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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환 작가- 대구출생 .대구성광고 졸업 .경북대 독문과 졸업 <주요저서>마음 중 단편 .대불(시집) .김대중 .한국전쟁 언저리 .금호강의 영혼(시집)
#매주 목요일 연재
지하세계 1
15. 우주특공 대
여왕은 이름을 바꾸고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모두들 신분을 바꾸어 지상국가의 일원이 된다. 전직 여왕은 아침에 일어나 바깥 경치를 바라본다. 나무숲만 빽빽하고 과거의 모습이 변했다. 도로, 빌딩, 하수도, 쓰레기장, 묘지 등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는 비돌기가 날아다니고 밑에는 언샘으로 그득하다. 같이 온 일행들은 완벽하게 자신들을 타인으로 만들어야 생명의 보존이 가능한 것을 육감적으로 알아차리자 서로가 한 곳에 모여 살 필요성이 점점 약해져 눈치껏 뿔뿔이 낯설고 그들을 알아보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점차로 흩어진다. 뭉쳐야 사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기억되지 않아야 된다.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을 비난하면 맞장구를 쳐야만 하는 괴로운 인생들이다. 분명히 잘못한 일임이 명백한데 두둔하다가는 큰 의심을 받으므로 정신구조상 괴리현상이 일어난다. ‘도둑이 제 발 저린’ 현상으로 불특정다수인이 평가하는 쪽에 비슷하게 행동을 하고 절대로 여론에 돌출되게 행동을 하지 않는 가장 기회주의적, 생존보호형인 카멜레온이 된다. 불특정다수인이 이야기하는 것을 뒤집어 제1지하국가에서의 전직 여왕이 잘했다고 해봐야 논리전개가 전혀 먹혀들지 못한다. 형편이 이렇게 흐르므로 더욱 움츠려서 그들의 신분은 지하로 잠적하여 감추는 보호본능의 감각만 발달한다. 전직 여왕은 젊다. 삶의 남은 기간이 짧은 노인과 다르다. 누구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이 완벽하게 되어야 한다. 들판에 나가 하루해를 보낸다. 자연과 생활하는 나날이다. 신체적 조건들은 모든 것들이 좋아지는 듯하나 내면적인 문제들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전직 여왕 일행은 낯선 땅으로 근거지를 다시 옮긴다. 얼굴이 지하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대부분 세블국으로 가버렸으므로 상대적으로 지상국가에서는 마주칠 확률이 훨씬 줄어든다.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이 비슷한 생김새라고 하면 극구 부인해야 된다. 실제상황이 몇 번 발생하고부터는 발뺌하는 정확한 기술을 만들어간다. 보통 고역이 아니다. 동상을 만들어 널리 알린 만큼 되레 숨겨야 하건만 묘책은 그리 많지 않다. 기껏 전직 여왕은 남장을 하고 남자 모습으로 다닌다거나 들판에서 일하는 정도이다. 그것도 거추장스러워 팽개치려다가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기까지 남자로 행세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또 이름을 남자와 비슷하게 바꾼다. 남자치고는 인물이 꽤 예쁘장하여 한 번 더 쳐다본다. 남편은 졸지에 형이 된다. 형제간에 생김새는 닮지 않아서 갸우뚱하다가 외형적으론 부부간이 아닐까? 의심을 하는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낯선 사람에게는 먹혀들지만 자녀들에게는 참으로 곤란한 지경이다. 그래도 할 수없이 두 딸도 남장을 하여 아들이 넷인 외형으로 살아간다. 집안에 아예 여자 옷을 두지 않고 생활한다. 호칭도 바뀐다. 남자 성인이 두 사람인 집에서 아이가 네 명 모두 남자라면 더욱 이상한 집안으로 오해받아 시선이 집중되므로 얼마 되지 않아 자녀들은 원상태의 남녀로 되돌린다.
