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위원장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
노무현의 브레인에서 보수 재건의 키맨이 된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취임했다. 그의 첫 일성은 계파와 진영 논리 타파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전국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위원장에 추인됐다. 그는 수락사에서 “현실정치를 인정한다는 이름 아래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라고 이야기하지는 말아 달라”며 “잘못된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 속에서 그것과 싸우다 죽어서 거름이 되면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내 계파 갈등은 고질병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임명될 때까지도 복당파·잔류파·친박 등 다양한 계파가 파열음을 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니라 공천권도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적지 않은 힘을 갖고 있다.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지탄, 그러면서도 아직도 놓지 않고 있는 한 가닥 희망이 그 힘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 쇄신 등을 위한 인적 청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한 질문에 “제가 아직 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정치를 가치 논쟁, 그 다음에 정책 논쟁으로 정치 언어를 바꾸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인적 청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김 위원장이 인적 청산에 대해 즉답을 피한 것도 비대위가 자리 잡기 전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많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인적 쇄신을 말하는 순간 비대위는 물 건너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고 기치가 분명히 섰을 때 ‘나는 그 기치와 가치를 따라가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의 브레인에서 보수 재건의 키맨이 된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취임했다. 그의 첫 일성은 계파와 진영 논리 타파였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의 권한과 기간은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당 내 복당파는 2020년 총선 공천권 행사까지 가능한 전권형 비대위원장론을, 친박계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를 전제로 최소한의 당무를 맡아야 한다는 관리형 비대위원장론을 주장해 왔다.
김 위원장은 “제가 생각하는 건 당의 많은 분야를 아주 많이 바꾸는 것”이라며 사실상 공천권을 제외한 전권을 휘두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대위원장 권한에 대해서는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 대표로서의 권한이 있다”고 답했고, 전당대회 시점에 대해 “내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장 친박계 중진 의원은 “당헌·당규상 당 대표 궐위 후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여는 게 당연하다”며 “김 위원장이 내년 전당대회 운운하는 건 월권행위”라고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신을 놓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제1부속실장 출신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전 의원은 전날 김 위원장의 내정 소식이 보도되자 페이스북에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지 말아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당신의 권력욕이 참 두렵다”고 적었다.
김 위원장이 이날 “그건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라고 반박하자 전 의원은 재차 “그래서 당신의 탐욕따라 박근혜 (정부 시절) 총리 제의도 수락하고 비대위원장도 맡을 수 있다. 누가 누구더러 노무현 정신 왜곡이라 하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11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거국내각 총리로 지명됐다가 철회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비대위를 이끌 비대위원 인선 작업에 들어간다. 한국당은 김 위원장이 꾸린 비대위원들을 24일 상임 전국위를 열어 선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