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진영이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이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보수소멸의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두 정당이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까지 남은 시간 동안 국민적 지지를 받는 위치로 컴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보수정당 구성원들의 DNA들을 분석해 보면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인 상과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
이런 측면에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사퇴하면서 남긴 ‘마지막 막말’에 공감이 간다. 그는 한국보수정당이 역사적으로 사라지지 않으려면 당장 청산해야 할 정치인 유형을 9가지로 정리했다.
지금까지 언론에서도 청산대상 국회의원들을 이보다 적나라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보도한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홍 전 대표가 언급한 리스트들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
많이 들어서 식상하거나 자신을 겨냥하는 것 같아 귀를 막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9가지 리스트를 다시 한 번 보면,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 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의원총회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 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 하고도 얼굴·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이다. 보수정당에 몸담아 오면서 손쉽게 부귀영화를 누려온 상당수 정치인들이 이 리스트에 포함된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은 국민세금으로 누리고 있는 낡은 시대의 자폐적인 유산을 청산하고 다양성을 찾지 않으면 2020년 총선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 한국당의 재건은 그들만의 과제가 아니다. 보수 야당의 몰락은 정부와 집권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민주주의 시스템 붕괴를 의미하므로 국민들로서도 재앙이다.
이러한 정치적 격변기에 한국당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인재를 키우고 영입하는 것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의 사태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인재를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혁한다고 떠들면서 과거처럼 지금의 낡은 정치인들을 이리저리 배치해 돌파구를 찾으려 해선 안 된다.
나는 우리나라 보수야당의 새로운 기수는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라 지방정부에서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방자치제 시행이후 광역단위 단체장은 바로 미래권력이었다.
단체장을 역임한 후 유력 대선주자로 몸집을 키운 인물은 고건 전 서울시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홍준표 전 경남지사 등 여럿이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보수야당은 거의 궤멸수준이긴 하지만 3명의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철우 경북도지사·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이다. 특히 집권여당 바람이 거센 제주에서 연임에 성공한 무소속 원희룡 당선인은 자타가 눈여겨보는 보수야당의 새로운 기수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핵심 정책은 집중되거나 왜곡돼 있는 권력이나 자원을 분산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분권은 앞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게 되면 광역자치단체도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독자적인 정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야당의 명맥을 잇게 해 준 3명의 광역단체장은 앞으로 나름대로 업적을 내서 새 기수로 부상하기 바란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의 고민과 문제를 거의 똑 같이 안고 있기 때문에 일만 잘하면 전국적 지지를 받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동일문화 장학재단 협찬)
심충택
(언론인,대구경북언론인회 부회장)
경북대학 치과병원 상임감사
대구문화재단 이사
대구지방법원 조정위원
전)영남일보 편집국장,논설실장