전직 여왕은 인간의 숙명론에 알게 모르게 빠져든다. 지나온 과거를 거울삼아 다가올 미래에는 아무리 강력한 대비책을 세워도 똑같은 반복도 일어날 수 없으며 꼭 마음을 먹은 대로 다른 환경을 손쉽게 바꾸기도 힘이 든다. 무엇을 바꾸고 이끌어가는 입장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에 적절하게 알맞은 적응을 하는 재주가 더 필요하다. 주어진 상황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을 싫어한다. 안정된 상태를 염원한다. 생명의 위협과 공포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거주공간을 자꾸 옮기고 싶은 생각도 발생치 않는다. 거주이전의 자유에 따라 삶의 땅이 바뀐 것이 아니다. 지구가 망해서 지하로 갔다. 지하에선 최상이었다가 민간인보다 못하게 추락하여 몰래 지상국가로 도망을 왔다. 자유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죽지 않으려 도망 다닌 것이다. 사람들이란 강요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살기 위하여 적당한 곳으로 옮긴다. 간혹 정치적 힘에 의하여 약자들이 강제로 삶의 터전이 바뀌기도 한다. 평화적 상태가 지속한다면 한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예전의 사람들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음식물을 구하기 위해서 이동을 하다가 농사짓는 방법, 짐승을 키우는 일을 터득하여 늘 유랑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한 지역에 계속하여 사는 정착 문화형태를 가지게 된다. 지금의 이동개념은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어디로 멀리 간다는 것이 시간상으로 아주 짧은 순간에 가능해지므로 젊은이들은 한 장소에서 오래 있다고 예측하기 힘들다. 전직 여왕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돌아다니는 것도 마음 내키는 부분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찾아갈 사람도 찾아올 사람도 없게 될 형편이다.
일부러 착시유도법을 사용하고픈 마음도 사라지고 그럴 필요성도 상당히 줄었다. 사용하고자 할 때는 전문가를 불러와야 되는데 그것마저 할 능력이 남아있지 못하다. 과거의 영광과 기쁨을 현재까지도 버리지 못한다면 정신적 장애로 인해 고통 받는다. 생존의 문제에 있어서는 뒷걸음을 아주 많이 쳐서 영원히 땅속에 묻혀버리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처음에는 묻히는 것을 일부러 찾아 나섰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자꾸만 현상유지단계마저 곤란한 지경에 다다른다. 허수아비가 돼가며 이빨과 발톱이 빠진 사자에 불과하다. 사자는 이빨이 빠지면 사냥을 못하게 되고 발톱이 빠져도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육식동물인 사자는 달리기를 잘 할지라도 짐승을 죽이는 이빨과 발톱이 없으므로 허수아비가 되어 고기보다는 식물을 먹던지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사실 수사자는 사냥도 하지 않는다. 암사자가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고 새끼들은 사냥에 거의 가담을 하지 않고 암사자들이 사냥감을 잡아온다. 잡아온 먹이를 제일 먼저 먹는 얌체가 수사자이며 주인이다. 수사자가 실컷 먹은 다음에야 암사자가 먹고 새끼들은 맨 나중에 먹는다. 수사자는 매일 빈둥빈둥 낮잠만 자고 놀기만 한다. 그가 하는 일은 괜히 으르렁 큰소리를 한 번씩 내어 그 땅이 자기구역임을 소리치고 오줌으로 경계를 표시하고 다른 짐승이나 수사자가 들어오면 자기 구역에서 못살도록 쫓아내거나 싸움을 한다. 먹고 놀다가 자기 땅 지키는 것과 다른 짐승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일만 한다. 그 나머지는 암사자와 노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늘 암사자만 사냥을 하고 수사자는 하릴없이 노는 것으로만 보인다. 전직 여왕은 이제 수사자도 암사자도 아니다.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하지 않아도 되는 땅이므로 개미 같은 예전의 사람도 아니다. 다른 점은 여왕처럼 이리저리 골머리를 싸 메고 생각을 할 필요가 무척 줄었다. 