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환 작가- 대구출생 .대구성광고 졸업 .경북대 독문과 졸업 <주요저서>마음 중 단편 .대불(시집) .김대중 .한국전쟁 언저리 .금호강의 영혼(시집)
#매주 목요일 연재
지하세계 1
14. 고 영 왕 국
의봉시의 오동나무 숲지기 영감은 오늘도 부지런히 숲 속을 깨끗하게 정돈한다. 능참봉이 하루 종일 바쁜 시간을 보내듯 꽤 넓은 숲을 관리하기도 힘이 든다. 일 년 내내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즐거운 마음이니 어쩌면 훨씬 더 오래 살 예측도 가능하다. 매끄럽게 곧게 뻗어 오른 오동나무의 둥치들은 늘씬한 미녀들의 각선미를 보는 듯하다. 너무 많이 있는 똑같은 종류의 나무보다 약간씩 다른 것들도 섞이는 것이 자연의 조화를 위한 맞는 일이기도 하다. 어디를 다녀도 똑같은 것이니 여기서는 특이하고 이국적이며 감상적인 마음의 조각을 향유하고 그려낼 수 있음이다. 지구에 살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오동나무 숲이 그리 대단한 것이기 곤란하다. 잣나무 숲, 전나무 숲, 대나무 숲, 포플러나무 숲, 소나무 숲, 다양성에 잘 적응되어서 자연의 풍치를 훨씬 폭넓게 느끼며 감상한다. 금화왕국으로써도 오동나무 숲을 도시마다 약간씩 만들고 오동나무와 애래우캐리야 나무를 교배하여 신품종도 만들어, 한가지로 단일성을 띠는 식물들을 사람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게 해주면, 더 나을 것도 같다. 오동나무 숲지기 영감은 희귀성에서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어서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이다. 경제적 논리들이 자원에 있어서도 희귀한 점에 대단한 값어치가 만들어진다. 영감은 상당히 값나가는 부분을 차지한 것이지만 전혀 그런 티도 없으며 경제적 문제에 민감한 영감도 아니다. 금화왕국 영주의 입장에서 그는 큰 도시에 숨통을 틔울 오동나무 숲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식물학자들을 파견하여 파봉시에 적당한 곳을 물색하여 옮겨 심는 일을 추진한다. 서로 다른 나무의 교배도 실시한다. 의봉시의 오동나무 숲의 옆에는 나무연구소가 만들어진다. 장미나무의 묘목을 구해 와서 약간의 지역에 양념처럼 심을 예정이다. 한 가지 나무만 번성하는 곳에 다양성의 기초를 심는 것이다. 오동나무의 원형에 가시가 없는 장미가 숭글숭글 감아지는 오동장미나무도 만드는데 낯선 느낌을 받는다. 장미꽃은 따먹는 음식이 되고 오동나무 열매도 식용이 되도록 연구한다. 오동장미나무는 장식용 겸 과일과 같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따먹어도 금방 과일이 달리도록 생장조절유전자변형도 행해진 나무이다. 묘목을 파가지고 가려는 극성인 사람들을 위하여 무료로 제공하여 준다. 의봉시의 숲지기 영감은 장미․오동․오동장미가 우거진 숲에서 오동장미 과일도 마음껏 구하게 되고 나아진 식물환경에서 살게 된다. 나무연구소에는 젊은 연구원들도 많다. 그들의 희망도 도시마다 생겨나는 지역에 나무숲지기로 일생을 보내고자 한다. 영주로서도 합당한 인사권을 통하여 그들을 한 사람씩 각각 도시로 파견하여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필요한 나무공원을 제공한다. 젊은 연구원 중에는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정성으로 예쁜 장미오동나무를 만들어낸다. 그들이 개발한 과일들은 월등히 맛이 나은 것들이 많다. 지역마다 남자들만 파견된 것이 아니고 예쁜 처녀들도 많다. 그리하여 연애를 걸려고 몰려오는 총각들이 도시마다의 아름다운 공원에서 지내는 일들이 생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일이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예식장으로 이용이 된다. 그러더니 신혼여행을 그 근처에서 보내는 일도 자꾸 일어나 어린 아기들은 대부분 장미오동나무 숲이나, 오동장미나무 숲에서 태어나는 현실적인 전설이 만들어진다. 이제는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들이 그 근처로 많이 몰려드는 일이 생기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유치원도 많아진다. 