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최종 후보로 최정우(61) 포스코켐텍 사장이 선정됐다.
포스코 출신 후보 5명을 놓고 사외이사 7명이 23일 이틀 동안 비공개로 심사했다.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결정된 셈이다.
과거 포스코 회장들과 달리 최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도, 서울대 출신도 아니다. '포스코 마피아' 논란을 어느 정도 비껴갔다는 평가다.
하지만 권오준 전 회장 때 구조조정을 이끈 측근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권 전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검의 조사를 받았고 지난 4월, 임기가 2년 남았지만 갑자기 물러났다. 이후 다음 회장 선출이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밀실 선발'에 대한 비판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쏟아졌다.
하지만 포스코 내부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후보군 가운데 장인화·오인환 사장과 김진일·김준식 전 사장 등은 모두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것과 달리 최 후보는 거의 주목을 못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직 사장들은 권오준 회장이 뒤를 민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전직 사장들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과 가깝다는 얘기가 많았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포스코 안에서 최 후보를 유력한 차기 회장감으로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라고 했다.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작업을 주도해온 사외이사들이 최 후보를 낙점한 것은 최근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정치권력이 회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 틈을 이용해 내부 기득권 세력이 담합을 통해 차기 회장을 옹립하려 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자 사외이사들이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면서 “사후라도 책임 추궁을 당할 일이 없도록 하려고 뒤탈이 없을 후보, 무난한 후보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포스코 계열사 대표는 이를 두고 “사외이사들의 반란”이라고 표현했다.
최 후보는 ‘비서울대’이고, ‘권오준 키즈’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포스코가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돼온 회장 중도하차의 악순환을 끊고, 내부 개혁을 단행하는데 유리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는 포스코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1983년 입사 뒤 2006년 재무실장을 거쳐, 2008년 포스코건설 기획재무실장(상무), 2014년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2015년에는 본사 가치경영실장, 2016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았다.
한 임원은 “동래고와 부산대를 졸업하고 포스코 주력부서인 철강생산·판매를 맡은 적이 없어, 그동안 포스코를 주도해온 서울공대 출신과 대비되는 ‘비주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후보는 7월27일 포스코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포스코에서 비엔지니어 내부 출신이 회장을 맡는 것은 황경로 2대 회장에 이어 두번째다. 2014년 권오준 회장의 전례로 보면 최 후보도 임시주총에서 경영비전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계열사의 한 대표는 “최 후보는 재무통답게 일처리가 꼼꼼하고 주위 얘기도 경청하는 스타일이어서 참모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면서 “앞으로는 최고경영자로서 새 비전을 제시하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내부개혁을 단행하는 리더십을 보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차기 회장이 풀어나갈 경영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철강 수요 부진이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으로 수출길도 좁아지는 등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0조6551억원, 영업이익 4조6218억원으로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한 내실경영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철강 일변도에서 벗어나 비철강 부문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를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키워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