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제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 시위대 팻말은 너무 절절했다.
소 상공인 연대가 내건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는 자유당 독재정권시절 민주당의 구호만큼이나 절실했다는 생각이 떠올라 마음 한켠이 얼얼해졌다. 하루의 호구지책을 걱정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이 생업을 팽개쳐도 대폭인상의 최저임금제는 막아야 하는 절박함에 국민들은 걱정스러운 시선을 떼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3일 확정 고시한 내년도 최저 임금을 보는 눈은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올해보다 10.9%나 오른 8천 3백50원이라는 액수도 문제려니와 각계의 재심 요구를 거부한 경직성에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중소 · 중견기업, 소상공인 경제 단체들의 「지금 경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반발은 숙지지 않을 것같아 사회갈등은 지속 될 전망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정부가 재심의 절차를 외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한 번도 재심의 절차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번 결정은 곧 시행이라는 일방통행적 행정 면모가 확연하다.
「최저임금 1만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꼭 지켜야 한다는 다짐이야 현실의 바탕이 전제돼야 할 일인데 현실외면 결과는 국민생활의 쪼달림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올라도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10년 4천1백10원에서 올해 7천5백30원으로 83.2%나 올랐다. 내년 인상률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꼬박 2배가 되는 셈이다.
미국은 연방최저임금이 2009년 이후 줄곧 7.25달러로 제 자리 걸음이라고 한다. 연방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주(州)가 많다고 하지만 연방 기준을 따르는 주는 22개 주에 이른다는 통계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어떤가? 2010년 7백13엔에서 올해 년 8백 48엔으로 올랐다. 인상률이 우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내년 (사실은 올해 10월부터 적용)의 최저임금을 지난 7월25일 8백 74엔으로 제시, 올해보다 26엔이 늘어난 것이다.
이것은 일본 47개도부현(都道部縣)의 평균치이고 지역별로 물가와 소득을 고려해 정해진다고 한다. 우리와는 딴 판이다. 또 있다. 일본은 주휴수당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주휴수당이 있기 때문에 이를 포함하면 실질 임금은 1만30원으로 일본(8천8백50원)보다 1천1백80원이 많다. 우리와 일본경제를 비교해보면 올라도 너무 올랐고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인 것이다.
갈등과 모순을 보면서 묻고 싶다. 왜 차등화는 외면하고 획일화에 매달리고 있는가? 그 흔한 외국유학파 경제관료, 학자들의 소리에 귀를 막았다는 얘기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우리처럼 최저임금제를 획일적, 경직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은 2백33개의 특정최저임금이 존재할 만큼 다양한 차등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역마다 다른 생계비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47개 광역지자체에서 다르게 적용해 갈등요인을 미리 예방하는 셈이다.
우리와 경제구조가 가장 유사한 일본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못할 까닭이 없다. 관료들의 사고가 문제다.
미국은 많은 예외를 두어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한다. 농업분야나 소규모 언론사 등은 경영난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신문배달도 예외다. 10대들의 일자리를 감안한 조치라는 얘기다.
네델란드는 연령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고 보면 우리의 획일적 적용과는 영 딴판이다. 최저임금의 시행을 둘러싼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큰 원인이 돼서인지 문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최대 난제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차등화 문제를 그대로 접어둘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 뒤에 숨어서 침묵하면 국정난맥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 차등화가 되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는다」는 대구요식협회원들의 절절한 외침을 듣고만 있을 것인가?(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최종진 프로필
매일신문 사우회 회장(현)
중앙대 신방과 / 대학원 신문방송학 졸업
매일신문 논설주간 · 경운대 신방과 교수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