기존 도시의 발달형태에 부도심의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곳에 많이 모인다. 풍경을 그리는 배경에서 단조로운 한 가지의 모습만 들어가다가 이것저것 심미적 관찰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견문이 넓어지면 삶의 폭이 확대되어 더 멋진 사람이 되듯 금화왕국의 그들도 다양성에 목말라하고 있음이다. 삶의 방식들도 다양화시키려는 운동이 일어난다. 단조로운 그림도, 한 가지 곡조의 음악도, 바꾸어만 간다. 장미음악도 만들어 부드럽고 화사하며 정열적 템포의 무용곡도 만들어 신나게 춤을 춘다. 오동음률의 가락에 비견하는 우아하고 심미적인 춤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아동들의 그림에도 여러 나무가 등장하고 보이지도 않는 상상 속의 이상스런 나무들도 그려진다. 어린이나무, 어른나무, 공차기나무들도 그림 속에 나타나 실제로 학습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는가? 논의도 생긴다. 오동나무 숲지기 영감은 하루하루 아름답게 바뀌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느낀다. 감정의 요동이 거세지 않은 노인이지만 어떨 때는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빨리빨리 변하는 현실에 적응하려는 노력으로 귀도 덜 어두워지고 다른 영감보다 두뇌회전도 훨씬 빠르다. 재치 있는 젊은이들을 상대하려니 자꾸 이리저리 몸과 마음과 정신들을 활용하고 깨어있게 하기에 그렇다. 젊은 연구원들이 무엇을 하는 가도 관심을 가져보고 그대로 하지는 못해도 다른 영감들 보다는 노화나 퇴보의 행진이 뚝 멈추어져서 날이 지나면 하루하루 차이가 나는 듯하다. 어떤 영감들은 그와 같은 점에 부러움을 느끼고 늙지 않으려 그와 비슷한 행동을 꾸준히 하는 이들도 있다. 확실히 덜 늙는 것이 증명된다. 변화에 무방비로 떠맡긴 채 살아가는 것보다 이해하고 따라가려고 힘쓰다보니 기력을 썩히지 않고 자꾸만 활용하므로 용불용성의 생물적 의미가 적용이 된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갈수록 예전보다 꽤 빨리 그림도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도 부른다. 오동나무 숲지기 영감은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블국 고영왕국의 영주는 아주 젊은 사람이다. 패기와 힘을 지닌 개척자이다. 샘솟는 힘이 날마다 그를 창조적 영혼을 향해 달리게 만든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휴식을 위하여 침실에 들른다. 아치형으로 만든 문에는 금빛으로 칠해진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치켜 올라가는 힘찬 비상을 새겨 놓았다. 그가 문 앞에 서서 들어갈 형태이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정면에 보이는 벽면에는 초원에서 힘차게 뛰노는 흰말이 두 필 그려져 있다. 둥그런 원에 알맞게 조화를 부리고 있다. 천정에는 투명한 유리가 반짝인다. 깨어지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졌다. 방안의 네 귀퉁이에는 백합꽃이 하얗게 피어있고 은은한 향기가 배어있다. 따뜻한 온돌에 펼쳐진 요에는 깨끗한 흰 천이 씌어져 있다. 베게와 이불은 왕비와 신혼 때부터 사용하던 것이다. 언제나 아름다운 용모로 그를 맞이하는 아내이다. 사방 벽면에는 요란한 장식은 걸치지 않았다. 조그만 장롱 위에는 주전자와 잔이 있다. 화장품, 담배, 약간의 술도 있다. 잠옷을 걸어두는 옷걸이에는 아내의 체취가 배어 있다. 얇은 란제리 원피스는 예전이나 다르지 않다. 언샘잎 섬유소로 만들어져 리놀산과 사포닌 성분이 과다하지 않게 피부를 통하여 살큼살큼 스며들어 아내는 늘 십대의 볼그레한 얼굴과 매끄러운 피부를 간직한다. 그의 잠옷도 고영왕국의 사람들과 똑같은 언샘잎 섬유소이므로 사포닌, 리놀산이 알맞게 자극된다. 이불, 요, 수건들은 더욱 과학적으로 만들어져 노화방지를 해준다. 대부분의 낯선 방문객들은 고영왕국의 사람들 집에서 지내고 나면 잠깐 젊어진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고들 한다. 