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방선거에서 궤멸수준의 참패를 겪은 자유한국당이 당의 회생을 위해 과거 경쟁정치세력인 노무현정권의 책사 김병준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그에게 당의 지휘권을 맡겼다.
김위원장은 당내에 아무런 세력기반이 없기 때문에 쓰러진 거대정당 자유한국당을 살려낼 묘책이 무엇인지는 아직 짐작조차 어렵다. 다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의 떠거운 감자인 인적 청산문제에는 말을 아낀채 보수의 가치에 무게를 둔 회생론으로 당내외의 현안문제를 헤쳐나갈 것같은 말들을 쏟아놓았다.
그는 보수의 가치로 자유,자율,공정,투명 등을 내세우며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해 이를 실현시킴으로써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수적 정책은 평화,상생,환경을 가치로 내세우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과 국가운영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될 것으로 보았다. 동시에 한국당내에서도 당과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인물들은 당을 함께할 수 없게 되는 자연스러운 인적청산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김위원장의 보수 가치에 대한 발언내용이 당강령의 개정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대표적 보수정당임을 자부하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당을 새로 창립한다는 각오로 기본가치부터 챙겨야함은 당연하다.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의 가치는 대체로 안보와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냉전구조가 해체되고 한반도만 냉전상태로 남아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보다 냉전적 사고와 안보에 매달려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인상을 주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사고가 이번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에 대한 국민인식과 어긋난 결과를 보였고 이것이 지방선거 패인중 하나가 된 것이다. 성장의 가치는 아직 유효하고 현 여당의 분배가치에 치우친 정책들이 많은 모순과 부작용을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례에 없는 부의 양극화와 청년실업 등은 성장가치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국민들을 설득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제 자유한국당의 보수적 가치는 시대에 맞도록 바꾸어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김위원장이 제시한 자유, 자율, 공정, 투명 등의 가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충분하다. 보수의 가치를 그 나라 그 사회가 겪은 역사적 경험에서 성공한 업적에 내재한 가치 가운데 현재와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이라 한다면 자유,공정,투명 등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건국이후 때로는 자유가 침해되고 사회의 불공정이 저항을 받았고 부패와 비리가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권이 승리한 60년 2월부터 4월까지의 민주운동과 87년의 민주항쟁 등으로 우리의 자유가 획기적으로 신장되고 많은 비리 부정 불공정이 시정된 것도 분명하다.
자율의 가치 역시 90년대부터 지방자치가 실시된후 이전까지의 중앙집권제 사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공했던 민주화로 인해 신장된 자유,공정,투명은 우리안에 소중한 가치로 자리잡았지만 아직도 국제사회에선 구 수준을 내세우기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분권개혁의 요구가 높아가는 현 시점에서 자율의 가치 또한 앞으로 더 중시되어야 할 것이다. 시대적으로 이같은 가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보수의 본고장이라 일컬어지는 대구 경북의 보수가치를 규명해보는 것 또한 보수가치 정리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외지에선 흔히들 이 곳 사람들을 ‘수구꼴통’이란 말로 낡고 병든 보수로 취급하려드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지역이 한국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불씨를 지핀 곳임을 상기한다면 이 지역민들의 가치의식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자유당말기의 2.28민주운동, 우리의 산업화초기 섬유공업의 성공적 업적 등은 한국 보수의 뿌리가치를 배태한 역사다. 여기엔 인내와 투지와 개척의 정신이 서려있다. 이를 창의정신이라 할지, 개척정신이라 할지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같다.(동일문화장학재단 협찬)
홍종흠(洪宗欽) 프로필
현)대구경북언론인회 칼럼조정위원장
매일신문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장
대구가톨릭대학 겸임교수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3대 의장
대구광역시 문화상 수상
(저서및 편역서)
대구의 앞산, 대구의 뿌리 수성, 팔공산,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
국역계동선생문집,대구의 고문선,수성사직제의례, 선(禪)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