계획을 짜거나 이런저런 일거리를 만들어서 실천하지 않아도 된다. 목표치가 엄청나게 하향 조정되어 세블국을 만들 고생은 안 해도 되고 다만, 자녀들이 잘 자라도록 신경을 쓰고 자연수명을 유지하는 자신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된다. 기대상승욕구 부분도 많이 줄어든다. 욕심이 줄어들면 심리적 부담은 한결 가벼워진다. 스스로의 인격의 성숙에 의한 것임은 매우 빛나는 것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화되어 욕심이 줄어드는 후자의 경우에 많이 속한다. 전직 여왕도 후자의 입장에 섰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일에든 엄연히 견제기능이 살아 있다. 아무리 강한 강제력이라도 스스로의 정당성과 사람을 인격화하는 부분이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무너진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내부에 스스로를 조절하는 마음과 훈련을 거듭해야 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감소했다. 꼭 죽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억눌리는 것보다 올바르게 살다가 죽으면 다행인 것이다. 나쁜 짓만 골라서 악행의 업을 쌓다가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다. 앞으로는 사람을 해치는 일은 더 더욱 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하다가는 그전에 견제장치에 의해 자신이 지탱되기도 힘든 것도 현실이다. 나쁜 일을 하고 싶더라도 실제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도 그렇게 많을 수 없다. 나쁜 업을 행하고 받을 벌을 이겨낼 재간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런 처벌을 감내할 장사도 드물고 아예 목숨을 내어놓은 자만이 가능할 것이다. 목숨을 내어놓고 나쁜 일을 계속할 얼간이도 드물다. 갈수록 순응체질화 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이름을 바꿀 이유도 없고 남장을 하고 다닐 성질도 아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두려움이 남아 있으므로 유령인물로 존재한다. 무수히 많은 유령들이 있다. 명예의 유령, 부의 유령, 권력의 유령, 사랑의 유령, 전쟁의 유령, 미래의 유령, 현재의 유령 등이다. 명예의 유령들은 무엇이던지 형이상학적 가치규범을 들먹인다. 따지고 보면 아무런 가치가 내포되어 있지 않아도 정당성을 부여하여 사람들에게 인식되게끔 설득과 강제를 반복한다. 전쟁 중에 상대방에게는 명예이지만 반대편은 수모와 굴욕이 될 것이다. 서로의 평가방향은 다르게 이루어짐이다. 그러니 싸움만이 일어난다. 상대방을 서로 인정해야만 명예로 인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평생을 명예롭게 살다가 불명예의 너울을 뒤집어쓰지 않고 죽기도 매우 어렵다. 전직 여왕의 입장에서는 명예의 유령이 정말로 기분 상하게 뒤따라온다. 최고조에 오르던 명예는 저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처박혀 버린 명예의 날개를 펼 생각도 않는다. 높은 산의 꼭대기에서 바라본 넓은 들과 도시들, 시원한 바람, 모든 것들이 불명예의 나락에 들어서니 좁은 들로 바뀌어 한 평도 안 되는 농토가 되고, 도시에는 단칸방의 비좁음으로 변하고, 시원한 바람은 메케하고 답답한 도시의 우중충하고 음울한 공기로 변한다. 불명예란 유령의 집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 희망의 명예로 바꾸어주는 신기루는 존재할까? 전쟁에서는 전범의 이름으로 처형한다. 더 참혹한 살육으로 인명에 손실을 발생시켰다. 그 책임자는 어떤 불명예로 처형하여야 합당한 것인가를 놓고 명예의 토론과 재판을 강행한다면 전직 여왕에게는 합당한 명예의 결론으로 방법이 제시될 것이다. 전직 여왕은 불명예를 무릅쓰고 도망을 친 현실이다. 죽기는 싫은 사람임이 증명되었다. 명백한 잘못이 처벌되지 않으면 정의란 영역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를 정복할 수 있는가? 정치적 정의. 군사적 정의. 인권적 정의. 많은 것들이 옳다는 것이다. 제1지하국가에서 정의로운 입장에서 책임지는 명예의 전통이 만들어지지 않고 지도자가 도망을 갔다. 그것으로 끝이다. 