몸에 미세한 흉터와 기미가 있던 사람들도 얼마 되지 않아 말끔히 없어져 버리자 아주 신기해하는 모습은 어린애들이 깜짝 놀라는 것과 흡사하다. 이해하기 힘들게 피부병, 온몸의 상처, 보기 싫은 흉터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다. 말끔히 고운 모습으로 차차로 환원이 된다. 이처럼 되기까지는 못된 악당으로부터 칼자국으로 고통 받았던 젊은이가 온갖 지혜를 동원하여 언샘으로부터 찾아낸 결실이다. 이렇게 살기 좋은 땅이건만 남을 괴롭히면서 칼을 함부로 사용하는 악당도 존재했던 곳이다. 참으로 곤란한 점이 악당이라도 직접 나서지는 않으면서 살금살금 그러한 행위를 계속한다. 꼬리가 잡힌 자들을 교도소에 모아보면 인구비례에 따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악행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고영왕국이 극락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옥일 수 없다. 사람이 사는 곳이다. 범죄가 존재하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는 일들이 늘 생긴다. 매일 반갑지 않은 부분의 일거리와 괜찮은 것들도 공존한다. 침실에서 집무실까지는 하루에 반복적으로 걸어가면 충분한 운동이 될 정도로 떨어져 있다.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면 단조로운 하루일과이다. 젊은이의 행동영역에서는 정형화된 틀이라서 가끔 싫어질 때도 있다. 사냥을 하고 싶어도 잡을 짐승도 없다. 자연적 조건들은 다른 왕국과 똑같다. 영주는 어릴 때부터 지혜가 매우 뛰어났던 인물이다. 아주 많이 모인 어린이 중에서도 하나를 배우면 앞서서 둘을 이해하는 쪽이었다. 성인이 되자 접하게 되는 상황들이 해결하기 힘든 것이 많아진다. 더욱이 왕국을 이끌어 가려니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이가 좀 많은 금화 왕국을 방문하여 여러 가지를 배우려 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처음 왕국의 일꾼들을 채우는 문제에서도 일면식이 없는 완전히 낯선 사람들과 이루어졌다. 순탄한 출발이 아니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도 왕국의 일꾼들이 질서정연하게 선발한 집단이 아니라 당도한 곳에서 그대로 모아가지고 꾸려 나왔던 사람들이다. 일을 할수록 공무수행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꾸만 생겨났다. 이들을 약간씩 다른 일거리로 전직시키면서 계속 새사람을 채워서 검증을 하곤 한다.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도 많은 훈련을 시킨다. 그래도 힘들어하거나 너무 적응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인사권을 발동한다. 세련되고 일할 만한 인적구성과 조직재건에 허비된 시간이 무척 많아졌다. 만들어 놓고 보면 연령층이 너무 어린 것 같아서 또 나이가 꽤 많은 사람을 덧붙이고 땜질이 자꾸 되었다. 순조롭게 계층조직이 돌아가자 안정된 토대를 기반으로 고영왕국이 서서히 기능발휘를 해나갔다. 일일이 감독하지 않아도 권한 배분을 통하여 유기적인 상호보완, 견제장치가 살아나서 착착 관료조직의 힘이 뻗쳐나갔다. 아주 드물게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사람도 나온다. 이론적인 사실은 영주자신도 습득했지만 전문가적 사람이 조직의 상층부를 차지하기도 한다. 많은 분화가 일어난다. 관료조직, 군대조직, 종교조직, 학교조직, 회사조직, 경찰조직, 정당조직, 범죄조직, 상업조직, 우후죽순으로 우두머리들이 나타나서 각기 몫을 요구한다. 세블국 중앙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군대조직은 생기자마자 감독관이 오더니 없애 버렸다. 처음에는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해서 안절부절 했는데 날이 갈수록 힘이 커지려는 조직들을 싸우도록 만들거나 부수어야 하는 반대의 현상이 생긴다. 고영왕국의 영주로서는 한 쪽의 힘이 강력하여 다른 조직을 흡수하여 일하지 못하도록 조직끼리 연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관료조직과 경찰조직이 합하거나 공동의 일을 꾸미려면 두 조직의 우두머리는 하루아침에 쫓아내었다. 