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열린 월드컵축구 독일전 중계방송을 보면서 숨을 죽였다. 김영권이 독일 팀 골망에 볼을 집어넣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FIFA랭킹 1위 팀이 57위인 한국에게 한골을 먹었다.
손흥민의 슛 동작 과정은 믿기가 어려웠다. 거의 50m를 질주해 골키퍼도 없는 무인지경에 골을 넣었다. 골키퍼가 상대진영 깊숙이 하프라인을 넘어선 행위는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에 실점하고 난후의 독일은 졸급증에 작전이고 뭐고 골만 넣으려고 치달았다가 치욕을 당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인들은 '월드컵 스트레스' 에 시달렸다. 그 이전 두 게임에 대한 졸전 질타에 마음이 상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장현수 선수의 퇴출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까지 하는 소극을 벌였겠는가?
스웨덴전은 유효쇼팅 0이라는 치욕을 안았다. 멕시코전도 개인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경기력 차이를 실감했다. 3차전인 독일과 경기는 투혼과 열정으로 승리를 거뒀다고 봐야 한다. 아직도 우리 축구는 뛰고 또 뛰는 단순한 체력에 의존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시대의 「박스 컵 축구」수준을 조금 벗어났을 정도다. 그때 2 · 3류팀을 초청해 우승했다고 우쭐한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지금도 이 수준의 상황이다. 한국팀은 악조건을 안고 투혼발휘로 독일전을 이겼다고 자위하지만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선수 가운데 열정 없는 선수는 없다. 단판경기는 선수팀의 투혼으로 승패가 갈릴 수는 있다.
그러나 리그나 풀리그로 진행되는 팀간 경기는 선수들의 기술력에 크게 의존 한다는 게 정설이다. 개인 기술력 부족은 팀의 패배와 직결된다. 한국 축구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정신력과 체력에서 기술 축구를 지향해야 한다. 손흥민선수가 세계적 선수로 발 돋음 한 것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혹독한 기술습득 교육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유럽축구를 습득한 각고의 노력을 한 결과다.
지난 70∽90년대 대구 축구 발전을 위해 골몰하셨던 이주영 옹은 젊은 시절부터 기술축구를 역설했다. 자비로 축구교재를 만들어 대구·경북 중고등학교·초등학교에 배포한 사실을 기억한다. 이주영 전 계성고 감독은 지난 70년대 김기복 (중앙대 졸업, 국가 대표선수 ) 청구고 감독과 함께 활동 할 당시 취재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기술력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때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 할 경우라 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이 들어오면 수비수는 허둥지둥 공만 걷어내서는 동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일대일 능력이 모자란 상태에서 공을 돌리거나 롱패스 하면 성공률이 떨어지고 가로 채기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큰 수확은 조현우 선수의 발굴이다. 대구 FC선수라는 점과 처가가 포항이고 사는 곳도 포항이라는 친밀감과 함께 끊임 없는 자기연마를 하는 노력선수라는 데서 더욱 애정이 간다. 기술접목에 대한 자기 노력이 가져온 결과라 하겠다.
한국 축구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일대 일 능력, 즉 개인기 수준에 주목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유소년 축구의 육성이 시급하다. 말로만 할 일이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한국 축구의 미래가 보일 것이다.
또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이 파리 목숨이란 점이다. 이영표 축구해설위원도 동의하는 대목이다. 이 해설위원은 “현재 한국 축구의 문제는 2011년 조광래 국가대표팀 감독을 경질한 것에서 부터 시작 한다”고 꼬집었다.
2010년 허정무 감독 후임으로 영입된 조감독은 2011년 11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레바논 원정경기에서 패배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당시 석연찮다는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여론이나 스포츠 권력의 잣대로 움직이는 조직에서 장기 구상은 연목구어라는 것이다. 신태영 감독의 거취도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진정하게 책임을 진다는 것은 옷을 벗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정기간 한국 축구발전을 위해 몰입할 수 있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노력이 참된 책임을 지는 일이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최종진 프로필
매일신문 사우회 회장(현)
중앙대 신방과 / 대학원 신문방송학 졸업
매일신문 논설주간 · 경운대 신방과 교수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