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등 3명의 대법관후보자 국회인사청문회는 당초 야당측이 이념편향성과 도덕성 문제 등을 들어 일부후보에 대해 반대했으나 청문회보고서를 채택하고 국회본회의 인준 동의를 받았다.
대통령의 임명절차를 거쳐 8월초 퇴임 대법관의 후임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들은 이제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구성원이 되겠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이들 3명 모두가 현행법인 부동산거래신고제를 위반한 다운계약을 했던 사실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여운으로 남게 되었다.
다운계약문제는 이번 대법관 후보의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 이 보다 앞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 대법관도 다운계약서 작성문제로 인사청문회서 심한 질타를 당했다.
어찌된 셈인지 문재인정부 들어 대법원장, 대법관이 된 5명이 모두 다운계약서작성으로 문제가 되었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대법관 뿐만아니라 이전에 있었던 각료후보들도 전현 정부를 막론하고 다운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인사가 후보에 오른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특히 이번 경우 대법관 후보 전체가 부동산거래신고제를 위반했다는 것은 최고법원의 구성원들 마저 예사로 법을 위반하는 세태가 된 것을 절감하게 된다. 이제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고위층의 다운계약서에 의한 부동산거래신고제 위반전력이 위법행위를 했다고 보는 감각 조차 무디어질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실매매가 대로 계약서를 작성 신고해서 법규대로 꼬박꼬박 세금을 낸 국민들은 이들 다운계약 고위층들을 어떻게 볼까? 무엇 보다 이 나라를 과연 법치국가라 할 수 있을지 반문해 볼 것이다.
법을 위반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않을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청문회 통과와 인준동의까지 받을 수 있게 되어도 법치국가라고 우길 수 있을 것인가?
법치국가라면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누구는 정직하게 실거래가 대로 신고해서 세금을 물거나 다운계약서가 발각되면 무거운 벌과금을 무는 판에 누구는 벌과금은 커녕 고위공직에까지 오른다면 우리는 법치국가에 살고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유전무죄(有錢無罪)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풍미하면서 우리사회의 부패와 법치정신의 타락을 우려하는 세태에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오른 사람 마저 법을 지키지않았다면 누가 누구를 보고 법을 지키라고 할 텐가?
정의와 공정을 최고의 판단가치로 삼는 최고법원의 판사들이 다운계약이“당시의 관행이었다”는 말로 변명을 한다면 이 법을 지켜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본 사람들은 사회관행을 몰라서 손해보는 사회부적응자였던가.
더욱이 국회인사청문회에서 같은 직책의 공직후보로서 같은 다운계약서문제로 낙마하는 후보가 있는가하면 통과되는 후보도 있어 기준이 들쭉날쭉한다는 지적 마저 있고 보면 법의 잣대는 참으로 고무줄잣대인 것같다.
법의 준수나 집행이 이렇게 되면 결국 우리사회는 법을 지켜야되는 계층과 지키지않아도 되는 계층으로 나누어지게 되고 이들 계층간의 문제는 자칫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다운계약의 혜택을 본 당사자들은 그게 뭐 대단한 것이라고 말썽이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부동산거래에서 법대로 세금을 무는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다운계약을 한 당사자들도 상당한 이익을 보지않았다면 왜 그렇게 했을까? 법을 지키지않아도 되는 계층이 점점 늘어나면 이 나라는 법치주의만 무너지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부동산투기광풍에 의한 불로소득계층의 증가와 사회양극화가 확산되면서 그에 따른 사회의 부정부패순위가 OECD국가중 하위권으로 떨어질 만큼 심각하다. 부동산거래신고제는 이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 첫단계의 조치로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않는 사회지도층이 늘어나면서 법치주의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만큼 차라리 법치라도 살리기 위해선 이 제도를 페지하는 게 옳을 것이다.(동일문화장학재단 협찬)
홍종흠(洪宗欽) 프로필
현)대구경북언론인회 칼럼조정위원장
매일신문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장
대구가톨릭대학 겸임교수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3대 의장
대구광역시 문화상 수상
(저서및 편역서)
대구의 앞산, 대구의 뿌리 수성, 팔공산,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
국역계동선생문집,대구의 고문선,수성사직제의례, 선(禪)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