경찰조직과 범죄조직이 야합할 경우는 더욱 가차 없는 법률로서 다루었다. 정당조직과 학교조직이 공동으로 집회와 시위를 하면 강력한 경찰조직을 통하여 강압으로 내리눌렀다. 종교조직과 상업조직이 서로의 영역을 분할하지 않고 종교도 내세우고 돈벌이도 같이 내세우면 가만두지 않았다. 성격이 서로 다른 세 개 이상의 조직이 연대하면 더욱 엄중히 다루었다. 늘 하는 일이 서로 으르렁거리게 만드는 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영왕국의 영주는 자신의 일이 아주 좋은 것이 아닌 듯하다. 사람들이 사랑으로 협력하는 것을 베풀게 하지 않고 서로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 상호감시, 견제, 균형에 너무 무게를 둔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왕국이 난리법석에다가 난장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각각의 조직마다 그들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관료조직은 자꾸만 팽창하려고 했다. 정해진 왕국의 영토를 쪼개고 쪼개어 담당자를 자꾸만 새로 임명하려 했다. 넓게 잡아 한 명으로 되돌려 놓으면 어느새 일거리를 두세 배로 확장시켰다. 그리곤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군대조직은 중앙정부가 빼앗아 가버려 아무런 힘이 없다. 종교조직은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것이 들고 일어나 기존의 종교집단과 갈등을 일으키고 헤게모니 싸움을 했다.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 종교조직의 부침은 들쭉날쭉 한다. 학교조직은 학생들이 공부하기를 어려워해서 점점 약해질 형편이다. 회사조직은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로 인해 문을 닫는 곳이 많다. 경찰조직은 억지로 잡범들도 잡아들이는 모순도 생겼다. 정당조직은 고영왕국 영주 자신이 억눌렸다. 범죄조직은 활개를 쳤다. 상업조직은 제멋대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날이 갈수록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이 문제가 생긴다. 조직마다 우두머리는 얼마든지 사닥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온다. 모두를 인정할 수 없다. 아무리 보아도 능력의 차이점이 구별되지 않아도 한 명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은 적당히 구실을 붙여서 탈락시켰다.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쫓아내는 일만 열심히 한다. 집무실에서 어느 조직의 우두머리를 쫓아내어야 고분고분해지고 왕국민들이 좋아할까? 저울질하여서 다른 사람으로 바꾼다. 비치된 인명자료집은 다음 조직의 장을 추리면서 앞서의 사람들을 큰 반발이 안 생기게 내보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잘 일어서서 왕국민으로 되돌아갔다. 자리를 내놓지 않으려는 질긴 사람도 아주 드물게 있다. 대개 조직 장악력이 매우 센 사람일 경우이다. 노회한 능구렁이가 끝끝내 그 직위를 보존하려 하면 끄집어 내리기 위한 특수공작을 한다. 비열한 방법들이 동원된다. 세상에 약점이 없는 인간이 없다. 아무리 약점이 없어도 신처럼 살기는 무척 어렵다. 악역을 담당하는 부서는 왕국민들이 잘 모른다. 왕국이 잘 되도록 하는 기준에서 해야 되는 일들이지만 영주 개인의 몫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런 일을 심하게 자주한다면 잘못되어 가는 징조이다. 이 점은 영주 자신이 바로 판단내리지 못하고 아주 둔한 부분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대한 감시 장치가 세블국 중앙정부, 왕국민, 다른 왕국의 압력이기도 하다. 한 번도 자신을 위해 특수공작을 하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스스로에게 도덕성이 시험받는 괴로운 장면도 많아질 수 있다. 