력을 능가하거나 따라 가더라도 실제론 도움이 못된다. 인권력은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자연 권력의 하위에 존재하므로 자연 권력을 신성시하는 종교적 바탕을 깔고 사람들은 자연 권력과 인권력을 이기는 신을 찾게 된다. 종교의 영역은 자연 권력과 인권력(人權力)을 초월하는 모습으로 인간에게 다가온다.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은 인권력을 이기지 못한다. 작은 나라라도 그 나라의 대통령을 쉽게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 인권력을 이겨낸다면 왕이거나 왕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현재의 세계에서는 국민이라고 하기도 한다. 인권력을 이겨도 자연 권력에 복종해야 하므로 신은 인간에게 존재할 영역이 만들어진다. 신은 인권력, 자연 권력을 주관하지만 인간에게 자연 권력이 행사하는 부분에 대하여 애매모호한 답변을 한다. 자연 권력에 대해서는 방법이 동원되기 곤란하다. 인권력(人權力)의 세상들이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 권력을 이용하고, 자연 권력과 동화되고, 자연 권력을 넘어서게 되면, 서서히 죽지 않고, 홍수와 태풍을 만나지 않는 희한한 세상이 될 것이다. 인간들은 인권력을 통하여 자연 권력을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제1지하국가의 새 여왕은 자연 권력의 영역에 인권력이 침투하여 지하에 나라를 만들었다. 자연 권력은 이 정도 수준까지 인권력에 양보를 했는데 어느 폭까지 이로운 일을 해줄지 의문이다. 인권력은 조심조심 자연 권력 앞에 다가선다. 새 여왕은 현재로선 인권력의 영역에서 살고 있지만 인권력이 안정이 되면 자연 권력의 부분을 향해 약간의 도전을 시도할 것이다. 새 여왕이 아직도 인권력의 가장 초라한 분야인 왕권의 강화에도 쉽지 않은 곡예를 하고 있다. 인권력이 자연 권력적 의미로 바뀌면 소설 영역에서도 엄청난 비유나 과장적 표현이 등장한다. 손으로 낙엽을 날려서 천만 대군으로 부풀어나게 만들어 전 세계를 통일하여 우주에까지 로봇으로 점령하여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그 인권력적 존재를 넘어서는 인물이 소설속의 절대자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아주 힘이 없는 소시민이지만 인권력을 넘어서는 존재가 보이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갈망한다. 아이들이 절대적 힘을 행사하는 대형을 기다리듯 똑같은 현상이다. 새 여왕은 인권력 측면에서 제1지하국가에서 힘이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신하들의 집적된 권력에도 흔들흔들하는 존재이다. 왕이라고 해서 모두가 힘이 세고 강대한 것이 아니다. 신하보다 못한 권력을 행사한 왕도 많다. 새 여왕도 평균적 여왕이고자 한다. 여왕 중에 폭압적 평가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사람들이 여자의 이미지를 염두에 두어서인지, 숫자적으로 여왕이 적으므로 폭군이 될 확률이 적어서인지 확실치 않다. 새 여왕은 공포정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그녀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양심에 저촉되는 부분은 심리적 압박과 긴장을 초래한다. 제1지하국민에게 억압과 굴종을 요구하도록 방향이 잡힌다면 첫 단추는 잘못 끼인 결과이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세상의 인심이지만 본의 아니게 자꾸만 적을 만들어간다면 무서운 결과는 뚜렷해진다. 적을 만들진 않지만 상대편이 적이 안 되게끔 해야 한다. 새 여왕이라면 적도 적이 아니라 우군으로 바꾸도록 만드는 힘이나 외교적 지혜가 필요하다. 엄밀하게 대국적으로 신하들은 적대로 적이 아니다. 전쟁터에선 간혹 아군끼리 총격전을 하다가 날이 밝아 보면 한심스런 결과에 놀라기도 하고 그런 일은 숨겨버리기도 한다. 세상일은 아군끼리 싸우듯 동지 간에도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적끼리 교묘히 공존하는 일도 있다.