어느 정도만 이성적 판단력을 동원하면 그럴 수는 없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들이 지배적이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생목숨이 우습게 여겨질 만하다. 명예의 문제에서 그녀는 비겁자의 길을 간다. 그렇게 말을 하면 틀린 것이 아니다. 정치적 희생양으로 그만한 일에 합당한 카타르시스를 제1지하국민들이 원하는데 그녀는 단두대의 제물이 되거나, 불길에 태워지는 화형을 당하여야 사람들의 원망이 줄어들 것인가? 그래서 도망친 것인데 사형집행관이 잡으러 온다면 더 이상 도망갈 세상도 없다. 이런 생각이 나면 그녀는 죽음의 사신이 얼씬얼씬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것 같아 실성할 지경이지만 노동과 단순한 생활로 인해 견뎌내는 힘이 세어졌다. 침략을 위해 일으킨 사건은 아니었다. 더 많은 희생이 발생하기 전에 이루어진 조치였다. 온갖 변명을 생각해도 사건은 이미 생겼으므로 어쩔 방도가 마련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제1지하국가의 동상들은 새로운 지도자의 모습으로 모두 바뀌었다. 전의 여왕은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을 갔다. 응분의 처벌이 있어야 한다. 아무런 벌도 받지 않는다면 또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도 면죄부를 주어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끔찍하다.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것을 엄단하여 벌을 내리지 않음은 똑같이 서로 망하는 시초가 되며 살육을 너무도 당연시하는 세상이 된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제1지하국민만이 아니라 전우주의 여론이 여왕과 살육을 행한 자들은 인류의 명예적 차원의 이름으로 사형을 당해야만 전우주의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래야만 앞으로도 인간을 처참하게 죽이는 바보짓을 하면 가차 없이 그 자신도 죽고 주위의 모든 가담자도 죽는다는 엄연한 진리가 파묻힌다면 어불성설이라는 논리를 전개하여 전직 여왕과 관계된 책임자들도 모두 사형장으로 끌어가기 위해서 범죄조직 소탕임무를 띤 우주범죄 퇴치대책특공대가 전직 여왕을 잡으러 일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의 말이다. 붙잡히는 날은 죽는 날이고 오천 구백 구십 만 명의 죽은 영혼을 위한 희생양으로 목이 뎅강 날아가야 된다. 잡히지 않고 처형되지 않으면 오천 구백 구십 만 명의 악귀들이 전직 여왕을 잡아먹으러 구만리장천의 하늘에서 천길 지하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람을 괴롭힐 것이다. 전직 여왕은 죽기 싫다. 그녀는 자기목숨을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전우주의 사람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고 있으며 세계정의의 영역에서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종교적 진리는 너무도 이해하기 쉽다. ‘남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어떻게 한다. 이것이 종교와 법률의 시작이다. 전직 여왕은 오천 구백 구십 만 명의 목숨을 죽게 했으므로 사실은 오천 구백 구십 만 번의 사형을 당하여야 단순수치로 맞아떨어지는데 목숨이 하나이므로 한 번만 죽으면 된다. 한 번 죽기 싫어서 도망을 다니고 있다. 물론, 그들을 잡으려는 우주특공대 앞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스스로 자수하여 사형장으로 걸어가는 하수인인 제1지하국가의 전직 책임자들이 있다는 소문이다. 