권력구조는 자꾸만 탄탄하기를 원하는 괴물의 속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제껏 많은 교육, 덕행을 쌓았다고 생각하던 그이지만 자기억제력이 시험받는다. 배가 고픈 사람은 자꾸 먹고 싶지만 그는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적게 먹어야 한다. 조금만 실수하여 온갖 것을 먹어버리면 군살이 생기고, 운동신경이 둔해지고 좋은 것이 없다.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한 일도 터진다. 어린이는 하루에 만 원 짜리를 들고 다닐 이유가 존재치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나쁜 일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천 원짜리 보다 적은 것이나 동전도 안가지고 다녀도 무방하다. 왕비가 마음에 들고 예전부터 잘 지내 왔으므로 큰 문제는 생기지 않지만 자제력을 잃어버리면 건강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고 너무 많은 후궁들을 뽑아서 희희낙락하면 조직의 우두머리 다루는 만큼 골머리를 썩여야 된다. 처음에는 사람을 바꿀 때에 조언을 듣는 것이 많았으나 이제는 독단으로 처리해도 이의를 제기하는 쪽도 거의 없다. 그에게 권력쟁투의 씁쓰레한 면들이 드러난다. 고영왕국의 영주가 된 마당에 모든 것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다른 일을 찾는 것도 자신이 있는 대목은 아니다. 싫으나 좋으나 당하는 대로 생존법칙을 터득하는 것이다. 여러모로 사람들이 바라는 점은 그가 무지막지 회오리를 일으키는 영주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형태는 다르지만 그에게 약간씩 제동을 거는 일들이 있다. 영주께서는 이런 일들을 처리하심이 합당하나 저런 미미한 것은 권한을 각각의 조직에 맡겨도 무방하다는 식으로 나타난다. 충고도 좋지만 듣기가 거북한 요구조건이 간혹 들어있기도 하다. 영주의 권한을 조금씩 견제한다. 이와 같은 발언을 하는 자는 관료조직의 대표, 종교조직의 대표, 두 사람이다. 영주의 권한에 두 사람은 영주가 독단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조절하는 역할을 발생시킨다. 조직들 중에서 스스로 튀어 올라 있으므로 고영왕국 영주는 틈틈이 관료와 종교의 두 산봉우리를 공부한다. 왕국을 이끌어 가는데 관료는 손발기능을 한다. 종교는 사람들의 정신지도 원리로 역할을 한다. 관료의 대표는 하루마다 많던, 적던 무엇을 가지고 와서 고치고, 바꾸고, 만들고 도장을 찍으라고 한다. 종교의 대표는 이틀마다 저것은 이러니, 이것은 저러니, ‘감 나와라, 배 나와라’ 견제의 언사를 행한다. 어찌 보면 거꾸로 된 느낌도 있다. 그가 영주로서 이렇게 하라고 해야 하는데. 물론, 도장을 찍으면 그것이 이렇게 하라는 왕국의 법이 되는 것이긴 하다. 날이 갈수록 도장은 자꾸 찍어서 성문법이 만들어진다. 조직과 왕국의 일들도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토대가 마련된다.
하루는 날을 택하여 왕비와 더불어 경치가 수려한 물줄기를 따라서 소풍을 간다. 웅장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세차게 몰아칠 때는 태산준령도 쩍 갈라설 듯하여 푸르른 물살은 용의 비상보다 휘황찬란한 힘을 지니고 있다. 강수면 위에 살짝 떠가지고 여흥을 즐기는 아라비행선에서 피리리릭 물살을 일으키는 공기저항이 알맞은 시간차로 귓전에 울린다. 물보라에 튕겨지는 칠색의 무지갯빛은 계속 일어난다. 빨간 빛은 왕비와 사랑이 불타는 환상을 연상시킨다. 주황빛은 저무는 노을에 헤어지기 싫어하는 젊은 연인이 억센 포옹으로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는 그림으로 피어난다. 노란빛은 단발머리에 노란색 스웨터를 입은 소녀가 개나리 꽃묶음을 구릿빛으로 튼튼히 뛰어다니는 소년에게 수줍어하며 건네준다. 초록빛에는 소나무 숲에서 다람쥐를 쫓고 있는 꼬마들이 엉거주춤 방향을 잃어버려 되돌아갈 길을 찾으면서 땀을 식히고 있다. 파란빛에는 왕비가 입은 윗옷과 강물이 서로 반기어 어우러진 곳에 가슴이 보일 듯 말 듯 하얀 살결이 더욱 영주를 들뜨게 한다. 남빛에는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비돌기가 내려와 부드럽고 평화스런 하늘을 아름다워 보이게 한다. 