새 여왕은 여왕으로서 왕위를 지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여왕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좋은 것들이 실제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면 평범한 사람보다 오히려 못한 경우도 생긴다. 그런 지경이라면 고생스럽게 그 자리에 연연할 성질이 아니지만 정해진 기간만큼 신하들이 마음대로 왕위를 버리지 못하게끔 한다. 겨우 제1지하국민들의 민심이 동요하던 상태에서 안정되어 가는데 새 여왕이 왕위를 내놓는다고 시끄러우면 난리법석이 일어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여왕권을 엎어버리려는 세력들에게 기회제공과 빌미도 만들어주므로 그런 말을 못하도록 한다. 하고 싶은 의사표현도 제약을 가한다. 여왕을 그만둔다. 여왕을 오래하고 싶다. 두 가지는 말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다. 또 언제든지 제1지하국민을 얕잡아보거나 나쁘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 여왕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것, 등이다. 대부분 하지마라는 것뿐이다, 또 신하들을 여럿 모아 놓고 한 사람만 칭찬하지 말란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날뛰기 시작하는 신하가 대부분이므로 칭찬도 가려서 하란 것이다. 또 무엇을 하게 해 준다는 언약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새 여왕이 할 수 있는 것은 신하들이 만든 계획표대로 하는 일이다.
새 여왕으로서도 거부할 수 없는 일들도 포함된다. 묘지건설을 하다가 사건이 확대되어 죽은 오천 구백 구십 만 명의 위령탑을 사헤라땅과 전국의 주요도시에 세운다는 계획표이다. 새 여왕은 승낙해야 되는 일이다. 아울러 전직 여왕의 잘못이 전 우주에 공개되는데 그대로 인정해야 되는 것이다. 막을 이유도 크게 없으나 그대로 일이 신하들과 제1지하국민들의 압력 속에 진행되는 것이다. 계획표란 것이 즐거운 것이 만들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신하들이 들고 온 계획표에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한다. 찍을 도리 밖에 없다. 그것을 시작으로 사헤라땅과 전국의 주요도시에서는 위령탑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각 도시의 전직 여왕 동상들은 엄청나게 파손되고 정비되어 버렸는데 그곳에는 새 여왕의 예전보다 훨씬 초라한 동상들로 바뀐 옆에 위령탑이 세워진다. 위령탑이 새 여왕 동상보다 크고 높아야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지만 새 여왕에게까지 문제점을 들고 오지는 않았다. 새 여왕이 직접 관여해야 될 문제는 사헤라땅에 우뚝 솟은 지름 1Km의 돌기둥을 파괴하고 그 곳에 위령탑을 세우자는 계획안이다. 이왕 만들어진 것을 부술 필요가 있겠는가? 란 회의론도 동시에 일어난다. 어쨌거나 사헤라땅은 제1지하국가의 영토이므로 신하들이 만든 계획표를 거부하기가 매우 어려운 처지이다. 다른 곳에 만들어진 대평양상의 전직 여왕섬의 동상들이나 제1지하국가 이외의 지역에 있는 것들은 통치권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못하므로 방치한 상태이다. 사헤라땅의 돌기둥은 역사의 잘못이라는 해석에 따라 깨끗이 파괴된다. 대신에 원뿔형의 위령탑이 예전 규모보다 아주 작게 만들어진다. 그 다음 단계의 일은 전직 여왕이 이름 붙인 도시의 이름을 몽땅 바꾸는 일이다. 그와 동시에 서류도 모두 바뀌어야 됐다. 전직 여왕이 잘했다는 역사기록은 문서 보존국, 박물관, 모든 곳에서 지워졌다. 지하에 묻힌 토용들을 끄집어내어 다시 파괴하기는 여러모로 불가능한 것이 나타났다. 여기에서 신하들은 지워도 더 이상 곤란한 부분들에 직면한다. 