병신머저리 같다고 생각도 되었으나 그 이유로 인하여 제1지하국가 국민들도, 많은 우주의 사람들도, 분노가 약간 가라앉아 더 험악한 일이 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이 스스로 죽음으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보복과 살육의 악순환이 재발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긴긴 세월이 흐르면 사람들 시체에서 석유가 쏟아지므로 좋은 면도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또 다시 반복된 더 큰 살육으로 생매장되면 더 많은 석유가 만들어진다고 하다간 그런 사람도 잡혀와 몰매를 맞아 죽게 될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제1지하국가의 내부에서 양심의 목소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전직 여왕을 잡겠다거나 엄청난 잘못을 거론하지 않으면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당연지사 문책과 양심으로 무장한 세력이 논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생각하여 정당한 수순을 밟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으므로 역사에 기록되고 두고두고 천 년이고, 만 년이 지나도 전직 여왕은 책임을 지고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졌어야 합당하다고 후세 사람까지 주장한다면 그녀는 개인의 목숨을 보존하는 것이 천 년, 만 년, 인류사에 오점을 남기고 수많은 인류에게 양심의 목소리를 거역한 악마적 존재로 바뀌게 된다. 잡혀서 죽으면 인간이 되지만 안 잡히고 계속 살아나면 악마적 인물로 영원토록 남게 된다. 전직 여왕은 이것까지는 판단할 능력이 마비되고 있다. 갈수록 생명보존이 어려운 것은 지상국가의 곳곳마다 전직 여왕이나 그 일족들을 보거나 알고 있는 사람이 신고를 해주면 우주정부에서 합당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논리정연하게 나타나는 글들이나 안내문들은 전직 여왕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처형장으로 나오란 것과 양심 앞에 무릎 꿇고 올바르게 많은 사람들을 위해 용서를 빌면서 죽으라는 것이다. 용서를 빌면 살려주겠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그러한 심판이 옳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오천 구백 구십 만 명의 희생자와 아직도 살아있는 전우주의 사람들이 전직 여왕을 살려줄 수 없는 일이므로 끝끝내 전직 여왕에 대한 일들로 문제꺼리가 되므로 한 사람이 죽어야 수억도 넘는 사람들이 속이 시원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전직 여왕은 죽고 싶지 않다. 많은 사람들의 분노의 불길에 태워져 스스로 죽어버릴 일이 일어날 형편이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미미한 존재로 바뀌었다. 우주의 사형집행관들이 한 발짝 그녀의 주위로 다가오고 있으므로 서서히 전직 여왕은 죽음의 공포를 겁내진 않는다고 하여도 미쳐가는 중이고 미친 사람이 서서히 되어가는 인상을 사람들은 느끼게 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자신은 일체 미치지 않고 정상적이라 항상 우기기 내지는 실제로 정상일 수도 있다. 스스로 죄인임을 사람들에게 밝히고 죽으면 되는데 그 일을 못하는 것이 전직 여왕으로서의 합당한 능력이 모자라는 부분이다. 이제는 명예의 유령이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려는 인간들의 정당성과 정의라는 영역에서 그녀의 목숨이 끊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이는 군인의 물결이 거세게 밀어닥치듯 전직 여왕은 죽어야 한다는 온갖 사실들이 나타난다. 이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보지 않고 들으려하지 않는 시골사람에게도 그것이 전달되고 인정되게끔 이해된다는 것은 전직 여왕이 잡혀가서 죽어야 되는 것이다. 전직 여왕의 탐욕이 논리정연하게 설명되는 통신망의 내용들에는 예전부터 지문위(지하문화위원회)를 통하여 그러한 생각을 하는 자체가 전쟁을 일으키려는 침략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인간이며 마땅히 처벌받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묻힌 괴로움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떤 것도 긍정적이거나 인간적으로 이해해주는 것들은 존재치 않는다. 자식들은 어리므로 이런 일들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통하여 듣게 되지만 덩달아 나쁜 전직 여왕은 죽어야 된다고 하는데 그 전직 여왕이 자신이다. 남편은 상황을 다 알고 있다. 반응이 전혀 없다. 그 남편도 죽어야하므로 즐거운 일은 못된다. 아이들은 주위의 환경에 영향 받는다. 