보랏빛에는 소풍을 나온 두 사람의 즐거운 표정이 담겨 있다. 같이 동행한 사람들도 가벼운 마음에 금방 지나가는 오늘이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송쇄리가 퍼득퍼득, 반짝반짝, 햇살에 생동감을 보탠다. 아라비행선을 연결하여 만든 다리에는 비돌기들이 몰려와 좀처럼 떠나지도 않는다. 황혼이 강물위에 드리워지자 궁궐로 재빨리 돌아온다. 아직까지 어두워지지는 않았다. 언샘물에 목욕을 하고는 침전에 들어선다.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다음번에는 신록이 무성한 언덕으로 나들이를 하기로 잠정적으로 생각한다. 종교조직의 대표로부터 이틀마다 말씀을 듣는데 고영왕국의 지도 원리는 아직도 구체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솔개도 오래면 꿩 잡는다.’고 하는데 대표가 처음부터 수준이하의 사람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수긍이 가는 것을 발표하기를 바라도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질 않는다. 아마 영주 자신이 지도 원리를 내어놓기를 바라는 것인가? 무엇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보낸다. 지혜의 왕국, 정열의 왕국, 건강한 왕국, 잘사는 왕국, 멋진 왕국, 수식어는 많지만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당할까? 생각을 가다듬는다. 건강한 고영왕국으로 제안하자 두 대표는 적극적으로 찬동을 한다. 정신건강, 육체건강, 환경건강, 정치건강, 세블 건강의 항목으로 나누고 세부적 논점을 따진다. 환경건강에서는 식물건강, 동물건강, 자연건강, 물건강, 공기건강, 공간건강이 포함된다. 정치건강에는 조직건강, 견제건강, 균형건강, 자유건강, 평등건강, 미래건강이 있다. 세블 건강에는 지역건강, 왕국건강, 중앙조화건강, 화합건강이 있다. 고영왕국 영주 자신의 신체를 점검하고 도덕, 양심에 근거하는 정신을 가다듬는 부분은 스스로 깨끗해졌다는 것은 엄밀한 검증이 되진 못한다. 육체, 정신건강을 일차로 다듬는다. 다음부터는 새로운 영역들을 신념화하여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실제의 문제들이다. 사람들을 모두 건강진단을 시키고 질병을 치료토록 한다. 그 다음은 종교조직 대표를 통하고, 사람들을 교육조직을 이용해 정신건강의 증진을 도모한다. 환경건강이란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적이 되지 않고 사랑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공존사랑을 하자는 것이다. 식물건강은 앞서의 식물권에서 언급한 것이 많다. 동물건강은 식물과 자연과의 조화로운 생태계적 안정을 유지하여 아름답고 즐겁게 사는 땅을 이루어가는 정성이다. 자연건강은 녹색건강과 같은 말이다. 녹색을 띤 식물체는 태양열을 기초로 에너지를 가진 건강집합체가 된다. 나무, 풀, 산천, 물 등은 녹색으로 건강을 가꾸는 부분들이다. 더 넓혀지면 자연으로 향하여 자연건강이 된다. 농업,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자연건강과 가까이 있는 삶들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햇볕을 받으면서 들판으로 걸어가서 흙을 부수고 일구어 식물을 키우고 땀을 흘리고 저녁이면 황혼녘에 자연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정상적인 운동과 자연과의 교감으로 건강은 좋아진다. 한껏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고기잡이도 넘실대는 바닷물과 바다목장에서 싱싱한 인간의 육신을 단련하고 필요한 물고기들을 건져 올린다. 조화롭게 살아가면 자연건강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자연 상태가 건강하면 인간도 건강하므로 자연과 인간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도 사실이다. 물건강에는 마시는 물, 흐르는 물, 땅속에 고인 물, 내리는 물, 가두어 둔 물, 음식에 관계되는 물, 많은 물이 존재한다. 