계획표가 해낸 것은 제1지하국가 내에서만 성공했다. 국경선만 넘어서면 불가능해진다. 새 여왕은 자신의 재위기간이 끝나면 그녀의 동상도 부셔버릴 것을 생각하니 일부러 세울 마음이 나지 않는다. 사람에게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라 여겨진다. 도시의 이름, 동상, 사헤라땅의 돌기둥, 역사박물관의 기록, 등이 재정비된 후에야 새 여왕에게 제1지하국가를 둘러보도록 신하들은 권유한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해야 될 입장이다. 어떻게 조화를 부렸는지 가는 곳마다 텅텅 빈 유령의 집이 나타나지 않아서 의문사항이 된다. 새 여왕은 분명히 사람들이 살지 않는 집들이 수두룩해야 하는데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묻게 된다. 사실인즉, 새 여왕이 방문하는 곳마다 사람들을 풀어서 사람이 사는 곳으로 위장을 한 사실이 드러난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으며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데 앞으로는 그런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훈시를 한다. 책임자를 문책하여야 할 상황이다. 새 여왕의 도시방문에서 텅텅 빈 집을 그대로 놔두지 않은 죄로 인하여 책임자는 사헤라땅으로 유배된다. 사헤라땅으로 온 이 사람은 자신이 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무엇은 부수고 무엇은 부수지 않은 조금의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징적 조형물은 대부분 부수는데 실용적 가치가 많은 것은 그대로 둔 채 이용하자는 계획에 따라 그도 움직였을 뿐이다. 사람들을 동원하여 임시 거주민으로 만든 것은 예전에도 통상적으로 하던 일이다. 그는 예전 방식을 바꿀만한 힘을 지닌 존재가 아니다. 신하들의 의결체인 대민부에서 결정하여 최종적으로 여왕이 도장을 찍어야 시행된다. 새 여왕은 없는 권력행사를 한 결과가 됐다. 대민부의 신하들도 새 여왕의 행위는 나쁘지는 않지만 절차법상 맞지 않는 것이다. 절차법적으로는 대민부의 결정이 있은 후 여왕이 법의 공포를 해야만 성립된다. 대민부의 의결은 금방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성립된다. 분명 좋지 않은 일들이지만 여왕의 신변안전문제도 걸려 있고 외국의 사절들이나 다른 국가에 보도되는 국가위신상 조작할 필요성도 있으므로 그대로 나쁜 것이지만 존속하자는 의견도 발생한다. 바꾸면 무조건 좋은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화를 자초하는 현상도 무시하기 힘들므로 바꾸지 말자는 것이다. 대민부의 의결은 새 여왕의 결정에 반대하는 쪽으로 결말이 난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지만 여왕권이 신하들에게 지는 사실이다. 오히려 절차법상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유배를 보낸 것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죄를 사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에 없는 죄를 내린 우를 범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새 여왕은 참기 힘들 정도이다. 그러면 방문했던 곳을 재방문 해보자고 하니 불가하다는 것이다. 인원, 비용, 계획을 다시 짜야하고, 낭비요소가 심하고, 금방 했던 일을 반복한다는 것도 심리적으로, 명분상으로도 합당치 않다면서 새 여왕의 행동을 막아 버린다. 아무리 여왕이지만 독불장군도 없는 형편에 신하들이 따라오지 않는데 혼자서 무슨 여왕이랍시고 재방문을 하겠는가? 새 여왕의 입장에서도 그녀를 따라오는 사람이 없으면 평민과 똑같은 결과이다. 권력, 부, 명예도 없는 평민에게 누가 졸졸 따라 다니면서 평민을 보필하겠는가? 지극히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대민부를 구성하는 회의체 정원은 열 명이다. 