같이 노는 또래집단에서 노는 방식대로 행동한다. 어른들이 이야기하는데 전직 여왕은 아주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죽어야 된다고 한다. 그러면 그런 줄 아는 것이다. 전직 여왕이 죽어야한다고 자기의 분신들이 아무런 놀라움도 없이 이야기를 하다니 정말로 죽을 지경이다. ‘민심이 천심’이란 말은 우주의 사람마음이 이 어린아이들까지 와 닿았다. 식으로 바꾸어야 된다. 생명의 위협이 점점 가까워오므로 그들은 또 보금자리를 버리고 딴 곳으로 이동한다. 이제까지 살던 곳의 흔적도 깨끗이 지워버린다. 또 이름을 바꾸어 행세한다. 전직 여왕은 들로 일을 하러 나간다. 들판에 돌아다니는 종이쪽지에는 전직 여왕을 잡는 자는 상을 내리겠다는 포고문이다. 재빨리 먼저 있던 곳을 피하지 않았다면 벌써 뎅강 생목숨이 끊어질 뻔하였다. 전직 여왕은 더욱 신경을 써서 콧수염까지 만들어 붙이고 완벽한 남자로 변신한다. 놀랍게도 먼저 번 변장한 용모와 옷차림까지 다 드러나 버렸다. 끝까지 죽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노력과 방법을 몽땅 동원하여야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더 짧은 시간에 또 이사를 하면서 이름을 바꾸고 콧수염에 턱수염가지 붙이고 옷가지와 용모도 아주 다르게 바꾸어 본다. 들판으로 일을 하러 나가서 종이쪽지를 주워보니 아직도 바뀐 것은 나타나지 않고 그전 상태의 변장과 변성명 상태에 머물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전 상태에서 모든 것이 끝나길 학수고대하건만 이번에는 마지막의 변장과 변성명의 행색과 개인정보가 담긴 쪽지가 들판에 그득하다. 또 다른 땅으로 도망을 치면서 변성명을 한다. 자꾸만 도망치는 일이 한계점에 다다른다. 더 이상 이사 다닐 기력도 없고 당하는 대로 붙잡힐 가능성이 커진다. 이래서는 안 된다. 잡히면 생목숨이 끊어진다.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야하므로 우주특공대에 붙잡혀서는 안 된다. 온갖 결심을 하지만 전직 여왕은 자포자기의 심정이 심하게 일어난다. 남편도 아이들도 이미 지쳐 있다. 더 도망을 갈 수단도 마음과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잡히어 죽을 시점이 앞을 다툰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을 잡으러 다니는 우주특공대인지 그런 행색이며 느낌이 드는 무리들이 들이닥친다. 집안을 둘러보고 아이들을 살피고 두 사람을 번갈아보고 변장한 두 사람을 일단 잡아서는 어떻게 할지 그녀로선 알 길이 막연하다.
우주특공대는 전직 여왕을 조사하고는 붙잡아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또 재빨리 다른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는 변성명도 반복한다. 이름을 바꾼 전직 여왕은 겁이 난다. 초기 지하국가에 당도하던 때보다 더 심하다. 죽음의 공포가 어떻던 죽지 않고 지하굴속에서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던 순간처럼 지금도 살았지만 곧 다시 잡히면 죽는다고 생각하니 전직 여왕은 갑자기 온몸이 마비되면서 기절을 한다.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정신적 압력에 짓눌려 쓰러지고 만다. 남편도 더 이상 견뎌낼 인간의 한계성에 가까워졌는지 약간 실성한 듯 제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다행히 꼬마들인 아이들은 정신연령상 가치문제로 부딪혀 골머리를 썩이지는 않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즐겁게 놀면 되므로 정신구조상의 괴리문제로 아직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고통의 그림자를 느끼겠지만 그 때까지는 아직 어린애들에게 시간은 남아 있다. 전직 여왕은 스스로 무너지는데 남편마저 쓰러지면 풍비박산의 집안 꼴이 된다. 남편은 무엇 때문에 그와 관계되지 않는 일들로 심기가 불편할 정도를 넘어서 힘겨워 하는가? 처음부터 그들이 원하던 모습도 아니고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형성된 인과관계의 산물이다. 인간은 삶의 궤적들을 올바른 방향에서 만들어가려 노력하지만 알 수 없는 변수들이 그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하면 그 원인분자들을 고쳐나가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상황은 악화되어 다시 우주특공대가 들이닥치더니 두 사람을 다시 체포한다. 