과거의 기준으로도 마시는 물은 보리차, 숭늉, 결명차, 인삼차, 녹차, 커피, 홍차, 주스, 쌍화차, 칡차, 육각수, 빙하수, 광천수, 생수, 이온수, 설록차, 레몬차, 소다수, 사이다, 콜라, 맥주, 살구, 포도, 당근, 케일, 사과, 홍삼, 식혜, 수정과, 키위차, 토마토, 복숭아, 지하수 이미 서른세 가지가 되는 물을 마시면서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은 종류의 물을 마시는데 그 어느 것도 사람들의 건강을 잃게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일반인들도 대부분 평생에 약 100여 가지의 서로 다른 물맛을 볼 수 있음이 기초적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자연 상태 자체나 가공하면서 오염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끊임없이 마시는 물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사람들은 치명적인 해를 입게 된다. 마시는 물을 보호하여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지사이다. 아주 옛날에는 물은 공짜이다가 현대에서는 공해로 인해 물이 상업적 의미까지 나타나다가 나중에는 인류의 생존문제에 걸리게 된다. 대동 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은 낭만적 요소라도 있지만 갈수록 마시는 물은 물에도 인격권을 부여하여 인간과 비슷하다는 존재인식을 시켜주지 못한다면 인간 스스로 물을 비인격화, 비자연화로 처참한 정도의 되돌림을 당하게 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사람은 아무도 없다. 흐르는 물인 경우에도 자꾸만 오염물질이 물에 섞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사용한 나쁜 물과 물길을 따로 만든다. 농약, 독약, 토양을 급격하게 악화시켜 흐르는 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대책들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묻어둔 곳에서도 사람에게 좋지 않은 물이 생겨난다. 맑은 연못에 물고기가 살고 낚시를 하던 곳에 쓰레기로 메워버리고 시간이 지나자 집까지 들어선다. 동네마다에도 열대엿 개의 연못들이 쓰레기로 메우고는 없어진다. 쓰레기가 덮일 때 물은 죽어버렸고, 물고기도 같이 죽어버렸다. 고인 물은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로 퍼 올린 펌프 물에는 이상한 성분이 섞이게 된다. 농산물의 찌꺼기가 파묻힌 근처의 샘물에도 물색깔이 벌겋게 변했다. 연못이 쓰레기로 메워진 근처의 집들은 상당기간 샘물을 식수로 사용할 형편이 못되었다. 다행히 상수도가 들어와서 나아졌다가 그 상수도가 죽어가는 비참한 지경이기 때문이다. 내리는 빗물에도 받아보면 미끌미끌한 성질이 없어진다. 비누거품도 훨씬 덜 일어난다. 가두어둔 물도 부영양화로 나빠지고 식수로는 아예 부적합이고 농업, 공업용수로도 사용불가능 판정도 내려졌다. 물은 있지만 사용이 불가해지면 있으나마나 하고 더욱이 계속하여 물의 상태가 나빠지면 사람들의 목숨도 위협수준을 넘어 공포의 단계가 된다. 작은 연못엔 개구리도 많았고 축축 늘어진 수양버들이 빙 둘러 심겨져 있었다. 작은 붕어들을 잡았다. 고추잠자리도 많이 날아다니고 벌들도 윙윙거렸다. 수양버들은 흔적도 없이 베어졌고 고추잠자리도 없다. 연못들은 소유주가 개인이 아닌 국가의 것이거나 애매모호한 것들이었다. 집이 없거나 농토가 한 뼘도 없는 사람들이 차지하므로 동네에서도 그럭저럭 넘어가고 차차로 개인의 땅이 되었다. 물건강의 연구 분야는 아주 넓다. 예전 지구에서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마땅한 방법들을 찾아서 실천해야 된다. 공기건강은 절박한 심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짧은 시간만 호흡이 중단되면 사람은 죽어버린다. 사린가스, 화학가스는 사람을 금방 죽인다. 공기건강을 염려하면서 스스로 사람들이 개발해 놓은 숨을 끊어버리는 무기들이 많다. 공기건강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이 불가능하다. 고영왕국의 공기가 십분만 사린가스로 변하면 사람들은 멸종된다. 공기건강의 방어책은 초단위보다 빠른 초초단위 개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위험을 이겨내는 것이 있어야 된다. 