제1지하국가의 인구, 면적비례에 의하여 선출된 사람들이다. OOO 대신은 그 중에서 체면치레일망정 새 여왕의 법통을 존중하면서 국가적 대사를 합리적 정의개념에서 일하기를 주장한다. 새 여왕은 OOO 대신을 궁궐로 부르는 일이 많다. 대신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이다. 대화의 창구로서는 가장 적당한 측면이 있다.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새 여왕으로서는 대민부 대신들이 비밀투표권을 행사할 때는 확실한 내막이 각 대신에게 어떻게 표현되는지 완벽하게 맞추기는 어렵다. 새 여왕이 생각하는 것들이 간접적으로 대신들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새 여왕은 OOO 대신 외에도 OOO 대신을 통하여도 대체적인 국정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타내기도 한다. 제1지하국가의 대부분의 중요결정은 대민부를 거친다. OOO, OOO 대신은 여왕의 견해를 대민부 대신들에게 전달하고 절충과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도 한다. 새 여왕이 뜻을 굽히기 싫어하는 한 사건에서 두 대신은 중간적 교량에서 처신하기가 무척 힘들다. 텅 빈 도시를 원형대로 방문하는데 인위적인 조치를 취한 죄로 유배를 간 OOO 의전관을 유배지에서 돌아올 것을 새 여왕이 명했음에도 OOO 의전관을 찾지도 못하고 왕명이 아직 전달조차 되지 못한 사건이 겹친다. 대신들의 견해대로 새 여왕이 후퇴하여 간접적 방법으로 대민부의 결정을 인정하였는데 OOO 의전관은 원상회복이 안 된다. 새 여왕의 의도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은 현재의 형편이다. 일이 이쯤 되자 확인을 겸하고 변방의 형편도 정확히 재검토할 필요성에서 새 여왕은 사헤라땅을 방문하기로 결정한다. 또 한 차례 대민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강행을 한다. 실제의 국경선 근처는 사람이 살지 않는 황량한 도시이다. 사헤라땅에는 사헤라란 자가 퍼뜨린 사헤라꽃의 물결이다. 심기가 몹시 뒤틀린 형편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헤라꽃의 초원은 나쁘지만은 않다. 돌기둥에 와보니 웅장하던 흔적은 사라지고 초라한 위령탑이 양심의 증거로써 서 있다. 역사의 진실을 엄연히 증언하고 있다. 정말로 사헤라땅에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새 여왕은 궁궐로 되돌아오면서 사헤라꽃을 국경선 근처의 텅 빈 도시들에도 심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사헤라에게는 사면령이 내렸지만 본명이 OOO 인 그는 행방불명자이다. 전직 의전관인 OOO 도 마찬가지이다. 새 여왕은 제1지하국민들의 한 사람, 한 사람, 흔적들이 끝까지 추적되지 않는 문제로 인하여 대민부 대신들을 나무랄 형편이 되자 먼저 OOO, OOO, 대신에게 그 점에 대한 확실한 법률과 행정보완을 요구하게 된다. 대민부 대신들도 각기의 지역으로 돌아가 더 확실하게 제1지하국가 사람들의 이동 상태와 주거지 개념을 세밀히 살핀다. OOO 대신은 부인과 같이 자기 지역을 둘러보고 한층 애정의 강도가 세어진다. 마땅히 사랑하여야 할 부분이 있음이다. 부인이며, 자녀들이며, 지역이며, 지하국가이다. 오랜 동안 살면서도 큰 기쁨의 느낌이 안나든 성생활에 알게 모르게 신혼 초처럼 넘치는 생동감과 희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젊음을 유지하면서 사랑으로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넘쳐서 현실적으로 표현된 사실이기도 하다. 대민부 대신들은 늙은 쪽에 무게가 실리므로 부부간의 성적욕망에 대한 부분은 대화의 끈이 마련되는 일이 드물다. 세월은 쉬지 않고 흐른다. 누구나 뒤안길이 확실히 드러나는 길이다. 무대를 떠나는 사람에게 영원한 등불이 비치지도 않는다. 꺼져버린 불꽃이 되기 전에 OOO 부부는 사랑을 만끽하고픈 세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