포위망이 한 겹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 겹으로 쌓여서 일차적으로 병력이 지나더라도 또 우주특공대가 들어와서 범인을 찾기 때문이다. 두 사람과 네 자녀까지 여섯 명은 다른 장소로 옮겨가서 남장을 한 그녀의 모습이 공개가 되고 적나라한 전직 여왕이 드러나 버린다. 너무나 널리 퍼진 모습으로 인하여 정밀한 자료를 가진 우주특공대에게 아무리 횡성수설을 해보아야 소용이 없다. 짧은 시간은 지루하다 못해 전직 여왕과 남편에게 미칠 지경으로 몰아간다. 우주특공대는 이들이 이상한 돌출행동을 할 것에 대비하여 마취총을 발사하여 잠들게 만든다. 전직 여왕 내외는 사형장에서 모든 국민들의 정치적 재판을 받아서 목숨이 끊어져야 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등불도, 사람도, 세력도 나타나지 않고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손발은 묶여 있고 자해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에는 재갈을 물려 놨다. 전직 여왕의 모습이 아니라 처참한 범죄자의 몰골로 변하였다. 재판을 받기까지는 생명을 부지할 수 있겠지만 그 후에는 법이 정하는 것에 따라서 죽게 될 확률이 가장 높다. 전혀 육체적, 정신적 대항을 하지 못하게 조치되어진 상태로 제1지하국가의 관련부서로 옮겨지고 완전히 그들의 신분과 과정들이 밝혀지면 전 우주에 죄상과 아울러 체포뉴스가 제공된다. 그 전 단계로써 도망가지 못하고 중간에 다른 외부의 힘으로 생포한 전직 여왕의 가족들을 빼앗기지 않고 죗값을 치르도록 압송하고 있다. 정말 돌아가기 싫은 제1지하국가에 강제로 돌아왔다. 아무리 전직 여왕이 아니라고 우기고 다른 이름으로 주장했지만 일일이 증거를 제시하면서 정당한 대답을 요구한다. 끝까지 아니라고 주장하니 거짓말탐지기와 보충적으로 이미 자수한 신하들과 대질 신문도 한다. 그래도 아니라고 우긴다. 그러자 정신과 의사들을 동원하여 두 사람의 정신감정을 해본다. 약간 실성하여 미친 상태의 초기단계임이 확인된다. 더 이상 신문을 하드라도 정신이 혼돈된 사람들을 상대로 올바른 일이 밝혀지기 곤란하다고 판단되어 정신과 의사들의 의견서를 첨부하여 제출된다. 아울러 더욱 정확을 기하기 위하여 종교적 치료사들인 종교지도자들을 통하여 두 사람을 감정하여 보아도 약간의 문제점을 넘어서 곤란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제1지하국가로써는 두 사람이 정상인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끔 치료하는 일에 의견을 구해보니 두 사람이 공포를 느끼지 않고 마음의 회복만 되돌아오면 정상인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죗값을 받으면 된다고 하나 이들이 제 스스로 자신의 관리능력의 상실로 말미암아 올바른 선택을 하기에 앞서서 지쳐버린 초기단계에 와 버렸다. 미쳐 버렸다고 해서 공식적인 재판을 피해가지는 못한다. 잘못한 부분들에 대하여 질의응답과 사실규명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 부분에서는 정신과 의사들의 의견서와 종교지도자들의 의견서, 세세한 관찰기록, 제2차, 제3차의 여러 가지 자료들로써 두 사람의 현재 상태에 따라 심리변론과 재판진행이 이루어지므로 그들의 궤변이나 합당성을 들어볼 기회는 사라졌다. 예전의 지구에서와 같이 세 번의 재판 끝에 전직 여왕 내외에게는 사형이 언도된다. 네 자녀는 제1지하국가의 고아원에서 키우기로 결정이 난다. 전직 여왕 내외는 참담한 심정을 느껴보기 어렵게 미쳐버려서 사태의 위급함이나 생에 대한 집착에 관심을 나타내지를 못한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어린 자녀들은 비정상적이란 섣부른 판단에 쐐기를 박는다. 정상적이다. 부모들이 없어져서 낯선 고아원 관계자가 관련되어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상이다. 이들이 어느 정도의 나이만 되어도 혼란과 고통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이십 년이 지나도 완벽하게 역사적 사실에 따른 부모가 생부모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자라나면 네 자녀는 오히려 행복할 수도 있다. 사형당한 부모가 전직 여왕 내외이며 친부모란 것을 알면 도리어 힘들고 어려운 남은 인생으로 그들에게 멍에를 안겨줄 여건도 존재한다. 