사람의 몸에 걸친 의복, 주위환경으로부터 긴급히 독가스가 차단되어 살아나도록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자동차가 충돌하면 에어백이 작동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들은 인체에 해로운 가스에도 순간적인 시간을 더 버티므로 미세한 차이가 나는 동안에 방어형태가 생기므로 아무래도 살아날 확률이 커진다. 공기건강은 기후적 인자가 되어 비의 양, 토양의 사막화, 나쁜 물질의 원거리 이동, 등에 영향을 미친다. 고영왕국으로써도 흘러 다니는 공기를 상하좌우의 막으로 막지도 못하고 지역 간에 흘러가면서 걸려내는 장치만으로 오염방지에 노력을 보탠다. 공기건강은 공간건강과도 일치되는 면도 있다. 공간건강은 무엇보다도 여행, 동행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큰 구속력은 지니지 않는다. 아라비행선의 활동은 권장이 되는 일이다. 공간오염의 일들은 공간 환경담당국이 일을 처리한다. 공간환경은 오염물질의 이동을 추적하여 오염상태를 제거하고 항상 깨끗하고 살기에 흡족한 공간으로 유지시킨다. 정치건강 중 조직건강은 영주 자신이 싸움을 붙이고 말리는 경향이 있지만 큰 테두리는 법이 규정한 범위에서 서로의 역할분담을 적절히 하도록 강조한다. 조직내부의 문제들은 영주가 개입하는 일은 드물기도 하다. 견제와 균형건강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이 조정역할이 상실되면 왕국이 스르르 무너져 곤란함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건강은 민주주의 체제의 사람들이 잘 아는 부분이다. 미래건강은 낯선 부분이다. 정치적 의미의 고영왕국 미래는 미지의 세계이다. 이렇다 저렇다 정할 계제는 아니다. 세블 건강 중 지역건강은 왕국민과 영주 자신이 직접 담당하는 쪽이다. 왕국건강도 타 왕국의 조건도 고려되어야 하건만 지역건강과 비슷한 문제이다. 중앙조화건강과 화합건강은 다루기 힘든 부분이 현실적으로 있으며 일방이 상위의 명령집단이므로 조화와 거리가 먼 경우도 있으나 왕국의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해서는 화합하는 건강권이 필요하다.
고영왕국의 영주는 세블국 중앙정부의 호출을 받아 총독관저에 갔더니 총독 보좌관으로부터 주의를 받는다. 조직의 대표들을 엄격한 기준으로 임명하고 영주 자신의 독단이 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좋은 소리는 한 마디도 없고 그것으로 접견은 끝이고 약간의 유람을 하라고 하지만 기분이 내키지도 않는다. 영주는 고영왕국으로 돌아간다. 총독은 두 지역의 담당자는 호출을 했지만 아직 네 곳에는 이끌어가는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주민들이 세블국에 들이닥칠 때는 속수무책인 듯 했으나 점차로 질서가 생기고 안정된 상황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오늘은 맑은 날이다. 제1지하국가도 그렇지만 세블국에서도 아주 옛날의 연좌제 제도라면 정치적 책임이 변화한 도덕, 명예의 차원에서 총독을 문책하려는 기운이 일어났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그 점에 대하여 염려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제1지하국가의 여왕과 많은 인원들이 책임을 지고 지상국가의 한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는 비밀연락도 받았다. 총독은 분위기가 지하국가처럼 이루어지면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제1지하국가는 새로운 지도자를 뽑아서 새로 시작하고 있다는 정보이다. 총독도 여섯 곳의 지역에서든, 원래의 지구로 동생처럼 돌아가던 정치적 소용돌이에 따라 움직일 각오는 한다. 제1지하국가와 세블국은 워낙 떨어진 곳이라 교류를 일부러 하진 않았으나 정신적, 정치적 난민들이 확보하여 만들어가는 새로운 국가로 변해가는 중이다. 총독은 남편이 36계단에서 고생한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 차례가 그녀에게 오더라도 감내하고 사는 방법 외에는 특별한 왕도가 존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