두 사람의 시체는 그토록 원하던 묘지에 묻히지 못하고 화장하여 가루를 우주공간에 아무런 흔적도 남겨지지 않게 뿌려졌다. 이 사실들이 세블국, 제2지하국가, 위성국가, 해양국가 모든 인류들에게 전해지자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는 반응이다. 전직 여왕이 착한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오천 구백 구십 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으로 그렇게 편안하게 죽은 것을 아쉬워할 따름이다. 인간의 심성 속에 내재하는 악에 대한 처벌은 너무나도 강력하고 무자비할 정도로 엄격하다. 인류의 공동 적에 대하여 선처를 일삼는 우를 사람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살인자를 잘했다고 살려주고 계속하여 살인을 하도록 방관하는 인류는 없다. 더욱 심한 심판을 바라는 사람들은 전직 여왕의 네 자녀를 살려줄 수 없다는 논리전개까지 나온다. 이렇게까지 정치적 소용돌이가 터져 나오자 종교적 지도자들은 우리 사람들이 자꾸만 다투고 잘못을 끄집어내어 쪼개져서 황폐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보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마음씨로 되돌아가 사랑과 자비로써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노력, 헌신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부모와 같게 자라나지 않고 선한 일들을 하도록 우리들 스스로 키워가야 하는 만큼 그렇게 살아가도록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를 한다. 제2지하국가의 총독도 재판을 통해 처단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우주특공대는 정치적 책임을 덜 덮어쓰고 교묘히 살아있는 총독을 체포하는 그들의 임무를 완수하러 떠난다. 그녀에게도 돌아갈 몫은 사형이다. 해양국가의 조그만 섬에 은신하여 살던 전직 총독이 붙잡혀 제1・2지하국가의 합동법정에 서게 된다. 전직 여왕 내외는 그들 자국민을 너무도 많이 죽였지만 제2지하국가의 전직 총독의 경우에 자국민은 아주 적은 숫자가 포함된 일이다. 그래도 합동법정에서는 전직 총독에게 사형이 언도되고 그녀도 죽게 되고 바다 속에 뼛가루는 물고기의 밥이 되었다. 오천 구백 구십 만 명이 희생된 책임을 물어서 천여 명에 이르는 관련자들이 사형을 당하였다. 제1・2지하국가의 역사의 첫 장은 이렇게 전직 여왕 내외와 전직 총독이 죽었고 천여 명이 목숨을 잃는 책임추궁과 오천 오백 구십 만 명의 죽음을 생생히 기록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픈 모습들이 아물어들어야 하건만 치유되지 않는 연장선상으로 흐른다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못된다. 전쟁이나 싸움으로 뒤범벅이 되려는 순간들을 겨우 책임추궁을 통해 잠잠하게 만들었다. 거세게 솟구치던 분노와 보복의 회오리가 가라앉는 느낌을 사람들은 알아차리지만 마음속에 완전한 평화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책임추궁을 당한 쪽은 도망가 봐야 아무런 효과도 발생치 않았다. 우주특공대란 무서운 존재가 있다. 사람들은 잘못을 하다간 우주특공대에게 혼쭐 정도가 아니라 잘못정도에 따라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 때문에 감히 나쁜 일을 할 형편이 아니다. 도망가는 것이 무의미하다. 전쟁 통에 적군이 다른 나라를 점령해 버리면 보따리를 싸들고 피난길에 올라봐야 헛수고이다. 결과적으로 전직 여왕은 바보스런 일생을 살았다. 너무도 허망한 일이 되었다. 잘 생각해보면 지구 멸망에서 인류를 구원한 구세주이면서 동시에 애매한 사람을 많이 죽게 했다. 모두 죽어버렸을 인류를 이 만큼 살려내어 여기저기에 남겨둔 것은 전직 여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제1지하국가를 이끌었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보다 월등히 나았을 것이다. 이런 정도까지 사람들의 이야기꺼리가 된다. 사건이 터진 후 8억의 제1지하국가는 3천만 명의 인구로 줄었다. 제2지하국가는 고작 3백만 명의 인구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세블국으로 거의 다 이주하고 일부는 지상국가로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